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6월 17일 수요일
[녹] 연중 제11주간 수요일
입당송 시편 27(26),7.9 참조
본기도
말씀의 초대
엘리사는 스승의 영의 두 몫을 청하여 엘리야의 겉옷을 받아 기적을 일으킨다(제1독서).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의로운 일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하신다(복음).
제1독서
<갑자기 불 병거가 나타나더니, 엘리야가 하늘로 올라갔다.>2,1.6-14
화답송시편 31(30),20.21.24(◎ 25 참조)
복음 환호송요한 14,23 참조
복음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6,1-6.16-18
예물 기도
영성체송 시편 27(26),4
요한 17,11 참조
영성체 후 묵상
영성체 후 기도
오늘의 묵상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 이러한 일이 가능할까요? 어찌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를 수가 있을까요? 도벽이 있는 사람은 물건을 훔치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자기도 모르는 새에’ 다른 사람의 것을 가져가 버리기 마련입니다. 어떤 행동이 반복되다 보면, 그것이 습관으로 이어져 특별히 의식하지 않고도 그 행동을 하게 되니,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를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는 좋은 행동을 하는 데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날마다 미사에 참례하러 성당 가는 길에 묵주 기도를 바치는 사람은 집 대문을 나서면서 자연스럽게 묵주를 꺼내 듭니다. 주변을 깨끗이 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은 설거지할 그릇이 눈에 보이면 고무장갑에 손이 갑니다. 이외에도 어려운 이를 보면 도와주는 일, 슬픔에 잠겨 있는 이에게 위로를 건네는 일, 외로운 이들에게 찾아가는 일 등 오랫동안 몸에 배어서 왼손도 모르게 하는 오른손의 일이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런데 왼손도 모르게 오른손이 베푸는 자선이 존재한다면, 그러한 자선을 베푸는 이들을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지 않을까요?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실제 우리 사회에는 남모르게 자선을 베푸는 이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코로나19 사태에 대구 어느 시장의 청년 상인들은 의료진에게 200인분의 도시락과 커피를 전달했다고 합니다. 어느 도시에서는 소외 계층이 따뜻하게 겨울을 날 수 있도록 9년째 선행을 이어 오는 익명의 기부 천사가 있다고 합니다. 산골짜기 은둔 장소에서 세상에서 가장 고통받고 있는 이들을 위하여 날마다 기도하는 봉쇄 수도자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예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것처럼, 누군가를 위하여 사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살려고 다짐하고 몸에 배도록 노력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할 수 있습니다.
(한재호 루카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