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9월 20일 수요일
[홍]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우리나라는 18세기 말 이벽을 중심으로 한 몇몇 실학자들의 학문적 연구로 그리스도교 신앙을 받아들였다. 이들 가운데 이승훈이 1784년 북경에서 ‘베드로’라는 이름으로 세례를 받고 돌아와 신앙 공동체를 이룸으로써 마침내 한국 천주교회가 탄생하였다. 선교사의 선교로 시작된 외국 교회에 견주면 매우 특이한 일이다. 그러나 당시의 조선은 충효를 중시하던 유교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어, 그리스도교와 크게 충돌하였다. 그 결과 조상 제사에 대한 교회의 반대 등으로 박해가 시작되었다. 신해 박해(1791년)를 시작으로 병인박해(1866년)에 이르기까지 일만여 명이 순교하였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는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의 해인 1984년 우리나라를 방문하시어 이 순교자들 가운데 한국인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안드레아와 평신도인 정하상 바오로를 비롯하여 103명을 시성하셨다. 이에 따라 그동안 9월 26일에 지냈던 ‘한국 순교 복자 대축일’을 9월 20일로 옮겨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로 지내고 있다. 현재 한국 교회는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순교자들의 시복 시성을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늘 전례
오늘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입니다. 자랑스러운 신앙 선조들을 기리며, 순교자들의 피로 우리를 복음의 빛 안으로 불러 주신 주님께 감사드립시다. 그리고 신앙 선조들의 순교 신앙을 본받아, 저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기로 다짐합시다.
입당송
본기도
제1독서
<하느님께서는 번제물처럼 그들을 받아들이셨다.>3,1-9
화답송시편 126(125),1-2ㄱㄴ.2ㄷㄹ-3.4-5.6(◎ 5)
제2독서
<죽음도, 삶도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8,31ㄴ-39
복음 환호송1베드 4,14 참조
복음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그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9,23-26
보편 지향 기도
<각 공동체 스스로 준비한 기도를 바치는 것이 바람직하다.>1. 교회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순교자들의 주님, 주님의 교회를 거룩한 순교 정신으로 이끌어 주시어, 어떠한 어려움에서도 주님 곁을 떠나지 않으며, 굳건한 믿음으로 복음을 전하고 실천하게 하소서.
2. 우리나라의 순교자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자비하신 주님, 스스로 이 땅에 신앙을 들여와 주님 말씀과 가르침을 따랐던 한국 교회의 순교자들을 굽어살피시어, 박해의 칼날 앞에서도 당당히 신앙을 증언한 그들이 세계 교회에서 기억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3. 예비 신자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영원한 목자이신 주님, 주님의 자녀가 되도록 교회로 불러 주신 예비 신자들을 보살펴 주시어, 그들이 진리에 대한 믿음과 배움의 열정으로 세례를 받고 영원한 생명을 누릴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4. 지역 사회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보호자이신 주님, 저희 지역 사회를 굽어살피시어, 참된 가치를 찾고 실천하려는 이들에게 식별과 용기의 은총을 주시고, 지역의 모든 이가 행복한 공동체를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예물 기도
감사송
<한국 고유 감사송 1 : 선조들의 신앙>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언제나 어디서나 아버지께 감사함이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아버지께서는 저희 선조들을 복음의 빛 안으로 불러 주시어
무수한 순교자들의 피로 교회를 세우시고 자라게 하셨으며
그들이 갖가지 빛나는 덕행을 갖추고
혹독한 형벌 속에서도 죽기까지 신앙을 지켜
마침내 아드님의 승리를 함께 누리게 하셨나이다.
그러므로 하늘의 모든 천사와 한국 순교자들과 함께
저희도 땅에서 주님의 영광을 찬미하며 끝없이 노래하나이다.
영성체송 마태 10,32 참조
영성체 후 묵상
“어리석은 자들의 눈에는 의인들이 죽은 것처럼 보이고, 그들의 말로가 고난으로 생각되며, 우리에게서 떠나는 것이 파멸로 여겨지지만, 그들은 평화를 누리고 있다.” 영원한 참평화를 누리고 있는 순교자들에게서 불사의 희망을 배웁시다.
영성체 후 기도
오늘의 묵상
오늘 우리는 103위 순교 성인을 비롯하여 한국 교회의 자랑스러운 신앙 선조들을 기리는 대축일을 지냅니다. 많은 분이 김대건 신부님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탄생’을 보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영화에서 죽음을 앞둔 순교자들이 보여 준 기개와 의연한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들은 순교의 때를 오히려 영광과 축복의 시간으로 받아들였습니다. 특히 김대건 신부님의 참수 장면에서, 망나니들이 칼춤을 추는 가운데 천주님에 대한 신앙을 고백하며 하늘 나라의 행복을 노래하던 신부님은,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의연하여 보였습니다. ‘도대체 그런 용기와 당당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영화를 보는 내내 자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그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 진정한 ‘목숨’, 곧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는 사람은 현세의 ‘목숨’마저 기꺼이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이는 전자의 목숨이 후자의 것보다 훨씬 높은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 신앙 선조들은 이 영원한 목숨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본 사람들이었고, 그것을 얻으리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생사의 갈림길에 선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평온할 수 있었습니다. 시련을 겪으면서도 평화를 누리고, 불사의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는 의인들처럼 말입니다. “어리석은 자들의 눈에는 의인들이 죽은 것처럼 보이고, 그들의 말로가 고난으로 생각되며, 우리에게서 떠나는 것이 파멸로 여겨지지만, 그들은 평화를 누리고 있다. 사람들이 보기에는 의인들이 벌을 받는 것 같지만, 그들은 불사의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제1독서).
우리는 확신하고 있는지 스스로 물어야 합니다. 우리가 가진 신앙에 대하여, 우리가 얻게 될 구원에 대하여, 과연 얼마나 확신하고 있는지 돌아보았으면 합니다. 바오로 사도가 그러하였듯이, 확신에 찬 신앙인은 그 어떠한 것도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자신을 결코 갈라놓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압니다. “나는 확신합니다. 죽음도, 삶도, 천사도, 권세도, 현재의 것도, 미래의 것도, 권능도, 그 밖의 어떠한 피조물도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제2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