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3월 14일 일요일

[자] 사순 제4주일

이 미사에서는 보라색 또는 분홍색 제의를 입는다. 악기를 사용할 수 있고, 제대에 꽃 장식을 할 수 있다.
<파스카 성야에 그리스도교 입문 성사들을 받을 예비 신자들을 위한 세례 준비로 둘째 수련식을 이 주일에 거행한다. 이 수련식에서는 고유 기도문과 고유 전구를 사용한다.>

오늘 전례 

▦ 오늘은 사순 제4주일입니다. 선하고 진실하신 하느님께서는 끝없이 방황하는 이들을 회개하도록 부르시고, 성자의 십자가로 악의 상처를 낫게 하십니다. 우리는 은총으로 새로운 영을 받아 주님의 영원한 사랑에 응답해야 합니다.

입당송 이사 66,10-11 참조

즐거워하여라, 예루살렘아. 그를 사랑하는 이들아, 모두 모여라. 슬퍼하던 이들아,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위로의 젖을 먹고 기뻐 뛰리라.

본기도 

하느님,
말씀이신 성자를 통하여 오묘하게 인류를 구원하셨으니
그리스도인들이 다가오는 파스카 축제를
열렬한 믿음과 정성으로 준비하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천주로서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말씀의 초대 

페르시아 임금 키루스는 온 나라에 명을 내리고 칙서를 반포하여 이스라엘 백성을 해방시켜 예루살렘 성전을 재건하게 한다(제1독서). 바오로 사도는, 우리는 믿음을 통하여 은총으로 구원을 받았으며 이는 하느님의 선물이라고 한다(제2독서). 예수님께서는 니코데모에게,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라고 하신다(복음).

제1독서

<이스라엘 백성의 유배와 해방으로 주님의 분노와 자비가 드러난다.>
▥ 역대기 하권의 말씀입니다.
36,14-16.19-23
그 무렵 14 모든 지도 사제와 백성이
이방인들의 온갖 역겨운 짓을 따라 주님을 크게 배신하고,
주님께서 친히 예루살렘에서 성별하신 주님의 집을 부정하게 만들었다.
15 주 그들 조상들의 하느님께서는 당신 백성과 당신의 처소를 불쌍히 여기셨으므로,
당신의 사자들을 줄곧 그들에게 보내셨다.
16 그러나 그들은 하느님의 사자들을 조롱하고 그분의 말씀을 무시하였으며,
그분의 예언자들을 비웃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주님의 진노가 당신 백성을 향하여 타올라
구제할 길이 없게 되었다.
19 그들은 하느님의 집을 불태우고 예루살렘의 성벽을 허물었으며,
궁들을 모두 불에 태우고 값진 기물을 모조리 파괴하였다.
20 그리고 칼데아 임금은 칼을 피하여 살아남은 자들을 바빌론으로 유배시켜,
그와 그 자손들의 종이 되게 하였는데,
이는 페르시아 제국이 통치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21 그리하여 주님께서 예레미야의 입을 통하여 하신 말씀이 이루어졌다.
“이 땅은 밀린 안식년을 다 갚을 때까지
줄곧 황폐해진 채 안식년을 지내며 일흔 해를 채울 것이다.”
22 페르시아 임금 키루스 제일년이었다.
주님께서는 예레미야의 입을 통하여 하신 말씀을 이루시려고,
페르시아 임금 키루스의 마음을 움직이셨다.
그리하여 키루스는 온 나라에 어명을 내리고 칙서도 반포하였다.
23 “페르시아 임금 키루스는 이렇게 선포한다.
주 하늘의 하느님께서 세상의 모든 나라를 나에게 주셨다.
그리고 유다의 예루살렘에 당신을 위한 집을 지을 임무를 나에게 맡기셨다.
나는 너희 가운데 그분 백성에 속한 이들에게는
누구나 주 그들의 하느님께서 함께 계시기를 빈다. 그들을 올라가게 하여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시편 137(136),1-2.3.4-5.6(◎ 6ㄴㄹ)

◎ 내가 너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내 혀가 입천장에 달라붙으리라.
○ 바빌론 강 기슭 거기에 앉아 시온을 그리며 눈물짓노라. 그 언덕 버드나무 가지에 우리의 비파를 걸었노라. ◎
○ 우리를 포로로 잡아간 자들이 노래를 부르라 하는구나. 압제자들이 흥을 돋우라 을러대는구나. “시온의 노래를 불러라. 우리에게 한 가락 불러 보아라.” ◎
○ 우리 어찌 남의 나라 낯선 땅에서 주님의 노래 부를 수 있으랴? 예루살렘아, 너를 잊는다면, 내 오른손이 굳어 버리리라. ◎
○ 내가 만일 예루살렘 너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너를 가장 큰 기쁨으로 삼지 않는다면, 내 혀가 입천장에 달라붙으리라. ◎

제2독서

<잘못을 저질러 죽었던 여러분은 은총으로 구원을 받았습니다.>
▥ 사도 바오로의 에페소서 말씀입니다.
2,4-10
형제 여러분, 4 자비가 풍성하신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신 그 큰 사랑으로,
5 잘못을 저질러 죽었던 우리를 그리스도와 함께 살리셨습니다.
─ 여러분은 이렇게 은총으로 구원을 받은 것입니다. ─
6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우리를 그분과 함께 일으키시고 그분과 함께 하늘에 앉히셨습니다.
7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우리에게 베푸신 호의로, 당신의 은총이 얼마나 엄청나게 풍성한지를
앞으로 올 모든 시대에 보여 주려고 하셨습니다.
8 여러분은 믿음을 통하여 은총으로 구원을 받았습니다.
이는 여러분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9 인간의 행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니 아무도 자기 자랑을 할 수 없습니다.
10 우리는 하느님의 작품입니다.
우리는 선행을 하도록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창조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선행을 하며 살아가도록 그 선행을 미리 준비하셨습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환호송요한 3,16 참조

(◎ 말씀이신 그리스도님, 찬미받으소서.)
○ 하느님은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네.
(◎ 말씀이신 그리스도님, 찬미받으소서.)

복음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3,14-21
그때에 예수님께서 니코데모에게 말씀하셨다.
14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들어 올린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들어 올려져야 한다.
15 믿는 사람은 누구나 사람의 아들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
16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
17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
18 아들을 믿는 사람은 심판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믿지 않는 자는 이미 심판을 받았다.
하느님의 외아들의 이름을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19 그 심판은 이러하다.
빛이 이 세상에 왔지만,
사람들은 빛보다 어둠을 더 사랑하였다.
그들이 하는 일이 악하였기 때문이다.
20 악을 저지르는 자는 누구나 빛을 미워하고 빛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자기가 한 일이 드러나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21 그러나 진리를 실천하는 이는 빛으로 나아간다.
자기가 한 일이 하느님 안에서 이루어졌음을 드러내려는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보편 지향 기도

<각 공동체 스스로 준비한 기도를 바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1. 교회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자비하신 주님, 사순 시기를 지내는 교회를 굽어보시어, 교회가 가난한 이들과 약한 이들을 위하여 기도하고, 자선과 단식을 실천하며, 회개의 때를 잘 보낼 수 있도록 이끌어 주소서.

2. 세계 평화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평화의 주님, 내전으로 고통을 겪는 나라들을 굽어보시어, 이들이 폭력과 총성을 멈추고 대화하게 하시며,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 평온한 일상을 되찾도록 도와주소서.

3. 병고에 시달리는 이들과 그 가족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치유자이신 주님, 병고에 시달리는 이들을 돌보아 주시어, 몸과 마음의 병을 낫게 하시고, 가족들을 위로해 주소서. 또한 말기 환자들이 존엄사의 유혹을 물리칠 수 있도록 용기를 주시며, 고통을 잘 이겨 낼 수 있도록 주님의 손길로 어루만져 주소서.

4. 본당 공동체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빛이신 주님, 저희 본당 공동체에 진리의 은총을 주시어, 주님의 뜻에 어긋나는 말과 행동을 삼가고, 주님의 가르침대로 살아가며 주님의 빛을 드러내게 하소서.

예물 기도 

주님,
기쁜 마음으로 이 예물을 바치며 간절히 비오니
저희가 올바른 마음으로 천상 영약인 성체를 기리며
세상의 구원을 위하여 이 제사를 정성껏 드리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감사송

<사순 감사송 1 : 사순 시기의 영성적 의미>
거룩하신 아버지,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주 하느님,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언제나 어디서나 아버지께 감사함이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아버지께서는 신자들이 더욱 열심히 기도하고 사랑을 실천하여
해마다 깨끗하고 기쁜 마음으로 파스카 축제를 맞이하게 하셨으며
새 생명을 주는 구원의 신비에 자주 참여하여
은총을 가득히 받게 하셨나이다.
그러므로 천사와 대천사와 좌품 주품 천사와
하늘의 모든 군대와 함께
저희도 주님의 영광을 찬미하며 끝없이 노래하나이다.
<또는>
<사순 감사송 2 : 참회>
거룩하신 아버지,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주 하느님,
언제나 어디서나 아버지께 감사함이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아버지께서는 자녀들의 마음을 다시 깨끗하게 하시려고
구원과 은총의 시기를 특별히 마련하시어
그릇된 욕망에서 벗어나 덧없는 일을 피하고
영원한 구원을 향하여 힘쓰게 하셨나이다.
그러므로 모든 천사와 성인과 함께
저희도 주님을 찬미하며 끝없이 노래하나이다.

영성체송 시편 122(121),3-4 참조

예루살렘은 튼튼한 도성, 견고하게 세워졌나이다. 그리로 지파들이 올라가나이다, 주님의 지파들이 올라가나이다. 주님, 당신 이름 찬양하러 올라가나이다.

영성체 후 묵상 

▦ 하느님께서 당신 아드님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구원하시려는 것입니다. 자기가 한 일이 드러날까 두려워하는 이는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멀리하지만, 진리를 실천하는 이는 자기가 한 일이 하느님 안에서 이루어졌음을 드러내려고 빛으로 나아갑니다.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하느님,
이 세상 모든 사람을 비추시니
은총의 빛으로 저희 마음도 밝혀 주시어
저희가 언제나 하느님 뜻에 맞는 것을 생각하며
하느님을 진정으로 사랑하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백성을 위한 기도 

주님,
주님께 탄원하는 이들을 지켜 주시고
약한 이들의 힘을 북돋아 주시며
세상의 어둠 속에서 방황하는 이들을
언제나 주님 빛으로 이끄시고
온갖 악에서 인자로이 구해 주시어
모두 완전한 행복에 이르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오늘의 묵상 

세상이 어둠으로 덮여 있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디에서인가 빛이 나타나고 조그마한 빛줄기가 새어 들어옵니다. 확실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그리스도 우리의 빛”이라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 빛이 이제 세상으로 퍼져 나갑니다. 한 사람에게서 바로 옆 사람에게, 또 그 사람은 자신의 옆 사람에게 그 빛을 전합니다. 어둠으로 가득 차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곳이 이제 모든 사람의 손에 들려 있는 조그마한 빛으로 환히 밝혀집니다. 얼마 뒤에 있을 ‘주님 부활 대축일 파스카 성야’에 거행할 ‘빛의 예식’입니다. 이 예식은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세상을 구원하시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삶은 어둠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주위의 작은 이에게 관심을 가지기보다 이기적인 무관심으로 자신만을 생각합니다. 자신이 더 얻고 많이 가지고자 누군가를 짓밟고 뭉개며, 이 과정에서 써먹은 거짓과 술수는 미덕이라 생각합니다. 이렇듯 분열과 분쟁은 우리의 일상이 되어 버립니다. 이제 그리스도의 빛이 세상에 왔습니다. 약하지만 한 줄기의 빛으로 어둠을 이겨 내려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 한 분만의 힘으로는 부족합니다. 세상은 여전히 어둡습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의 빛을 나누어 받고 그 빛대로 살아갈 때, 그리고 그 빛을 한 사람씩 나누어 가질 때에야 비로소 세상은 점차 밝아집니다. 나 혼자만 밝아진다고 좋아하기보다는 그 빛을 나누어야 합니다. 그럴 때 세상은 환히 밝아질 것입니다. 
어둠을 이겨 내는 방법은 오직 그 방법뿐입니다. 누군가는 그리스도의 빛을 손안에 받았지만, 어둠이 좋다며 그 빛을 꺼리고 외면합니다. 어떤 이는 빛을 받았지만, 빛을 어떻게 전할지 몰라 함지 속에 넣어 둡니다. 또 다른 이는 빛이 너무 밝아 눈이 부시다며 갓을 씌워 빛을 가리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세상을 구원하시러 빛으로 오셨지만, 우리는 스스로 그 빛으로 나아가기를 거부해 버립니다. 이것이 곧 심판입니다. 심판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갈라놓으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하느님에게서 멀어지는 것이고 하느님께 가까이 가지 않으려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지금 심판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는 않는지 자신을 들여다 봅시다. 

(최종훈 토마스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