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3월 25일 목요일
[백]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은 말 그대로 주님의 탄생 예고를 기념하는 날이다. 예전에는 ‘성모 영보 대축일’이라고 하였는데, ‘영보’(領報)는 성모님께서 예수님의 잉태 소식을 천사에게서 들으셨다는 뜻이다. 예수님께서 성모님의 태중에서 아홉 달을 계셨다고 믿었으므로 이 대축일의 날짜는 주님 성탄 대축일에서 아홉 달을 거슬러 가 계산한 것이다.
오늘 전례
▦ 오늘은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입니다. 나자렛의 마리아는 하느님의 총애로 구세주를 잉태하리라는 말을 믿음으로 받아들입니다. 우리도 주님의 종 마리아를 본받아,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하고 응답하는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입당송 히브 10,5.7 참조
본기도
말씀의 초대
이사야 예언자는, 젊은 여인이 잉태하여 아들을 낳고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할 것이라고 한다(제1독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유일한 희생 제사를 통하여 우리를 거룩하게 하셨다(제2독서). 가브리엘 천사는 마리아를 찾아가 성령으로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라고 한다(복음).
제1독서
<보십시오, 젊은 여인이 잉태할 것입니다.>7,10-14; 8,10ㄷ
화답송시편 40(39),7-8ㄱㄴ.8ㄷ-9.10.11(◎ 8ㄴ과 9ㄱ 참조)
제2독서
<하느님! 두루마리에 저에 관하여 기록된 대로 저는 당신의 뜻을 이루러 왔습니다.>10,4-10
복음 환호송요한 1,14
복음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다.>1,26-38
예물 기도
감사송
<주님의 축일과 신비 감사송 2 : 강생의 신비(3월 25일)>영성체송 이사 7,14 참조
영성체 후 묵상
▦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는 천사의 말에, 마리아는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하고 응답합니다. 믿음에 찬 순명으로 하느님의 뜻에 따라 당신 몸을 바치심으로써, 우리를 거룩하게 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탄생하십니다.
영성체 후 기도
오늘의 묵상
세상에는 지금도 삶과 죽음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어딘가에서는 사고로, 전쟁으로, 무관심으로, 미움과 욕심으로 사람들이 죽어 나갑니다. 그런데 또 어딘가에서는 사랑으로, 믿음으로, 위로와 배려로, 희생으로 또 다른 생명을 얻어 새로운 삶을 살아갑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각자의 삶에도 삶과 죽음이 연결되어 있고, 또 우리 곁에 삶과 죽음이 가까이 있음을 알아 갑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시기심과 질투로, 이기심과 욕심으로 누군가를 짓밟고 죽이며 살아가기도 하지만, 누군가를 사랑하고 배려하며 위로하고 안아 주면서 새로운 삶으로 이끌어 주기도 합니다. 이렇게 우리는 저마다 행동으로 삶과 죽음을 반복합니다.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면서 보내는 사순 시기, 유다인들의 시기와 욕심으로 예수님을 죽이려는 음모와 술수가 난무하는 이 사순 시기에 생명의 탄생을, 새로운 구원의 삶을 가져다주는 예수님의 탄생을 예고하는 대축일을 지냅니다. 그런데 그 새로운 생명의 탄생 예고에도 우리네 하루처럼 삶과 죽음의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천사의 알림은 젊은 약혼녀의 죽음을 뜻합니다. 천사를 보고 죽음의 두려움을 체험한 마리아는 모든 것을 거부할 수 있었습니다. 더 편하고 더 안정적인 삶을 살고자 마리아는 아무런 응답도 행동도 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만약 마리아가 천사의 말을 거부하였다면 그 마음은 예수님을 시기하여 음모를 꾸미고 군중을 선동하였던 유다인과 별반 다르지 않은 마음일 것입니다. 자신만 살려고 누군가를 죽이려는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마리아는 모든 것을 받아들입니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이 한마디로 자신을 희생하고 내어놓음으로써 모든 사람을 살리게 됩니다. 우리의 선택과 결정으로 누군가를 죽이는 길을 갈 수도 있고, 아니면 희생과 죽음으로 다른 사람을 살리는 길을 갈 수도 있습니다. 자신을 죽이는 것, 두렵지만 믿고 내어놓는 것이 영원한 생명을 살아가는 우리의 선택이 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