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1일 수요일
[녹] 연중 제29주간 수요일
입당송 시편 17(16),6.8 참조
본기도
말씀의 초대
바오로 사도는 하느님께서 그에게 주신 은총의 선물에 따라 복음의 일꾼이 되었다고 한다(제1독서). 예수님께서는 많이 주신 사람에게 많이 요구하시고, 많이 맡기신 사람에게는 그만큼 더 청구하신다고 하신다(복음).
제1독서
<지금은 그리스도의 신비가 계시되었습니다. 곧 다른 민족들도 약속의 공동 상속자가 된다는 것입니다.>3,2-12
화답송이사 12,2-3.4ㄴㄷㄹ.5-6(◎ 3)
복음 환호송마태 24,42.44 참조
복음
<많이 주신 사람에게는 많이 요구하신다.>12,39-48
예물 기도
영성체송 시편 33(32),18-19 참조
마르 10,45 참조
영성체 후 묵상
영성체 후 기도
오늘의 묵상
두 부류의 종이 있습니다. 하나는 주인이 없을 때 하인들과 하녀들을 때리고 또 먹고 마시며 술에 취하는 행태를 보입니다. 다른 하나는 주인이 올 때까지 늘 충실하고 슬기롭게 일을 합니다. 이 두 사람의 차이는 자신을 그 집의 ‘주인’으로 착각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있습니다. 그런데 주인 행세를 하려던 이는 도리어 쫓겨나고, 주인이 아님을 확실히 깨닫고 종으로서의 위치에 충실한 이는 주인의 모든 재산을 맡게 됩니다. 주인이 아니면서도 주인과 같게 된 것입니다. 이 비유에 비추어 볼 때 ‘깨어 있다.’라는 것은 ‘내가 주인이 아니다.’, ‘내가 하느님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입니다.
처음 주임 신부로 발령받았을 때의 일입니다. 발령받은 본당에 도착하여 성체 조배를 하며 이렇게 기도하였습니다. ‘하느님, 본당 신부 경험도 없고 나이도 어린 저로서는 착한 목자가 될 자신이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너무나 막막합니다.’ 그런데 마음속에서 이런 울림이 느껴졌습니다. ‘루카야, 네가 이 공동체의 목자더냐? 그렇지 않다. 내가 이 성당의 목자다. 너는 목자가 되기에 앞서 먼저 나의 어린양이 되어 주려무나. 양이 목자의 소리를 알아듣듯이 그저 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무나.’
저는 이 메시지에 위로와 용기를 얻고 미사를 통하여 날마다 주어지는 하느님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자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분 말씀을 제 사목의 등불로 삼고 지내다 보니 어리숙하고 부족하였지만 그래도 본당 신부로 행복하게 살 수 있었습니다. 공동체에서 하느님이 되지 않으려는 태도는 우리를 지나친 책임감에서 자유롭게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