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16일 일요일
[녹] 연중 제33주일 (세계 가난한 이의 날)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2016년 11월 ‘자비의 희년’을 폐막하며 연중 제33주일을 ‘세계 가난한 이의 날’로 지내도록 선포하셨다. 이날 교회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의 모범을 보여 주신 예수님을 본받아, 모든 공동체와 그리스도인이 가난한 이들을 향한 자비와 연대, 형제애를 실천하도록 일깨우고 촉구한다.
오늘 전례
오늘은 연중 제33주일이며 세계 가난한 이의 날입니다. 만물의 시작이시고 마침이신 하느님께서 아드님의 살아 있는 성전에 온 인류를 모으십니다. 변하는 이 세상의 기쁨과 슬픔을 넘어 하느님 나라에 희망을 두고, 영원한 생명을 누리리라 굳게 믿으며 가난한 이들과 함께 살아갑시다.
입당송 예레 29,11.12.14 참조
본기도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제1독서
<너희에게 의로움의 태양이 떠오르리라.>3,19-20ㄴ
화답송시편 98(97),5-6.7-8.9(◎ 9 참조)
제2독서
<일하기 싫어하는 자는 먹지도 말라.>3,7-12
복음 환호송루카 21,28 참조
복음
<너희는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21,5-19
보편 지향 기도
<각 공동체 스스로 준비한 기도를 바치는 것이 바람직하다.>1. 교회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보호자이신 주님, 주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교회를 이끌어 주시어, 가난에 시달리는 이들과 가진 것을 나누고 함께 희망을 키우며,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하여 힘쓰게 하소서.
2. 우리나라의 평화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평화의 주님, 분단의 세월을 지내 온 이 겨레에 은총을 주시어, 화해와 일치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며 대화의 길을 만들어 갈 수 있게 하소서.
3. 자살의 유혹을 받는 이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생명의 주인이신 주님, 자살의 유혹을 받는 이들을 지켜 주시어, 그들이 공동체 안에서 도움과 관심과 사랑을 찾고, 생명의 소중함에 마음을 열게 하소서.
4. 가정 공동체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자비하신 주님, 저희 가정 공동체를 주님의 은총으로 이끌어 주시어, 주님의 가르침대로 살아가며 참행복과 생명의 가치를 실천하는 본보기가 되게 하소서.
예물 기도
감사송
<연중 주일 감사송 3 : 사람이신 그리스도를 통한 인류 구원>영성체송 시편 73(72),28
마르 11,23.24 참조
영성체 후 묵상
그날이 오면 거만한 자들과 악을 저지르는 자들은 검불처럼 될 것입니다. 그러나 주님의 이름을 경외하는 이들에게는 의로움의 태양이 날개에 치유를 싣고 떠오를 것이며, 그들은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입니다. 인내로써 생명을 얻읍시다.
영성체 후 기도
오늘의 묵상
몇 년 전 교우들과 ‘부자와 라자로의 비유’로(루카 16,19-31 참조) 복음 나눔을 한 적이 있습니다. 교우 한 분이 이 둘의 관계를 ‘구원의 파트너’라고 하면서, 그렇지만 서로 그 구원을 이루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고 나눔을 하였습니다. 저도 크게 공감하였습니다. 라자로는 하느님께서 부자에게 보내신 구세주였습니다. 그러나 부자는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였던 라자로를 외면하였습니다.
부자가 라자로의 비참한 상황에 마음을 열고 다가가 최소한의 도움이라도 주었다면, 라자로는 위로를 받고 부자는 이기적인 무관심의 감옥에서 해방되어 사람들과 사랑을 나누며 살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그 ‘구원의 파트너’를 알아보지 못하고 외면하였습니다. 비유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둘 사이에 커다란 구렁이 가로놓여 있다고 하면서,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외면한 결과가 얼마나 엄중한지 우리에게 알려 줍니다.
오늘 교회는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지냅니다. 2007년 농촌 지역의 자그마한 본당에 주임 신부로 있을 때였습니다. 11월에 추수 감사 미사를 드렸는데 들어온 곡식이 풍성하였고, 제대 앞을 온갖 곡식(쌀, 콩, 들깨 등)과 커다란 호박으로 꾸몄습니다. 헌금도 평소 주일 헌금의 세 배나 들어왔습니다. 그날의 헌금을 지역 내 무의탁 노인 시설과 장애인 시설에, 그리고 암으로 투병하시는 할머니에게 전달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가난한 이들이 바로 우리 마음을 바꾸어 줄 예수님이라는 것을, 사람은 받을 때보다 줄 때가 만 배는 더 행복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