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2월 08일 토요일
[녹] 연중 제4주간 토요일 또는
[백] 성 예로니모 에밀리아니 또는
[백] 성녀 요세피나 바키타 동정 또는
[백] 복되신 동정 마리아
입당송 시편 106(105),47
본기도
말씀의 초대
주님께서는 솔로몬에게 지혜롭고 분별하는 마음을 주시고, 다른 축복도 약속하신다(제1독서). 예수님께서는 군중을 측은히 여기시며 많은 것을 가르쳐 주신다(복음).
제1독서
3,4-13
화답송시편 119(118),9.10.11.12.13.14(◎ 12ㄴ)
복음 환호송요한 10,27 참조
복음
<그들은 목자 없는 양들 같았다.>6,30-34
예물 기도
영성체송 시편 31(30),17-18 참조
마태 5,3.5
영성체 후 묵상
영성체 후 기도
오늘의 묵상
신학교에서 사제 양성의 소임을 맡으면서 개인적으로 중점을 두는 사항이 있습니다. ‘공동체성’입니다. 공동체성을 갖춘 사람이라면 인성적으로나 영성적으로나 더 나아가 사목적으로도 훌륭한 사제가 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믿는 하느님께서는 바로 삼위일체 공동체 하느님이시며, 그분께서는 우리를 그 공동체의 일원으로 참여시키시고자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에게 보내시기까지 하셨습니다. 공동체성은 우리 신앙의 핵심입니다.
오늘 복음은 우리가 공동체성을 갖추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잘 보여 줍니다. 복음 선포의 일로 음식을 먹을 겨를조차 없을 정도로 몹시 피곤하였던 예수님과 제자들은 휴식이 절실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외딴곳으로 배를 타고 떠납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육로로 달려가 예수님과 제자들보다도 먼저 그곳에 다다르자 예수님께서는 쉬는 것을 포기하시고 그들에게 필요한 가르침을 전해 주십니다. 휴식할 시간을 달라고 군중들에게 양해를 먼저 구하실 수도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바로 여기에서 예수님의 ‘공동체성’이 드러납니다. 그것은 곧 ‘나 자신’의 틀에 갇혀 있지 않고, ‘너’에게로 건너가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실 수 있었던 이유는 ‘가엾은 마음이 드셨기’ 때문입니다. ‘가엾은 마음이 들다’라는 그리스어 동사는 ‘배 속’, ‘내장’을 의미하는 단어에서 나왔습니다. 그러니 가엾은 마음이 든다는 것은, 상대의 아픔에 자신의 속이 뒤틀릴 정도의 감정을 느낀다는 뜻입니다. 다른 사람의 커다란 고통보다도 가시에 찔린 자기 손톱에 신경이 가는 것이 사람 마음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한계를 넘어 상대의 아픔을 자기의 것으로 삼아 ‘나’에서 ‘너’에게로 건너갈 때 우리의 공동체성은 예수님의 그것과 같아집니다.
(한재호 루카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