2023년 06월 25일 일요일

[백]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 남북통일 기원 미사

민족 분단의 아픔을 안고 사는 한국 교회는 1965년부터 해마다 6월 25일에 가까운 주일을 ‘침묵의 교회를 위한 기도의 날’로 정하였다. 1992년에 그 명칭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로 바꾸고, 2005년부터 이날을 6월 25일이나 그 전 주일에 지내다가, 2017년부터는 6월 25일에 거행하기로 하였다. 한국 교회는 남북한의 진정한 평화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하여 끊임없이 기도하며 노력하고 있다.

오늘 전례 

오늘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입니다. “너희와 너희의 아들들이 마음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여 그분의 말씀을 들으면, 주 너희 하느님께서 너희의 운명을 되돌려 주실 것이다.” 이 독서 말씀대로 우리 민족이 화해하고 일치를 위하여 나아가도록, 마음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여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합시다.

입당송 예레 29,11.12.14 참조

주님이 말씀하신다. 나는 재앙이 아니라 평화를 주노라. 나를 부르면 너희 기도를 들어 주고, 사로잡힌 너희를 모든 곳에서 데려오리라.

본기도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하느님,
흩어진 사람들을 모으시고 모인 사람들을 지켜 주시니
남북으로 갈라진 저희 민족을 자비로이 굽어보시어
평화 통일을 이루어 주시고
흩어진 가족들이 한데 모여
기쁘게 하느님을 찬미하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천주로서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제1독서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을 다시 모아들이실 것이다.>
▥ 신명기의 말씀입니다.
30,1-5
모세가 백성에게 말하였다.
1 “이 모든 말씀, 곧 내가 너희 앞에 내놓은 축복과 저주가 너희 위에 내릴 때,
주 너희 하느님께서 너희를 몰아내 버리신 모든 민족들 가운데에서
너희가 마음속으로 뉘우치고, 2 주 너희 하느님께 돌아와서,
내가 오늘 너희에게 명령하는 대로
너희와 너희의 아들들이 마음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여 그분의 말씀을 들으면,
3 주 너희 하느님께서 너희의 운명을 되돌려 주실 것이다.
주 너희 하느님께서는 또 너희를 가엾이 여기시어,
주 너희 하느님께서 너희를 흩어 버리신 모든 민족들에게서
너희를 다시 모아들이실 것이다.
4 너희가 하늘 끝까지 쫓겨났다 하더라도,
주 너희 하느님께서는 그곳에서 너희를 모아들이시고
그곳에서 너희를 데려오실 것이다.
5 주 너희 하느님께서는
너희 조상들이 차지하였던 땅으로 너희를 들어가게 하시어,
너희가 그 땅을 차지하고 조상들보다 더 잘되고 번성하게 해 주실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예레 31,10.11-12ㄱㄴ.13ㄷㄹ-14(◎ 10ㄷ 참조)

◎ 주님, 흩어진 당신 백성을 모으소서.
○ 민족들아, 주님의 말씀을 들어라. 먼 바닷가 사람들에게 이 말을 전하여라. “이스라엘을 흩으신 분이 그들을 다시 모으시고, 목자가 양 떼를 돌보듯 지켜 주시리라.” ◎
○ 정녕 주님은 야곱을 구하셨네. 강한 자의 손에서 구원하셨네. 그들은 환호하며 시온산에 올라와, 주님의 선물을 받고 웃으리라. ◎
○ 나는 슬픔을 기쁨으로 바꾸고 위로하리라. 그들의 근심을 거두고 즐거움을 주리라. 사제들에게는 기름진 것을 배불리 먹이고, 내 백성을 내 선물로 가득 채워 주리라. ◎

제2독서

<서로 용서하십시오.>
▥ 사도 바오로의 에페소서 말씀입니다.
4,29―5,2
형제 여러분, 29 여러분의 입에서는 어떠한 나쁜 말도 나와서는 안 됩니다.
필요할 때에 다른 이의 성장에 좋은 말을 하여,
그 말이 듣는 이들에게 은총을 가져다줄 수 있도록 하십시오.
30 하느님의 성령을 슬프게 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속량의 날을 위하여 성령의 인장을 받았습니다.
31 모든 원한과 격분과 분노와 폭언과 중상을 온갖 악의와 함께 내버리십시오.
32 서로 너그럽고 자비롭게 대하고,
하느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서로 용서하십시오.
5,1 그러므로 사랑받는 자녀답게 하느님을 본받는 사람이 되십시오.
2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시고 또 우리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하느님께 바치는 향기로운 예물과 제물로 내놓으신 것처럼,
여러분도 사랑 안에서 살아가십시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환호송 

◎ 알렐루야.
○ 주님의 교회는 하나의 빛, 온 세상에 퍼져 있어도 갈라지지 않으리라.
◎ 알렐루야.

복음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8,19ㄴ-22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19 “너희 가운데 두 사람이 이 땅에서 마음을 모아 무엇이든 청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이루어 주실 것이다.
20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
21 그때에 베드로가 예수님께 다가와,
“주님, 제 형제가 저에게 죄를 지으면 몇 번이나 용서해 주어야 합니까?
일곱 번까지 해야 합니까?” 하고 물었다.
22 예수님께서 그에게 대답하셨다.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보편 지향 기도

<각 공동체 스스로 준비한 기도를 바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1. 교회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일치의 주님, 주님께 마음을 모아 도움을 청하는 교회를 굽어보시어, 분열과 불화로 고통받는 세상에서 주님의 자비와 용서를 전하며 화해와 일치의 도구가 되게 하소서.

2. 정치인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통치자이신 주님, 남북의 정치인들을 굽어살피시어, 서로 맞서고 헐뜯기보다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고, 한민족으로서 화해와 일치를 위하여 노력하며 통일로 나아가게 하소서.

3. 6·25 전쟁으로 희생된 영혼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위로자이신 주님, 70여 년 전 6·25 전쟁으로 희생된 영혼들을 위로하시어 영원한 안식을 누리게 하시고, 전쟁이 가져온 미움과 분열을 용서와 화해의 마음으로 이끌어 주소서.

4. 지역 사회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사랑이신 주님, 저희 지역 사회의 모든 이를 굽어살피시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이해와 배려로 기쁘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예물 기도 

주님,
주님의 자녀들이 예물을 바치며 청하오니
이 사랑의 성사가 저희 민족을 하나로 묶어 주고
이 성사의 힘으로
저희가 가진 것을 나누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감사송

<한국 고유 감사송 4 : 민족의 일치와 통일을 이루시는 하느님>
거룩하신 아버지,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주 하느님,
언제나 어디서나 아버지께 감사함이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아버지께서는 저희 선조들에게 놀라운 방법으로
주님의 진리를 가르쳐 주시고
일치의 표상인 거룩한 교회를 세워 주셨나이다.
이 나라가 지금은 남북으로 갈라져 쓰라린 시련을 겪고 있으나
주님께서는 불가능을 모르시며 흩어진 이들을 하나로 모으시니
주님의 오묘한 섭리로
저희가 민족 통일의 희망을 키우고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마침내 한마음으로 주님을 찬양하도록 이끄시나이다.
그러므로 하늘의 모든 천사와 한국 순교 성인들과 함께
저희도 기꺼이 주님을 찬미하며 노래하나이다.

영성체송 콜로 3,14 참조

사랑은 완전하게 묶어 주는 끈이니, 무엇보다 사랑을 입어라.

영성체 후 묵상 

서로 나뉘어 맞서 온 슬픔의 세월이 너무 깁니다. 남북이 서로 너그럽고 자비롭게 대하고 서로 용서하며 화해와 일치의 길로 나아가도록, 마음을 모아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청합시다.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사랑과 일치의 성체를 받아 모시고 간절히 비오니
하루빨리 민족의 통일을 이루어 주시고
남북의 온 겨레가 함께 모여
기쁨의 잔치를 나누며 주님을 찬미하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오늘의 묵상 

오늘 한국 교회는 전쟁으로 갈라진 우리 민족이 서로 화해하고 일치를 이루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남측과 북측이 휴전에 합의한 지도 어느덧 칠십 년이 훌쩍 지나 버렸습니다.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태로 서로 적으로 여겨 총을 겨눈 세월이 이토록 길게 이어져 오고 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여도 남북 정상이 만나 한반도 평화의 해법을 찾아가며 지금껏 겪어 보지 못한 화해의 분위기를 이끌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기대와 희망은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버렸고, 지금은 언제 그러하였냐는 듯이 더 강한 수위로 서로 위협하고 비방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반목과 대립이 계속되는 슬픈 역사에 우리는 언제 마침표를 찍게 될까요? 과연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요? “평화가 너희와 함께!”(루카 24,36; 요한 20,19)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어 처음 남기신 인사는 다름 아닌 평화의 인사입니다. 산란하던 제자들 마음에 평화를 빌어 주신 그리스도께서는 불안의 역사를 안고 살아가는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있기를 간절히 바라십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은 이 평화의 해법을 제시하는 듯합니다. 무엇보다 서로가 가진 증오와 원망을 내려놓을 것을 주문합니다. “모든 원한과 격분과 분노와 폭언과 중상을 온갖 악의와 함께 내버리십시오.” 그리고 용서를 주문합니다. “서로 너그럽고 자비롭게 대하고, 하느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서로 용서하십시오.” 마지막으로 기도하기를 주문합니다. “너희 가운데 두 사람이 이 땅에서 마음을 모아 무엇이든 청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이루어 주실 것이다.” 
이처럼 서로에 대한 증오심을 내려놓고, 서로를 더 깊이 용서하고, 서로 일치를 이루고자 마음 모아 간절히 기도하는 일, 우리가 사는 이 땅에 평화의 씨앗을 뿌리는 일들입니다. 물론 칠십 년 동안 쌓여 온 서로에 대한 깊은 불신과 갈등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우리가 뿌린 평화의 씨앗은 반드시 싹을 틔우고 자라나 언젠가는 그 열매를 맺게 되리라고 굳게 믿습니다.

(정천 사도 요한 신부)
메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