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7월 11일 화요일

[백] 성 베네딕토 아빠스 기념일

‘서방 수도 생활의 아버지’라 불리는 베네딕토 성인은 480년 무렵 이탈리아 움브리아의 누르시아에서 태어났다. 로마에서 학업을 마친 그는 수도 생활에 대한 관심으로 수비아코에서 3년 동안 고행과 기도의 은수 생활을 하였다. 그의 성덕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이 모여들자 베네딕토는 마침내 수도원을 세우고 「수도 규칙」을 썼다. 이 규칙이 널리 전파되어 ‘서방 수도회의 시조’라고 불리게 되었다. 성인은 547년 무렵 몬테카시노에서 선종하였다고 전해지며, 8세기 말부터 여러 지방에서 7월 11일에 그를 기념하며 공경하여 왔다. 1964년 성 바오로 6세 교황이 그를 유럽의 수호성인으로 선포하였다.

입당송 

베네딕토는 그 이름대로 복을 받아 거룩하게 살았네. 그는 가족과 유산을 버리고, 오로지 하느님이 기뻐하시는 일을 하려고 거룩한 수도 생활을 추구하였네.

본기도 

하느님,
복된 베네딕토 아빠스를 뛰어난 스승으로 세우시어
하느님을 섬기라 가르치셨으니
저희도 오로지 하느님만을 사랑하며
열린 마음으로 자유로이 하느님의 계명을 따라 살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

제1독서

<네가 하느님과 겨루어 이겼으니, 너의 이름은 이스라엘이라 불릴 것이다.>
▥ 창세기의 말씀입니다.
32,23-33
그 무렵 야곱은 밤에 23 일어나,
두 아내와 두 여종과 열한 아들을 데리고 야뽁 건널목을 건넜다.
24 야곱은 이렇게 그들을 이끌어 내를 건네 보낸 다음,
자기에게 딸린 모든 것도 건네 보냈다.
25 그러나 야곱은 혼자 남아 있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나타나 동이 틀 때까지 야곱과 씨름을 하였다.
26 그는 야곱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야곱의 엉덩이뼈를 쳤다.
그래서 야곱은 그와 씨름을 하다 엉덩이뼈를 다치게 되었다.
27 그가 “동이 트려고 하니 나를 놓아 다오.” 하고 말하였지만,
야곱은 “저에게 축복해 주시지 않으면 놓아 드리지 않겠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28 그가 야곱에게 “네 이름이 무엇이냐?” 하고 묻자, “야곱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29 그러자 그가 말하였다.
“네가 하느님과 겨루고 사람들과 겨루어 이겼으니,
너의 이름은 이제 더 이상 야곱이 아니라 이스라엘이라 불릴 것이다.”
30 야곱이 “당신의 이름을 알려 주십시오.” 하고 여쭈었지만,
그는 “내 이름은 무엇 때문에 물어보느냐?” 하고는,
그곳에서 야곱에게 복을 내려 주었다.
31 야곱은 “내가 서로 얼굴을 맞대고 하느님을 뵈었는데도
내 목숨을 건졌구나.” 하면서, 그곳의 이름을 프니엘이라 하였다.
32 야곱이 프니엘을 지날 때 해가 그의 위로 떠올랐다.
그는 엉덩이뼈 때문에 절뚝거렸다.
33 그래서 이스라엘 자손들은 오늘날까지도
짐승의 엉덩이뼈에 있는 허벅지 힘줄을 먹지 않는다.
그분께서 야곱의 허벅지 힘줄이 있는 엉덩이뼈를 치셨기 때문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시편 17(16),1.2-3.6-7.8과 15(◎ 15ㄱ 참조)

◎ 주님, 저는 의로움으로 당신 얼굴 뵈오리이다.
○ 주님, 의로운 사연을 들어 주소서. 제 부르짖음을 귀여겨들으소서. 거짓 없는 입술로 드리는, 제 기도에 귀 기울이소서. ◎
○ 당신 앞에서 저에게 승소 판결 내리소서. 당신 눈으로 올바름을 보아 주소서. 제 마음 떠보시고 밤중에도 캐 보시며, 저를 달구셔도 부정을 찾지 못하시리이다. ◎
○ 하느님, 당신이 응답해 주시니, 제가 당신께 부르짖나이다. 귀 기울여 제 말씀 들어 주소서. 놀라우신 당신 자애를 베푸소서. 당신 오른쪽으로 피신하는 이들을, 적에게서 구해 주소서. ◎
○ 당신 눈동자처럼 저를 보호하소서. 당신 날개 그늘에 저를 숨겨 주소서. 저는 의로움으로 당신 얼굴 뵈옵고, 깨어날 때 당신 모습에 흡족하리이다. ◎

복음 환호송요한 10,14 참조

◎ 알렐루야.
○ 주님이 말씀하신다. 나는 착한 목자다. 나는 내 양들을 알고 내 양들은 나를 안다.
◎ 알렐루야.

복음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9,32-38
그때에 32 사람들이 마귀 들려 말못하는 사람 하나를 예수님께 데려왔다.
33 마귀가 쫓겨나자 말못하는 이가 말을 하였다.
그러자 군중은 놀라워하며,
“이런 일은 이스라엘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하고 말하였다.
34 그러나 바리사이들은,
“저 사람은 마귀 우두머리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 하였다.
35 예수님께서는 모든 고을과 마을을 두루 다니시면서,
회당에서 가르치시고 하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며,
병자와 허약한 이들을 모두 고쳐 주셨다.
36 그분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처럼 시달리며 기가 꺾여 있었기 때문이다.
37 그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38 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또는, 기념일 독서(잠언 2,1-9)와 복음(마태 19,27-29)을 봉독할 수 있다.>

예물 기도 

주님,
복된 베네딕토를 기리며 드리는 이 거룩한 제사를 인자로이 굽어보시어
저희가 그를 본받아 주님만을 찾고 섬기며
주님께서 주시는 일치와 평화를 누리게 하소서.
우리 주 …….

영성체송 루카 12,42 참조

주님은 당신 가족을 맡겨 제때에 정해진 양식을 내주게 할 충실하고 슬기로운 종을 세우셨네.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성체성사로 영원한 생명의 보증을 받고 간절히 청하오니
저희가 복된 베네딕토의 가르침에 따라 주님을 충실히 섬기며
진심으로 형제들을 사랑하게 하소서.
우리 주 …….

오늘의 묵상 

예수님의 구마나 기적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 경우 사건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사람들의 반응을 중심으로 의미를 전달합니다. 오늘 복음도 그 대표적 예입니다. 예수님을 만나게 되는 주인공은 마귀 들려 말못하는 사람입니다. 예수님께서 문제를 해결하여 주십니다. 그러자 그가 다시 말을 하게 됩니다. 이 사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여러 갈래입니다. 군중은 “이런 일은 이스라엘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하고 놀라워합니다. 마귀를 쫓아낸 데에 대한 반응이라기보다 예수님께서 말을 못 하는 사람을 다시 말하게 하신 데 대한 반응으로 보입니다. 바리사이들은 이와 반대되는 반응을 보입니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하신 일에서 마귀를 쫓아낸 것에 더 집중합니다. 그리고 예수님을 “마귀 우두머리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 하고 비난합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업적을 부정적으로 이해하려고 하지만, 적어도 그들의 말에서 예수님께서 마귀를 쫓아내셨다는 것은 명확합니다.
오늘 복음은 마귀가 들린 것과 그 때문에 말을 못 하는 사람을 소개합니다. 군중은 말을 못 하던 이가 말을 하게 된 사실에 더 놀라고, 바리사이들은 마귀를 쫓아낸 것을 확인하여 줍니다. 아마도 복음은 군중의 반응과 함께 바리사이들의 반응을 전하면서 한편으로 말을 하게 만드신 예수님의 업적을,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 마귀를 쫓아내신 능력을 드러내는 것 같습니다. 마치 예수님의 업적을 경탄의 눈으로 바라보든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든 말을 못 하는 사람이 말을 하게 되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허규 베네딕토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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