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성령 강림 대축일 - 전야 미사

교회는 부활 시기가 끝나는 마지막 날에 성령 강림 대축일을 지낸다. 성령 강림으로 인류 구원의 사명이 완성되었고, 이 구원의 신비는 성령께서 활동하시는 교회와 함께 계속된다는 뜻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사도들에게 성령께서 강림하시어 그리스도께서 하시던 일이 완성되었음을 경축한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성령으로 충만한 가운데 용감하게 복음을 선포하면서 여러 민족들에게 복음이 전파되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이날을 새로운 하느님의 백성인 교회가 탄생한 날로 본다.

 

이 미사는 토요일 저녁, 성령 강림 대축일 제1 저녁 기도 앞이나 뒤에 드린다.

오늘 전례 

▦성령 강림 대축일 전야입니다. 주 하느님께서는 주님의 밝은 빛을 우리에게 비추어 주십니다. 또한 은총의 빛으로 새로 난 신자들의 마음도 성령의 힘으로 비추어 주십니다. 나약한 우리를 대신하여 주 하느님께 몸소 간구해 주시는 성령께 감사드립시다.

입당송 로마 5,5; 8,11 참조

우리 안에 사시는 성령이 하느님의 사랑을 우리 마음에 부어 주셨네. 알렐루야.

본기도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하느님,
파스카 신비를 오십 일 동안 기리게 하셨으니
온 세상에 흩어져 살며 서로 다른 말을 하는 모든 민족들에게
천상 은총을 내리시어
한마음으로 하느님의 이름을 찬미하며 한 백성을 이루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
<또는>
전능하신 하느님,
하느님의 광채, 그 밝은 빛을 저희에게 비추어 주시고
은총으로 새로 난 신자들의 마음도
성령의 빛으로 굳세게 해 주소서.
성부와 성령과 …….

말씀의 초대 

주님께서 온 땅의 말을 뒤섞어 놓으시고, 사람들을 온 땅으로 흩어 버리셨기에, 그곳을 바벨이라 한다(제1독서). 바오로는, 성령께서 나약한 우리를 대신하여 간구해 주신다고 한다(제2독서). 예수님께서는, 성경 말씀대로 그 속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나올 것이라고 하신다(복음).

제1독서

<주님께서 거기에서 온 땅의 말을 뒤섞어 놓으셨기 때문에 그곳을 바벨이라 하였다.>
▥ 창세기의 말씀입니다.
11,1-9
1 온 세상이 같은 말을 하고 같은 낱말들을 쓰고 있었다.
2 사람들이 동쪽에서 이주해 오다가
신아르 지방에서 한 벌판을 만나 거기에 자리 잡고 살았다.
3 그들은 서로 말하였다.
“자, 벽돌을 빚어 단단히 구워 내자.”
그리하여 그들은 돌 대신 벽돌을 쓰고,
진흙 대신 역청을 쓰게 되었다.
4 그들은 또 말하였다.
“자, 성읍을 세우고 꼭대기가 하늘까지 닿는 탑을 세워 이름을 날리자.
그렇게 해서 우리가 온 땅으로 흩어지지 않게 하자.”
5 그러자 주님께서 내려오시어
사람들이 세운 성읍과 탑을 보시고 6 말씀하셨다.
“보라, 저들은 한 겨레이고 모두 같은 말을 쓰고 있다.
이것은 그들이 하려는 일의 시작일 뿐,
이제 그들이 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든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
7 자, 우리가 내려가서 그들의 말을 뒤섞어 놓아,
서로 남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게 만들어 버리자.”
8 주님께서는 그들을 거기에서 온 땅으로 흩어 버리셨다.
그래서 그들은 그 성읍을 세우는 일을 그만두었다.
9 그리하여 그곳의 이름을 바벨이라 하였다.
주님께서 거기에서 온 땅의 말을 뒤섞어 놓으시고,
사람들을 온 땅으로 흩어 버리셨기 때문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또는>
<주님께서는 온 백성이 보는 앞에서 시나이 산위로 내려 오셨다.>
▥ 탈출기의 말씀입니다.
19,3-8ㄱ.16-20ㄴ
그 무렵 3 모세가 하느님께 올라가자, 주님께서 산에서 그를 불러 말씀하셨다.
“너는 야곱 집안에게 이렇게 말하여라.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알려 주어라.
4 ‘너희는 내가 이집트인들에게 무엇을 하고
어떻게 너희를 독수리 날개에 태워 나에게 데려왔는지 보았다.
5 이제 너희가 내 말을 듣고 내 계약을 지키면,
너희는 모든 민족들 가운데에서 나의 소유가 될 것이다. 온 세상이 나의 것이다.
6 그리고 너희는 나에게 사제들의 나라가 되고 거룩한 민족이 될 것이다.’
이것이 네가 이스라엘인들에게 알려 줄 말이다.”
7 모세가 돌아와 백성의 원로들을 불러,
주님께서 분부하신 이 모든 말씀을 전하였다.
8 그러자 백성이 다 함께,
“주님께서 이르신 모든 것을 우리가 실천하겠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16 셋째 날 아침, 우렛소리와 함께 번개가 치고
짙은 구름이 산을 덮은 가운데 뿔 나팔 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자,
진영에 있던 백성이 모두 떨었다.
17 하느님을 만날 수 있도록 모세가 백성을 진영에서 데리고 나오자
그들은 산기슭에 섰다.
18 그때 시나이 산은 온통 연기가 자욱하였다.
주님께서 불 속에서 그 위로 내려오셨기 때문이다.
마치 가마에서 나오는 것처럼 연기가 솟아오르며 산 전체가 심하게 뒤흔들렸다.
19 뿔 나팔 소리가 점점 크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모세가 말씀을 아뢰자,
하느님께서 우렛소리로 대답하셨다.
20 주님께서는 시나이 산 위로, 그 산봉우리로 내려오셨다.
그런 다음 주님께서 모세를 그 산봉우리로 부르셨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시편 104(103),1-2ㄱ.24와 35ㄷ.27-28.29ㄴㄷ-30(◎ 30 참조)

◎ 주님, 당신 숨을 보내시어 온 누리의 얼굴을 새롭게 하소서.
또는
◎ 알렐루야.
○ 내 영혼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주 하느님, 당신은 참으로 위대하시옵니다. 존엄과 영화를 입으시고, 광채를 겉옷처럼 두르셨나이다. ◎
○ 주님, 당신 업적 얼마나 많사옵니까! 그 모든 것 당신 슬기로 이루시니, 온 세상은 당신이 지으신 것으로 가득하옵니다. 내 영혼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
○ 이 모든 것들이 당신께 바라나이다. 제때에 먹이를 달라 청하나이다. 당신이 주시면 그들은 모아들이고, 당신 손을 펼치시면 복이 넘치나이다. ◎
○ 당신이 그들의 숨을 거두시면, 죽어서 먼지로 돌아가나이다. 당신이 숨을 보내시면 그들은 창조되고, 온 누리의 얼굴이 새로워지나이다. ◎

제2독서

<성령께서 말로 다 할 수 없이 탄식하시며 우리를 대신하여 간구해 주십니다.>
▥ 사도 바오로의 로마서 말씀입니다.
8,22-27
형제 여러분,
22 우리는 모든 피조물이 지금까지 다 함께 탄식하며
진통을 겪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23 그러나 피조물만이 아니라 성령을 첫 선물로 받은 우리 자신도
하느님의 자녀가 되기를, 우리의 몸이 속량되기를 기다리며
속으로 탄식하고 있습니다.
24 사실 우리는 희망으로 구원을 받았습니다.
보이는 것을 희망하는 것은 희망이 아닙니다.
보이는 것을 누가 희망합니까?
25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을 희망하기에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립니다.
26 이와 같이, 성령께서도 나약한 우리를 도와주십니다.
우리는 올바른 방식으로 기도할 줄 모르지만,
성령께서 몸소 말로 다 할 수 없이 탄식하시며
우리를 대신하여 간구해 주십니다.
27 마음속까지 살펴보시는 분께서는
이러한 성령의 생각이 무엇인지 아십니다.
성령께서 하느님의 뜻에 따라
성도들을 위하여 간구하시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환호송 

◎ 알렐루야.
○ 오소서, 성령님. 믿는 이들의 마음을 성령으로 가득 채우시어 그들 안에 사랑의 불이 타오르게 하소서.
◎ 알렐루야.

복음

<생수의 강들이 흘러나올 것이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7,37-39
37 축제의 가장 중요한 날인 마지막 날에
예수님께서는 일어서시어 큰 소리로 말씀하셨다.
“목마른 사람은 다 나에게 와서 마셔라.
38 나를 믿는 사람은 성경 말씀대로
‘그 속에서부터 생수의 강들이 흘러나올 것이다.’”
39 이는 당신을 믿는 이들이 받게 될 성령을 가리켜 하신 말씀이었다.
예수님께서 영광스럽게 되지 않으셨기 때문에,
성령께서 아직 와 계시지 않았던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보편 지향 기도

<각 공동체 스스로 준비한 기도를 바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1. 교회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사랑이신 주님, 주님의 창조를 믿고 따르는 교회에 성령을 보내 주시어, 저희가 성령의 은총으로 더욱 거룩해지고 힘을 얻어, 주님의 뜻을 온 세상에 전하게 하소서.

2. 정치인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정의의 주님, 국민의 종이 되겠다고 굳게 다짐한 정치인들을 위하여 기도하오니, 그들이 처음 마음 그대로 국민을 섬기며 헌신하는 정치를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3. 청소년 주일을 맞아, 청소년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희망이신 주님, 청소년들에게 은총을 베풀어 주시어, 그들이 스스로 꿈을 찾고, 그 꿈을 위하여 인내하고 절제하여 마침내 목표를 이루는 기쁨을 얻게 하소서.

4. 우리 자신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구원자이신 주님, 저희를 돌보아 주시어,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 사회에서 이웃의 어려움에 공감하며 도움이 필요한 곳에 언제든 달려갈 수 있도록 용기를 주소서.

예물 기도 

주님,
성령을 보내시어 이 예물을 거룩하게 하시고
교회 안에 사랑의 불이 타올라
온 세상에 구원의 진리를 밝히게 하소서.
우리 주 …….

감사송

<성령 강림 감사송 : 성령 강림의 신비>
거룩하신 아버지,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주 하느님,
언제나 어디서나 아버지께 감사함이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아버지께서는 파스카의 신비를 완성하시려고
저희를 외아드님과 결합시키시어 주님의 자녀가 되게 하시고
오늘 성령을 가득히 내려 주셨으며
성령께서는 새로 세워진 교회와 모든 민족들에게
천상 지혜를 넣어 주시어
서로 다른 언어로 같은 신앙을 고백하게 하셨나이다.
그러므로 부활의 기쁨에 넘쳐 온 세상이 환호하며
하늘의 온갖 천사들도 주님의 영광을 끝없이 찬미하나이다.

영성체송 요한 7,37 참조

축제의 마지막 날, 예수님이 일어서시어 큰 소리로 말씀하셨다. 목마른 사람은 다 나에게 와서 마셔라. 알렐루야.

영성체 후 묵상 

▦“목마른 사람은 다 나에게 와서 마셔라. 나를 믿는 사람은 성경 말씀대로 ‘그 속에서부터 생수의 강들이 흘러나올 것이다.’” 예수님께서 영광스럽게 되신 뒤에 주님을 믿는 우리는 성령을 넘치게 받았습니다. 우리도 예수님처럼 영광을 누릴 그날을 희망하며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립시다.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성체를 받아 모시고 비오니
주님께서 사도들에게 신비로이 보내 주신 성령의 불이
언제나 저희 안에 타오르게 하소서.
우리 주 …….

파견

<파견 때에 부제가, 부제가 없으면 사제가 교우들을 향하여 말한다.>
╋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 하느님, 감사합니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오늘의 묵상 

오늘 복음에서 말하는 축제는 초막절입니다. 초막절 마지막 날, 실로암 못의 물을 제단 위에 부으며 백성은 구원의 날이 되었음을 기뻐하며 기념합니다. 저 옛날 광야에서 생명수를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성령으로 가득 찬 구원의 시대를 기다리는 유다 백성의 잔치가 초막절입니다. 

예수님께서 목마른 사람을 초대하시며 당신에게서 참된 음료를 찾으라고 말씀하시는 것은 참된 구원과 성령 안의 삶이 바로 예수님께 있음을 선포하시는 것입니다. 예수님에게서 구원은 완성되었고, 그 완성의 자리는 인간이 되신 예수님의 자리입니다. 구원은 기다릴 실재가 아니라 이미 이 세상에 밝히 드러난 현실이 되었습니다. 

오늘날 우리 시대는 인간이 되신 예수님께서 더 이상 가시적인 모습으로 함께하지 않으십니다. 그러나 우리 곁에는 늘 성령께서 머물고 계십니다. 특정 신자들이나 장소가 아닌 세상 곳곳에 성령께서 함께하십니다. 예루살렘 성전의 제단이 아닌 모든 세상에 성령께서 생명수로 흘러넘치고 계십니다. 성령을 가로막고 모독하는 것은 ‘성령께서 여기에만 계신다.’, ‘이렇게 살아야만 성령을 받아 모실 수 있다.’ 하고 주장하는 편협함과 옹졸함, 그리고 선민주의에 사로잡힌 특권 의식입니다. 

아니 계신 데 없이 곳곳에 생명을 심어 주시는 성령께, 우리의 잘못과 악함으로 죽음의 문화에 허덕이는 이 세상을 봉헌하며, 살아 있음에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박병규 요한 보스코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