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6월 23일 화요일
[녹] 연중 제12주간 화요일
입당송 시편 28(27),8-9 참조
본기도
말씀의 초대
이사야 예언자는 유다 임금에게 주님께서 보호해 주실 것이라는 말씀을 전한다(제1독서). 예수님께서는,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은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대로 남에게 해 주는 것이라고 하신다(복음).
제1독서
<나는 이 도성을 보호하여 구원하리니, 이는 나 자신과 다윗 때문이다.>19,9ㄴ-11.14-21.31-35ㄱ.36
화답송시편 48(47),2-3ㄱㄴ.3ㄷㄹ-4.10-11(◎ 9ㅁ)
복음 환호송요한 8,12 참조
복음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남에게 해 주어라.>7,6.12-14
예물 기도
영성체송 시편 145(144),15 참조
요한 10,11.15 참조
영성체 후 묵상
영성체 후 기도
오늘의 묵상
10년 전쯤에 칠레에서 광산이 무너진 일이 있었습니다. 33명의 광부가 지하 700미터에 있는 약 15평의 대피소에 갇혔는데, 남은 식량은 열 명이 이틀 먹으면 없어질 분량이었습니다. 그러나 기적적으로 69일 만에 33명의 광부가 모두 무사히 빠져나왔습니다.
살아난 광부들은 이 기적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저마다 자기 나름대로 살아 보려고 시도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면서 마지막으로 기댄 것은 서로에 대한 믿음이었습니다. 자기만 배고픈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배고프고, 자기만 두려운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두렵고, 자기만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고통스럽다는 의식이 생긴 것입니다. 그리하여 연장자는 연륜으로, 유머가 있는 사람들은 웃음으로 서로를 격려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33명 모두가 살게 되었다고 합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 이것이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다.” 이 세상은 어쩌면 15평 남짓의 대피소와 같은지도 모릅니다. 저마다 어려움과 두려움과 걱정 속에서 살아갑니다. 또 모두가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운명을 지녔습니다. 그러한 세상에서 ‘나’만 살아 보겠다며 자신에게만 시선을 둔다면, 그것은 다른 사람뿐 아니라 자기 자신도 죽이는 행위가 되고 맙니다.
‘내’가 어렵고, 두렵고, 걱정되는 만큼 다른 사람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으로 그 사람을 대하는 것, 그것이 모두를 살리는 길입니다. 생명으로 이끄는 문이 좁고, 그 길이 비좁은 이유는 많은 사람이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걸어가야 하는 길은 타인을 향하여 마음을 건네는 길입니다. 그런 길이야말로 거룩하고 진주처럼 고귀합니다.
(한재호 루카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