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9월 16일 토요일

[홍] 성 고르넬리오 교황과 성 치프리아노 주교 순교자 기념일

고르넬리오 성인은 251년에 로마의 주교로 서품되었다. 그는 박해 시기에 배교한 그리스도인들을 다시 공동체에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로마의 사제 노바티아누스 이단에 맞서 투쟁하였고, 카르타고의 주교 치프리아노의 도움으로 자신의 권위를 강화하였다. 갈루스 황제가 252년 6월 다시 그리스도교를 박해하면서 그에게 유배형을 내렸고, 253년 6월 이탈리아 치비타베키아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시신은 로마로 옮겨져 성 갈리스토 카타콤에 묻혔다.
치프리아노 성인은 210년 무렵 카르타고(현재 튀니지 일대)의 이민족 가정에서 태어났다. 246년 무렵 체칠리아노 사제의 영향으로 세례를 받고, 자신의 재산을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세례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제품을 받고, 249년 카르타고의 주교가 되어 어렵고 힘든 시대에 모범적인 덕행과 저술로써 교회를 훌륭히 다스렸다. 발레리아누스 황제의 박해 때 유배당하고, 신임 총독 갈레리우스 막시무스에게 재판받다가, 258년 9월 14일 카르타고 근교에서 참수되어 순교하였다.

입당송 

성인들의 영혼이 하늘에서 기뻐하네.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르고, 그분을 사랑하여 피를 흘렸으니, 그리스도와 함께 끝없이 기뻐 춤추네.
<또는>
이 성인들은 주님을 위하여 영광스럽게 피를 흘렸네. 살아서는 그리스도를 사랑하고, 그분 따라 죽어서는 승리의 월계관을 받았네.

본기도 

하느님,
헌신적인 목자 복된 고르넬리오와 치프리아노를
불굴의 순교자가 되게 하셨으니
그들의 전구로 한결같은 믿음을 길러 주시어
저희가 교회의 일치를 위하여 열심히 노력하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

제1독서

<그리스도 예수님께서는 죄인들을 구원하시려고 이 세상에 오셨다.>
▥ 사도 바오로의 티모테오 1서 말씀입니다.
1,15-17
사랑하는 그대여, 15 이 말은 확실하여
그대로 받아들일 가치가 있습니다.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죄인들을 구원하시려고
이 세상에 오셨다는 것입니다.
나는 그 가운데에서 첫째가는 죄인입니다.
16 그러나 바로 그 때문에 하느님께서 나에게 자비를 베푸셨습니다.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먼저 나를 당신의 한없는 인내로 대해 주시어,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고 당신을 믿게 될 사람들에게
본보기로 삼고자 하신 것입니다.
17 영원한 임금이시며 불사불멸하시고
눈에 보이지 않으시며 한 분뿐이신 하느님께
영예와 영광이 영원무궁하기를 빕니다. 아멘.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시편 113(112),1ㄴㄷ-2.3-4.5ㄱ과 6-7(◎ 2 참조)

◎ 주님의 이름은 영원히 찬미받으소서.
○ 찬양하여라, 주님의 종들아. 찬양하여라, 주님의 이름을. 주님의 이름은 찬미받으소서, 이제부터 영원까지. ◎
○ 해 뜨는 데서 해 지는 데까지, 주님의 이름은 찬양받으소서. 주님은 모든 민족들 위에 높으시고, 그분의 영광은 하늘 위에 높으시네. ◎
○ 누가 우리 하느님이신 주님 같으랴? 하늘과 땅을 굽어보시는 분, 억눌린 이를 흙먼지에서 일으켜 세우시고, 불쌍한 이를 잿더미에서 들어 올리시는 분. ◎

복음 환호송요한 14,23 참조

◎ 알렐루야.
○ 주님이 말씀하신다. 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키리니 내 아버지도 그를 사랑하시고 우리가 가서 그와 함께 살리라.
◎ 알렐루야.

복음

<너희는 어찌하여 나를“주님, 주님!”하고 부르면서 내가 말하는 것은 실행하지 않느냐?>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6,43-49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43 “좋은 나무는 나쁜 열매를 맺지 않는다.
또 나쁜 나무는 좋은 열매를 맺지 않는다.
44 나무는 모두 그 열매를 보면 안다.
가시나무에서 무화과를 따지 못하고
가시덤불에서 포도를 거두어들이지 못한다.
45 선한 사람은 마음의 선한 곳간에서 선한 것을 내놓고,
악한 자는 악한 곳간에서 악한 것을 내놓는다.
마음에서 넘치는 것을 입으로 말하는 법이다.
46 너희는 어찌하여 나를 ‘주님, 주님!’ 하고 부르면서,
내가 말하는 것은 실행하지 않느냐?
47 나에게 와서 내 말을 듣고 그것을 실행하는 이가
어떤 사람과 같은지 너희에게 보여 주겠다.
48 그는 땅을 깊이 파서 반석 위에 기초를 놓고 집을 짓는 사람과 같다.
홍수가 나서 강물이 집에 들이닥쳐도,
그 집은 잘 지어졌기 때문에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49 그러나 내 말을 듣고도 실행하지 않는 자는,
기초도 없이 맨땅에 집을 지은 사람과 같다.
강물이 들이닥치자 그 집은 곧 무너져 버렸다.
그 집은 완전히 허물어져 버렸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또는, 기념일 독서(2코린 4,7-15)와 복음(요한 17,11ㄷ-19)을 봉독할 수 있다.>

예물 기도 

주님,
저희가 거룩한 순교자들의 수난을 기념하여 바치는 이 예물을 받으시고
일찍이 복된 고르넬리오와 치프리아노에게
박해를 이겨 내는 용기를 주셨듯이
저희에게도 온갖 시련을 이겨 내는 힘을 주소서.
우리 주 …….

영성체송 루카 22,28-30 참조

주님이 말씀하신다. 너희는 내가 시련을 겪는 동안 나와 함께 있었으니, 나는 너희에게 나라를 준다. 너희는 내 나라에서 내 식탁에 앉아 먹고 마시리라.
<또는>
보라, 하느님 앞에 성인들이 받을 큰 상이 쌓여 있다. 그들은 그리스도를 위하여 죽었으니 영원히 살리라.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천상 양식을 받아 모시고 간절히 청하오니
저희가 복된 순교자 고르넬리오와 치프리아노를 본받아
성령의 힘으로 굳세어져 복음의 진리를 증언하게 하소서.
우리 주 …….

오늘의 묵상 

“너희는 어찌하여 나를 ‘주님, 주님!’ 하고 부르면서, 내가 말하는 것은 실행하지 않느냐?”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입니다. 사실 오늘 복음은 평지 설교(6,17-49 참조)의 마지막 단락에 해당합니다. 이 설교에서 예수님께서는 가난한 이들의 행복과 부유한 이들의 불행을 선언하셨고(6,20-26 참조), 원수를 사랑하고 아버지 하느님처럼 자비로운 사람이 될 것을 주문하셨으며(6,27-36 참조), 남을 심판하거나 단죄하지 말고, 용서하여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셨습니다(6,37-42 참조). 그리고 설교를 마무리하시는 오늘, 이 모든 가르침을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시려고 비유를 하나 들어 설명하십니다.
강가에 집을 짓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한 사람은 땅을 깊이 파서 반석을 찾고 그 위에 기초를 놓아 집을 짓습니다. 홍수로 불어난 강물이 들이닥치더라도 단단한 기초 덕분에 그 집은 끄떡없습니다. 다른 사람은 아무런 기초 공사 없이 맨땅에 집을 짓습니다. 강물이 들이닥치자 그 집은 완전히 무너져 버립니다. 여기서 맨땅에 집을 지은 사람은 예수님 말씀을 듣지만 행동에 옮기지 않는 자를, 단단한 기초 위에 집을 지은 사람은 예수님 말씀을 행동에 옮기는 이를 가리킵니다.
말씀을 듣는 일은 모든 이가 좋아하고 즐기는 것 같습니다. 성경을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사람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보물과 같은 말씀들을 우리는 과연 얼마나 실천하고 있을까요? 원수를 사랑하려고 노력하고, 남이 나에게 하여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남에게 하여 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까? 땅을 깊이 파서 반석을 찾고 그 반석 위에 기초를 놓아 집을 짓는 일은, 사실 대단히 번거롭고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작업입니다. 맨땅에 지은 집과도 겉보기에 큰 차이가 없어서 우리는 이 기초 작업을 건너뛰려는 유혹에 쉽게 빠져듭니다. 그러나 위기가 닥치면, 기초 없는 집이 속절없이 무너지듯, 우리가 듣기만 한 말씀도 결국에는 사라져 버리고 말 것입니다.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에서 바위에 떨어진 씨앗의 운명을 기억합시다. “바위에 떨어진 것들은, 들을 때에는 그 말씀을 기쁘게 받아들이지만 뿌리가 없어 한때는 믿다가 시련의 때가 오면 떨어져 나가는 사람들이다”(8,13).

(정천 사도 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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