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14일 일요일
[홍] 성 십자가 현양 축일
이날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류의 죄를 속죄하시려고 몸소 지신 십자가를 묵상하고 경배하는 날이다. 이 축일의 기원은 정확히 알 수 없다. 전승에 따르면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어머니 헬레나 성녀의 노력으로 예수님의 십자가를 찾게 되었고, 황제는 이를 기념하고자 335년 무렵 예루살렘에 있는 예수님의 무덤 곁에 성전을 지어 봉헌하였다. 그 뒤로 십자가 경배는 널리 전파되었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에 축일이 9월 14일로 고정되었다.
오늘 전례
오늘은 성 십자가 현양 축일입니다. 인류의 구원은 주님의 십자가 희생 제사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우리가 십자가 위의 예수님을 주님으로 믿고 고백할 때 우리의 죄와 상처는 치유되며 영원한 생명을 얻습니다. 사랑의 희생 제사인 미사에 경건히 참여하며 우리 또한 각자의 몫인 십자가를 주님에 대한 감사와 사랑으로 묵묵히 지고 갈 것을 다짐합시다.
입당송 갈라 6,14 참조
본기도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제1독서
<뱀이 사람을 물었을 때, 그 사람이 구리 뱀을 쳐다보면 살아났다.>21,4ㄴ-9
화답송시편 78(77),1-2.34-35.36-37.38(◎ 7ㄴ)
제2독서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자신을 낮추셨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도 그분을 드높이 올리셨습니다.>2,6-11
복음 환호송
복음
<사람의 아들도 들어 올려져야 한다.>3,13-17
보편 지향 기도
<각 공동체 스스로 준비한 기도를 바치는 것이 바람직하다.>1. 교회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도움이신 주님, 교회를 자비로이 굽어보시어, 세상에 주님의 진리와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데 망설임 없이 나아갈 수 있도록 용기를 주소서.
2. 세계 지도자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평화의 주님, 세계 지도자들을 화합과 연대의 길로 이끌어 주시어, 지구촌 곳곳의 고통에 귀 기울이며 그들을 돕고자 앞장서게 하소서.
3. 가난한 이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위로의 주님, 물질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굽어살피시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켜 주시며, 사회의 관심과 이웃의 나눔으로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4. 본당 공동체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지혜이신 주님, 저희 본당 공동체를 지혜의 영으로 이끌어 주시어, 주님의 뜻을 헤아리며, 주님의 가르침을 따라 주님 안에서 일치를 이루게 하소서.
예물 기도
감사송
<주님의 축일과 신비 감사송 5 : 영광스러운 십자가의 승리(9월 14일)>영성체송 요한 12,32 참조
영성체 후 묵상
하늘과 땅을 이어 주는 십자가의 수직선에서 우리는 하느님과 인간, 창조주와 피조물 사이의 화해를 떠올립니다. 또한 십자가의 수평선에서 인간과 인간, 피조물과 피조물의 일치를 생각합니다. 이 십자가의 중심에 예수님께서 계십니다. 예수님 없는 십자가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분이야말로 우리를 하느님과 화해시키시고 해방시키신 구세주이십니다. 우리 모두 삶의 고난과 유혹의 시기마다 십자가에 현양되신 예수님을 똑바로 바라봅시다.
영성체 후 기도
오늘의 묵상
오늘 제1독서에서 약속의 땅을 향하여 가던 이스라엘 백성들은 앞으로 더 나아가지 못하고 돌아가야 하였습니다. 게다가 이 여정은 양식도 물도 부족하고 고생스러웠습니다. 그래서 백성들은 이 해방의 여정을 후회하고 불평하며 주님을 원망하였고, 주님께서는 이들의 죄에 불 뱀을 보내셨습니다. 이 장면만 보면 우리는 하느님을 벌하시는 분이시라고 여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을 구원하시는 것으로 끝나는 오늘 독서 전체의 틀 안에서 그분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주님께서 불 뱀을 보내시지 않았다면 백성들은 자기들의 죄를 알아차리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불 뱀으로 말미암아 그들은 죄를 고백하고 통회할 수 있었고, 구원을 받게 되었습니다. 백성들은 하느님께 뱀을 치워 달라고 청하였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불 뱀을 만들어 기둥 위에 달아 놓으라고 하시며, “물린 자는 누구든지 그것을 보면 살게 될 것이다.”(민수 21,8)라고 하셨습니다. 백성들은 뱀이 없어지는 것을 구원으로 여겼지만, 하느님께서는 뱀을 바라보는 것으로 구원을 주셨습니다. 자신의 방식이 아니라 하느님 방식을 따라야 합니다. 하느님 말씀에 따라 우리 죄와 그에 따른 결과를 마주할 때 구원을 받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을 우리에게 구원자로 보내 주셨습니다.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분을 바라보며, 우리는 죄인인 우리 자신의 모습과, 죄에 대한 그 값을 치르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죄인이지만 주님께서 함께하시며 사랑하시는 나를, 또 죄를 지었지만 예수님 안에서 그 값을 치른, 구원된 나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