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3월 27일 수요일

[자] 성주간 수요일

입당송 필리 2,8.10.11 참조

주님은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으니, 예수님의 이름 앞에 하늘과 땅 위와 땅 아래에 있는 자들이 다 무릎을 꿇고, 예수 그리스도는 주님이시라고 모두 고백하며, 하느님 아버지께 영광을 드리네.

본기도 

하느님,
성자께서 저희를 위하여 십자가의 형벌을 받으시고
원수의 세력을 물리치셨으니
하느님의 종인 저희에게 부활의 은총을 베풀어 주소서.
성부와 성령과 …….

제1독서

<나는 모욕을 받지 않으려고 내 얼굴을 가리지도 않았다(‘주님의 종’의 셋째 노래).>
▥ 이사야서의 말씀입니다.
50,4-9ㄴ
4 주 하느님께서는 나에게 제자의 혀를 주시어
지친 이를 말로 격려할 줄 알게 하신다.
그분께서는 아침마다 일깨워 주신다.
내 귀를 일깨워 주시어 내가 제자들처럼 듣게 하신다.
5 주 하느님께서 내 귀를 열어 주시니
나는 거역하지도 않고 뒤로 물러서지도 않았다.
6 나는 매질하는 자들에게 내 등을,
수염을 잡아 뜯는 자들에게 내 뺨을 내맡겼고
모욕과 수모를 받지 않으려고 내 얼굴을 가리지도 않았다.
7 그러나 주 하느님께서 나를 도와주시니 나는 수치를 당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나는 내 얼굴을 차돌처럼 만든다.
나는 부끄러운 일을 당하지 않을 것임을 안다.
8 나를 의롭다 하시는 분께서 가까이 계시는데
누가 나에게 대적하려는가?
우리 함께 나서 보자. 누가 나의 소송 상대인가? 내게 다가와 보아라.
9 보라, 주 하느님께서 나를 도와주시는데 나를 단죄하는 자 누구인가?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시편 69(68),8-10.21-22.31과 33-34(◎ 14ㄴㄷ 참조)

◎ 주님, 은총의 때이옵니다. 당신의 크신 자애로 제게 응답하소서.
○ 당신 때문에 제가 모욕을 당하고 제 얼굴이 수치로 뒤덮였나이다. 저는 제 형제들에게 낯선 사람이 되었고, 제 친형제들에게 이방인이 되었나이다. 당신의 집을 향한 열정이 저를 불태우고, 당신을 욕하는 자들의 욕이 저에게 떨어졌나이다. ◎
○ 제 마음이 모욕으로 바수어져, 저는 절망에 빠졌나이다. 동정을 바랐건만 헛되었고, 위로해 줄 이도 찾지 못하였나이다. 그들은 저에게 먹으라 쓸개를 주고, 목마를 때 신 포도주를 마시게 하였나이다. ◎
○ 하느님 이름을 노래로 찬양하리라. 감사 노래로 그분을 기리리라. 가난한 이들아, 보고 즐거워하여라. 하느님 찾는 이들아, 너희 마음에 생기를 돋우어라. 주님은 불쌍한 이의 간청을 들어 주시고, 사로잡힌 당신 백성을 멸시하지 않으신다. ◎

복음 환호송 

(◎ 그리스도님, 찬미와 영광 받으소서.)
○ 저희 임금님, 경배하나이다. 당신만이 저희 잘못을 용서하시나이다.
(◎ 그리스도님, 찬미와 영광 받으소서.)
<또는>
(◎ 그리스도님, 찬미와 영광 받으소서.)
○ 저희 임금님, 경배하나이다. 당신은 아버지께 순종하셨나이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순한 어린양처럼 십자가를 지고 가시나이다.
(◎ 그리스도님, 찬미와 영광 받으소서.)

복음

<사람의 아들은 성경에 기록된 대로 떠나간다. 그러나 불행하여라, 사람의 아들을 팔아넘기는 그 사람!>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6,14-25
14 그때에 열두 제자 가운데 하나로
유다 이스카리옷이라는 자가 수석 사제들에게 가서,
15 “내가 그분을 여러분에게 넘겨주면
나에게 무엇을 주실 작정입니까?” 하고 물었다.
그들은 은돈 서른 닢을 내주었다.
16 그때부터 유다는 예수님을 넘길 적당한 기회를 노렸다.
17 무교절 첫날에 제자들이 예수님께 다가와,
“스승님께서 잡수실 파스카 음식을
어디에 차리면 좋겠습니까?” 하고 물었다.
18 그러자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도성 안으로 아무개를 찾아가,
‘선생님께서 ′나의 때가 가까웠으니
내가 너의 집에서 제자들과 함께 파스카 축제를 지내겠다.′ 하십니다.’ 하여라.”
19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분부하신 대로 파스카 음식을 차렸다.
20 저녁때가 되자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와 함께 식탁에 앉으셨다.
21 그들이 음식을 먹고 있을 때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
22 그러자 그들은 몹시 근심하며 저마다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 하고 묻기 시작하였다.
23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나와 함께 대접에 손을 넣어 빵을 적시는 자, 그자가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
24 사람의 아들은 자기에 관하여 성경에 기록된 대로 떠나간다.
그러나 불행하여라, 사람의 아들을 팔아넘기는 그 사람!
그 사람은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자신에게 더 좋았을 것이다.”
25 예수님을 팔아넘길 유다가 “스승님, 저는 아니겠지요?” 하고 묻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네가 그렇게 말하였다.” 하고 대답하셨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예물 기도 

주님,
저희가 봉헌하는 이 예물을 받아들이시어
이 제사로 성자의 수난을 신비로이 기념하고
풍성한 구원의 열매를 거두게 하소서.
우리 주 …….

감사송

<주님 수난 감사송 2 : 수난의 승리>
거룩하신 아버지,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주 하느님,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언제나 어디서나 아버지께 감사함이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저희를 구원하시는 그리스도의 수난과
영광스러운 부활의 날이 가까이 왔나이다.
옛 원수의 교만을 꺾어 승리한 구원의 성사를
새롭게 거행하는 축제가 다가왔나이다.
그리스도를 통하여
주님 앞에서 천사들의 군대가 영원히 기뻐하며
주님의 위엄을 흠숭하오니
저희도 환호하며 그들과 소리를 모아 주님을 찬미하나이다.

영성체송 마태 20,28

사람의 아들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전능하신 하느님,
저희에게 풍성한 은총을 내리시어
이 거룩한 신비로 선포하는 성자의 죽음을 통하여
저희가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소서.
우리 주 …….

백성을 위한 기도

<자유로이 바칠 수 있다.>
주님,
주님을 믿는 이들이 끊임없이 파스카 성사에 참여하고
다가오는 축제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리며
새로 태어난 그 신비를 언제나 간직하여
그 신비의 힘으로 새로운 삶에 이르게 하소서.
우리 주 …….

오늘의 묵상 

누군가는 자신의 사랑을 상대에게 고스란히 건네줄 결심을 하고, 누군가는 상대를 팔아넘길 결심을 합니다. 이 불공평한 관계는 비단 예수님과 유다에게만 해당되지 않습니다. 순수하고 진정한 사랑을 알아보지 못하는 비극은 우리 주변에도 때로 발생하니까요. 뉴스는 거의 날마다 자신의 이기적 욕망과 편리를 위하여 아기를 팔고, 딸을 팔며, 약자를 파는 사건을 보도합니다.
놀랍게도 예수님의 사랑을 팔아 버린 유다가 받은 돈은 겨우 “은돈 서른 닢”이었습니다. “내가 그분을 여러분에게 넘겨주면 나에게 무엇을 주실 작정입니까?”라는 문장을 그리스 말 성경에서 그대로 옮기면 “무엇을 나에게 줄 거요? 내가 당신들에게 그를 넘기겠소.”입니다. ‘무엇을’이라는 그리스 말 의문사를 문장의 첫머리에 배치하여 ‘거래’라는 인상을 먼저 부각시킵니다.
사실 성주간 월요일부터 계속 복음에 등장하고 있는 유다는 “나와 함께 대접에 손을 넣어 빵을 적시는 자”였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냄비나 접시에 담긴 음식을 서로의 숟가락이나 젓가락에 신경 쓰지 않고 함께 먹는 것처럼, 유다인들도 친한 관계에서는 비슷한 식문화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유다는 그 ‘친밀함’을 자신의 주관적 판단으로 이용하고 배신합니다.
오늘 복음에는 “아무개”(그리스 말 ‘데이나’)라는 낱말이 등장합니다. 병행 구절(마르 14,13; 루카 22,10)이 그를 “물동이를 메고 가는 남자”로 명시한 것과 달리 마태오 복음서는 특정 인물을 지칭하지 않아 그 “아무개”가 우리 자신일 수 있는 여지를 열어 놓습니다. 수난을 앞두신 예수님께서 마지막 파스카 식사를 하실 자리를 ‘아무개’에게 부탁하셨듯이, 우리 안에 그분께서 마지막으로 드실 만찬을 마련하여 드리는 오늘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김혜윤 베아트릭스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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