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9월 17일 목요일
[녹] 연중 제24주간 목요일 또는
[백] 성 로베르토 벨라르미노 주교 학자
입당송 집회 36,21-22 참조
본기도
말씀의 초대
바오로 사도는, 자신을 사도들 가운데 가장 보잘것없는 자라고 하면서, 하느님의 은총으로 지금의 그가 되었다고 한다(제1독서). 예수님께서는, 적게 용서받은 사람은 적게 사랑한다며, 죄인인 여자에게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라고 하신다(복음).
제1독서
<우리 모두 이렇게 선포하고 있으며 여러분도 이렇게 믿게 되었습니다.>15,1-11
화답송시편 118(117),1-2.16-17.28(◎ 1ㄱ)
복음 환호송마태 11,28 참조
복음
<이 여자는 그 많은 죄를 용서받았다. 그래서 큰 사랑을 드러낸 것이다.>7,36-50
예물 기도
영성체송 시편 36(35),8
1코린 10,16 참조
영성체 후 묵상
영성체 후 기도
오늘의 묵상
예수님께서는 지금 바리사이의 집에서 식사를 하고 계십니다. 죄인이 얼씬거리지 못하는 바리사이의 집, 죄인을 극도로 꺼리는 바리사이의 식탁에 예수님께서 앉아 계십니다. 향유를 들고 예수님의 발을 닦는 여인의 눈물은 바리사이와 죄인을 갈라놓는 단단한 벽을 허물어뜨립니다.
루카 복음의 이 이야기는 마태오 복음을 비롯한 다른 복음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납니다. 루카 복음의 다른 점은 예수님의 장례가 아닌 죄의 용서에 대한 응답으로서 여인의 모습을 그려 나가는 데 있습니다. 극도로 자신을 낮추어 예수님께 다가서는 여인은 겸손이나 자기 비하 또는 속죄의 눈물이 아니라 감사와 찬양과 기쁨에 휩싸여 있습니다.
죄는 불안을 가져옵니다. 죄는 고유한 삶을 망가뜨리고 주위의 눈치를 보게 하며, 끝내 자기 삶의 가치를 스스로 짓밟아,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닌 것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제 삶의 경험이자 고백입니다. 여러분의 죄는 어떠한지요? 어찌하면 용서받고 살아갈까요? 여인의 모습을 다시 한번 묵상합니다. 복음은 여인이 어떤 행동으로 용서받았는지 말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미 용서받은 모습으로 여인을 등장시킵니다.
오늘 복음은 죄를 짊어지고 사느라 반성과 참회로 주눅 든 수동적 자세를 질타합니다. 반성과 참회가 이미 용서받은 것일 수 있음을, 그 반성과 참회가 감사와 찬미가 될 수 있음을 고백하라고 다그치는 듯합니다. 반성은 주눅 든 자기 비하가 아니라 새로운 삶을 설계하려는 희망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라는 것입니다.
저는 죄를 극복하기보다는 죄인임을 고백하는 일에서 하느님이신 예수님을 만나고자 합니다. 다만 그분의 자비하심만을 바라고 바라고 또 바라는 일밖에는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음을 고백할 뿐입니다.
(박병규 요한 보스코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