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9월 22일 일요일
[홍]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 경축 이동
우리나라는 18세기 말 이벽을 중심으로 한 몇몇 실학자들의 학문적 연구로 그리스도교 신앙을 받아들였다. 이들 가운데 이승훈이 1784년 북경에서 ‘베드로’라는 이름으로 세례를 받고 돌아와 신앙 공동체를 이룸으로써 마침내 한국 천주교회가 탄생하였다. 선교사의 선교로 시작된 외국 교회에 견주면 매우 특이한 일이다. 그러나 당시의 조선은 충효를 중시하던 유교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어, 그리스도교와 크게 충돌하였다. 그 결과 조상 제사에 대한 교회의 반대 등으로 박해가 시작되었다. 신해 박해(1791년)를 시작으로 병인박해(1866년)에 이르기까지 일만여 명이 순교하였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는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의 해인 1984년 우리나라를 방문하시어 이 순교자들 가운데 한국인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안드레아와 평신도인 정하상 바오로를 비롯하여 103명을 시성하셨다. 이에 따라 그동안 9월 26일에 지냈던 ‘한국 순교 복자 대축일’을 9월 20일로 옮겨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로 지내고 있다. 현재 한국 교회는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순교자들의 시복 시성을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늘 전례
오늘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입니다. 자랑스러운 신앙 선조들을 기리며, 순교자들의 피로 우리를 복음의 빛 안으로 불러 주신 주님께 감사드립시다. 그리고 신앙 선조들의 순교 신앙을 본받아, 저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기로 다짐합시다.
입당송
본기도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제1독서
<하느님께서는 번제물처럼 그들을 받아들이셨다.>3,1-9
화답송시편 126(125),1-2ㄱㄴ.2ㄷㄹ-3.4-5.6(◎ 5)
제2독서
<죽음도, 삶도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8,31ㄴ-39
복음 환호송1베드 4,14 참조
복음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그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9,23-26
보편 지향 기도
<각 공동체 스스로 준비한 기도를 바치는 것이 바람직하다.>1. 교회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빛이신 주님, 주님의 교회를 거룩한 순교 정신으로 이끌어 주시어, 어떠한 어려움에서도 주님 곁을 떠나지 않으며, 굳건한 믿음으로 복음을 전하고 실천하게 하소서.
2. 우리나라의 순교자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자비로우신 주님, 스스로 이 땅에 신앙을 들여와 주님 말씀과 가르침을 따랐던 한국 교회의 순교자들을 굽어살피시어, 박해의 칼날 앞에서도 당당히 신앙을 증언한 그들이 세계 교회에서 기억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3.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치유자이신 주님, 질병과 고통으로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을 살펴 주시어, 그들이 효과적인 치료와 돌봄을 받고, 필요한 의학 기술도 새로이 개발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소서.
4. 본당 사도직 단체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스승이신 주님, 저희 본당 사도직 단체들을 사랑으로 감싸 주시어, 그들이 하는 모든 일을 복음 실천의 기회로 삼고, 주님을 의지하며 최선을 다하게 하소서.
예물 기도
감사송
<한국 고유 감사송 1 : 선조들의 신앙>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언제나 어디서나 아버지께 감사함이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아버지께서는 저희 선조들을 복음의 빛 안으로 불러 주시어
무수한 순교자들의 피로 교회를 세우시고 자라게 하셨으며
그들이 갖가지 빛나는 덕행을 갖추고
혹독한 형벌 속에서도 죽기까지 신앙을 지켜
마침내 아드님의 승리를 함께 누리게 하셨나이다.
그러므로 하늘의 모든 천사와 한국 순교자들과 함께
저희도 땅에서 주님의 영광을 찬미하며 끝없이 노래하나이다.
영성체송 마태 10,32 참조
영성체 후 묵상
“어리석은 자들의 눈에는 의인들이 죽은 것처럼 보이고, 그들의 말로가 고난으로 생각되며, 우리에게서 떠나는 것이 파멸로 여겨지지만, 그들은 평화를 누리고 있다.” 영원한 참평화를 누리고 있는 순교자들에게서 불사의 희망을 배웁시다.
영성체 후 기도
오늘의 묵상
지혜서에서는 의인들의 영혼이 불멸하며 하느님의 손안에서 평화를 누리리라고 말합니다. 구약 성경에서 가장 늦게 작성된 지혜서는 내세에 대한 희망을 분명히 드러내는 것입니다.
지혜서보다는 좀 더 이른 시기, 이스라엘에서 유다교가 외세의 박해를 받던 시대에 다니엘서와 마카베오기 같은 책들에서 죽은 이들의 부활에 대한 믿음이 나타납니다. 여러 해 전 어느 날 수업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내세와 부활에 대한 믿음이 뚜렷해지면서 순교를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을 하자 누군가 “순교자들은 내세에 대한 확신이 없었더라도 순교를 하였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사실 다니엘서 3장 17-18절에서 다니엘의 친구들은, 하느님께서 자신들을 불가마에서 구하여 내시지 않더라도 다른 신들을 섬기지는 않으리라고 말합니다.
순교자들이 목숨을 바친 것은 장차 받을 영광과 상급 때문이 아니라 하느님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고, 그 사랑마저도 시작은 하느님께 있었습니다. 하느님께서 먼저 “당신의 친아드님마저 아끼지 않으시고”(로마 8,32) 우리에게 사랑을 부어 주셨기에, 우리는 “우리를 사랑해 주신 분의 도움에 힘입[었기에]”(8,37) 박해와 칼도 우리를 하느님의 사랑에서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 먼저 우리를 위하여 생명을 내어 주신 분, 그 사랑에 우리도 자신을 버리고 십자가를 지고 그분을 따라나서게 됩니다.
순교자들을 기념하는 오늘, 순교자들이 지녔던 큰 사랑과 용기를 본받으려 한다면 먼저 순교자들이 만났던 하느님을 우리도 만나야 할 것입니다. 그 사랑에 응답하는 우리의 사랑이 없다면, 다만 상급을 바랄 뿐이라면, 십자가를 지는 것도 무의미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