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6월 06일 일요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은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예수님의 사랑을 기억하는 날이다. 이날 교회는 예수님께서 성목요일에 성체성사를 제정하신 것과, 사제가 거행하는 성체성사로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화되어 우리 가운데 계시는 주님의 현존을 기념하고 묵상한다.
보편 교회는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 다음 목요일에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을 의무 축일로 지내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사목적 배려로 주일로 옮겨 지낸다.
오늘 전례
▦ 오늘은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대사제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우리와 구원의 계약을 맺으셨습니다. 당신의 살과 피를 우리에게 내어 주신 새 계약의 중개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거룩한 성체와 성혈을 기리며 미사에 참여합시다.
입당송 시편 81(80),17
본기도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나이다.
말씀의 초대
모세는 번제물로 올린 소의 피를 가져다가 백성에게 뿌리며, 주님께서 그들과 맺으신 계약의 피라고 한다(제1독서). 히브리서의 저자는, 그리스도께서는 대사제로 당신의 피를 가지고 단 한 번 성소에 들어가시어 영원한 해방을 얻으셨다고 한다(제2독서). 예수님께서는 파스카 음식을 드시면서, 빵과 포도주를 제자들에게 주시며 당신의 몸과 피라고 하신다(복음).
제1독서
<이는 주님께서 너희와 맺으신 계약의 피다.>24,3-8
화답송시편 116(114─115),12-13.15와 16ㄷㄹ.17-18(◎ 13)
제2독서
<그리스도의 피는 우리의 양심을 깨끗하게 할 것입니다.>9,11-15
부속가
<21절부터 시작하여 짧게 할 수도 있다.>복음 환호송요한 6,51 참조
복음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14,12-16.22-26
보편 지향 기도
<각 공동체 스스로 준비한 기도를 바치는 것이 바람직하다.>1. 교회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전능하신 주님, 주님의 교회를 이끌어 주시어, 교회의 모든구성원이 혼인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을 바른 삶의 방향으로 이끌고, 포용과 신의와 인내로 사랑을 키워 나가는 데 도움을 주게 하소서.
2. 세계의 지도자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지혜이신 주님, 세계 지도자들을 살펴 주시어, 그들이 자국의 이익만을 앞세우기보다, 주님의 피조물인 지구와 인류의 안전과 평화를 위하여 힘쓰게 하소서.
3. 6·25 전쟁으로 희생된 영혼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위로의 원천이신 주님, 6·25 전쟁으로 무고하게 희생된 많은 영혼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시고, 전쟁의 상처가 남아 있는 한반도가 평화의 땅이 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소서.
4. 교구(대리구, 수도회) 공동체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사랑이신 주님, 저희 교구(대리구, 수도회) 공동체를 굽어살피시어, 차별 없이 누구나 사랑하신 예수 성심을 본받아 모든 이가 사랑으로 하나 되는 공동체를 이루도록 도와주소서.
예물 기도
감사송
<성찬 감사송 2 : 지극히 거룩한 성찬의 열매>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언제나 어디서나 아버지께 감사함이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참되고 영원한 사제이신 그리스도께서는
길이 지속되는 제사를 제정하시어
먼저 자신을 아버지께 구원의 제물로 봉헌하시고
저희도 당신을 기억하여 봉헌하도록 명하셨나이다.
저희를 위하여 희생되신 주님의 살을 받아 먹어
저희는 튼튼해지고
저희를 위하여 흘리신 주님의 피를 받아 마시어
저희는 깨끗해지나이다.
그러므로 천사와 대천사와 좌품 주품 천사와 하늘의 모든 군대와 함께
저희도 주님의 영광을 찬미하며 끝없이 노래하나이다.
영성체송 요한 6,56 참조
영성체 후 묵상
▦ “전지전능 주 예수님, 이 세상에 죽을 인생, 저세상에 들이시어, 하늘 시민 되게 하고, 주님 밥상 함께 앉는, 상속자로 만드소서.” 오늘 미사의 부속가인 성체 송가의 한 구절입니다. 주님의 밥상에 함께 앉는 하늘의 시민답게 우리도 자신을 내어 주며 살아가기로 다짐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오늘의 묵상
우리가 미사 안에서 만나게 되는 성체와 성혈의 의미는 하느님의 사랑 그 자체입니다.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과 계약을 맺으실 때는, 짐승의 피로 계약을 맺으셨습니다. 그것은 옛 계약, 곧 구약입니다. 구약에서 시작된 구원의 역사는 이제 예수님의 탄생으로 절정에 이릅니다. 그리고 더는 짐승의 피가 아닌, 예수님의 피로 모든 사람을 위한 새로운 계약을 하느님께서 맺으십니다. 새로운 계약, 곧 신약입니다.
계약이라는 조금은 경직된 형식의 언어가 사용되지만, 이 계약 안에는 사람을 향한, 나를 위한 하느님의 따뜻함이 담겨 있습니다. 나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 예수님의 자기희생과 내어 줌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성체와 성혈은, 하느님과 예수님과 일치를 이루어 주는 큰 신비를 담고 있는 것이지요.
이 큰 사랑의 신비를 우리는 비교적 손쉽게(?) 미사 안에서 마주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드님의 살과 피를 우리에게 내어 주시고자 구약의 긴 역사가 필요하셨습니다. 한두 세대가 아니라 수천 년의 기나긴 시간입니다. 아울러 사람을 향한 예수님의 사랑과 따뜻함이 필요하셨습니다. 사람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필요하셨습니다. 사람을 위해서, 그들의 구원을 위해서 기꺼이 헌신하겠다는 예수님의 자기 결심이 필요하셨습니다. 구약에서 시작된 긴 역사와, 죽음에 이르기까지 온갖 멸시와 고난을 당하신 예수님의 철저한 자기희생이 없었다면 결코 가능할 수 없었던 사건입니다. 그 사랑의 절정을 성체와 성혈이 품고 있습니다. 주님의 몸을 우리는 어떠한 마음으로 마주하고 있는지요? 나를 향한 하느님의 따뜻함과 품어 줌의 절정, 그것이 우리가 참례하는 미사 가운데 이루어집니다. 그 사랑의 표지가 바로 우리가 미사에 참례하는 것만으로도 만날 수 있는 주님의 보배로운 몸과 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