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9월 30일 토요일

[백] 성 예로니모 사제 학자 기념일

예로니모 성인은 347년 무렵 달마티아의 스트리돈(현재 보스니아의 그라호보 근처)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일찍부터 로마에서 라틴 말과 그리스 말을 공부한 다음 트리어에서 정부 관리로 일하였으나, 수덕 생활에 관심을 가지고 사막에서 오랫동안 은수 생활을 하며 히브리 말을 연구하는 데 몰두하였다. 379년 사제가 되어 382년 다마소 1세 교황의 비서로 일하면서 교황의 지시에 따라 성경을 라틴 말로 번역하였는데, ‘대중 라틴 말 성경’이라고 하는 『불가타』(Vulgata)가 그것이다. “성경을 모르는 것은 그리스도를 모르는 것이다.”라는 말을 남긴 그는 성경 주해를 비롯하여 많은 저술을 남기고 420년 무렵 베들레헴에서 세상을 떠났다. 암브로시오 성인, 그레고리오 성인, 아우구스티노 성인과 함께 서방 교회의 4대 교부로 존경받고 있다.

입당송 시편 1,2-3 참조

행복하여라! 주님의 가르침을 밤낮으로 되새기는 사람. 그는 제때에 열매를 맺으리라.

본기도 

하느님,
복된 예로니모 사제에게 성경의 진리를 깨닫고 맛들이게 하셨으니
저희도 하느님 말씀에서 생명의 샘을 찾고 구원의 양식을 얻어
더욱 풍요로이 살아가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

제1독서

<정녕 내가 가서 네 한가운데에 머무르리라.>
▥ 즈카르야 예언서의 말씀입니다.
2,5-9.14-15ㄷ
5 내가 눈을 들어 보니, 손에 측량줄을 쥔 사람이 하나 있었다.
6 내가 “어디로 가십니까?” 하고 묻자, 그가 나에게 “예루살렘을 측량하여,
그 너비와 길이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러 간다.” 하고 대답하였다.
7 그때에 나와 이야기하던 천사가 앞으로 나가자,
다른 천사가 그에게 마주 나와 8 말하였다.
“저 젊은이에게 달려가서 이렇게 일러 주어라.
‘사람들과 짐승들이 많아 예루살렘은 성벽 없이 넓게 자리 잡으리라.
9 주님의 말씀이다.
내가 예루살렘을 둘러싼 불 벽이 되고
그 한가운데에 머무르는 영광이 되어 주리라.
14 딸 시온아, 기뻐하며 즐거워하여라.
정녕 내가 이제 가서 네 한가운데에 머무르리라. 주님의 말씀이다.
15 그날에 많은 민족이 주님과 결합하여
그들은 내 백성이 되고 나는 그들 한가운데에 머무르리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예레 31,10.11-12ㄱㄴ.13(◎ 10ㄹ 참조)

◎ 목자가 양 떼를 돌보듯 주님은 우리를 지켜 주시리라.
○ 민족들아, 주님의 말씀을 들어라. 먼 바닷가 사람들에게 이 말을 전하여라. “이스라엘을 흩으신 분이 그들을 다시 모으시고, 목자가 양 떼를 돌보듯 지켜 주시리라.” ◎
○ 정녕 주님은 야곱을 구하셨네. 강한 자의 손에서 구원하셨네. 그들은 환호하며 시온산에 올라와, 주님의 선물을 받고 웃으리라. ◎
○ 그때에는 처녀가 춤추며 기뻐하고, 젊은이도 노인도 함께 즐기리라. 나는 슬픔을 기쁨으로 바꾸고 위로하리라. 그들의 근심을 거두고 즐거움을 주리라. ◎

복음 환호송2티모 1,10 참조

◎ 알렐루야.
○ 우리 구원자 그리스도 예수님은 죽음을 없애시고 복음으로 생명을 환히 보여 주셨네.
◎ 알렐루야.

복음

<사람의 아들은 넘겨질 것이다. 제자들은 그 말씀에 관하여 묻는 것도 두려워하였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9,43ㄴ-45
그때에 43 사람들이 다 예수님께서 하신 모든 일을 보고 놀라워하는데,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셨다.
44 “너희는 이 말을 귀담아들어라. 사람의 아들은 사람들의 손에 넘겨질 것이다.”
45 그러나 제자들은 그 말씀을 알아듣지 못하였다.
그 뜻이 감추어져 있어서 이해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그들은 그 말씀에 관하여 묻는 것도 두려워하였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또는, 기념일 독서(2티모 3,14-17)와 복음(마태 13,47-52)을 봉독할 수 있다.>

예물 기도 

주님,
저희가 복된 예로니모를 본받아
주님의 말씀을 묵상하며
기쁜 마음으로 주님께 구원의 제물을 바치게 하소서.
우리 주 …….

영성체송 예레 15,16 참조

주 하느님, 당신 말씀을 찾아 받아먹었더니, 그 말씀이 제게 기쁨이 되고 제 마음에 즐거움이 되었나이다.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복된 예로니모를 기리며 성체를 받아 모시고 기뻐하오니
주님을 믿는 저희의 마음을 북돋아 주시어
거룩한 가르침을 깨닫고 그 가르침을 실천하여
영원한 생명에 이르게 하소서.
우리 주 …….

오늘의 묵상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께서 겪으실 수난을 예고하십니다. “너희는 이 말을 귀담아들어라. 사람의 아들은 사람들의 손에 넘겨질 것이다.” 그런데 수난을 예고하시는 상황이 그런 암울한 미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금세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예수님께서 하신 모든 일, 특히 어떤 아이를 사로잡고 있던 강력한 영을 쫓아내신 예수님의 권능을 보고 놀라워하는(9,37-43 참조) 상황에서 예수님께서는 역설적으로 수난에 대하여 말씀하십니다. 지금처럼 ‘사람들’에게서 환영을 받으셔야 할 ‘사람의 아들’이 오히려 ‘사람들의 손’에 넘겨지는 운명을 겪게 되리라는 것입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도무지 알아듣지 못합니다. 베드로, 야고보, 요한에게는 더욱 그러하였을 것입니다. 지금 예수님께서 말씀하고 계신 곳은 산 밑입니다. 그들은 조금 전, 산 위에서 매우 놀라운 광경을 보았습니다. 예수님의 얼굴 모습이 변하고, 옷이 하얗게 번쩍이며, 갑자기 모세와 엘리야가 나타나 그분과 대화를 나누고, 심지어 그들을 덮은 구름 속에서는 이러한 음성이 들려 옵니다. “이는 내가 선택한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9,35). 예수님께서 지니신 거룩함과 영광의 극치를 선보이는 이 광경을 두 눈으로 직접 본 제자들이, 그와 정반대의 길을 걸으셔야 한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어떻게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을까요?
루카 복음서 저자는 이러한 제자들의 몰이해가 감추어진 신비 때문이라며 그들의 책임을 조금 덜어 주는 듯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의 잘못을 명확히 지적합니다. “그들은 그 말씀에 관하여 묻는 것도 두려워하였다.” 묻기조차 두려워하였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말씀을 그대로 내버려 두었음을 의미합니다. 더 알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도 묻기를 주저하는 사람들일 수 있습니다. 혹시 예수님께서 제시하시는 신앙의 길이 내가 바라는 바와 크게 다를까 보아 두려워하는 것일까요? 감추어진 신비를 열어 주시는 분께 끊임없이 그 뜻을 찾고 이해를 바라는 신앙인이 되도록 합시다.

(정천 사도 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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