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17일 일요일

[녹] 연중 제29주일

오늘 전례 

▦ 오늘은 연중 제29주일입니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섬기는 사람이 되라고 하십니다. 자신을 낮추며 봉사하는 삶을 살라는 말씀입니다. 섬기는 삶은 은총의 삶입니다. 주님께서는 봉사하는 이들에게 당신의 복을 풍성히 내려 주십니다. 나눔과 섬김의 생활을 묵상하며 미사를 봉헌합시다.

입당송 시편 17(16),6.8 참조

하느님, 당신이 응답해 주시니, 제가 당신께 부르짖나이다. 귀 기울여 제 말씀 들어 주소서. 주님, 당신 눈동자처럼 저를 보호하소서. 당신 날개 그늘에 저를 숨겨 주소서.

본기도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하느님,
저희가 언제나 성실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정성껏 섬기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천주로서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말씀의 초대 

이사야 예언자는, 의인이 자신을 속죄 제물로 내놓으면, 그가 후손을 보며 오래 살고 그를 통하여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리라고 전한다(제1독서). 바오로 사도는, 확신을 가지고 은총의 어좌로 나아가면 필요한 때에 우리의 대사제이신 예수 그리스도께 은총을 받게 될 것이라고 한다(제2독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오른쪽과 왼쪽에 앉게 해 달라고 청하는 야고보와 요한에게 사람의 아들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많은 이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고 말씀하신다(복음).

제1독서

<그가 자신을 속죄 제물로 내놓으면 그는 후손을 보며 오래 살리라.>
▥ 이사야서의 말씀입니다.
53,10-11
10 그를 으스러뜨리고자 하신 것은 주님의 뜻이었고
그분께서 그를 병고에 시달리게 하셨다.
그가 자신을 속죄 제물로 내놓으면 그는 후손을 보며 오래 살고
그를 통하여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리라.
11 그는 제 고난의 끝에 빛을 보고 자기의 예지로 흡족해하리라.
의로운 나의 종은 많은 이들을 의롭게 하고 그들의 죄악을 짊어지리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시편 33(32),4-5.18-19.20과 22(◎ 22 참조)

◎ 주님, 저희가 당신께 바라는 그대로 자애를 베푸소서.
○ 주님의 말씀은 바르고, 그 하신 일 모두 진실하다. 주님은 정의와 공정을 좋아하시네. 그분의 자애가 온 땅에 가득하네. ◎
○ 보라, 주님의 눈은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에게, 당신 자애를 바라는 이들에게 머무르신다. 죽음에서 그들의 목숨 건지시고, 굶주릴 때 살리려 하심이네. ◎
○ 주님은 우리 도움, 우리 방패. 우리 영혼이 주님을 기다리네. 주님, 저희가 당신께 바라는 그대로, 당신 자애를 저희에게 베푸소서. ◎

제2독서

<확신을 가지고 은총의 어좌로 나아갑시다.>
▥ 히브리서의 말씀입니다.
4,14-16
형제 여러분, 14 우리에게는 하늘 위로 올라가신 위대한 대사제가 계십니다.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이십니다.
그러니 우리가 고백하는 신앙을 굳게 지켜 나아갑시다.
15 우리에게는 우리의 연약함을 동정하지 못하는 대사제가 아니라,
모든 면에서 우리와 똑같이 유혹을 받으신,
그러나 죄는 짓지 않으신 대사제가 계십니다.
16 그러므로 확신을 가지고 은총의 어좌로 나아갑시다.
그리하여 자비를 얻고 은총을 받아 필요할 때에 도움이 되게 합시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환호송마르 10,45 참조

◎ 알렐루야.
○ 사람의 아들은 섬기러 왔고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
◎ 알렐루야.

복음

<사람의 아들은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0,35-45
그때에 35 제베대오의 두 아들 야고보와 요한이 예수님께 다가와,
“스승님, 저희가 스승님께 청하는 대로
저희에게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하고 말하였다.
36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내가 너희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 하고 물으시자,
37 그들이 “스승님께서 영광을 받으실 때에 저희를 하나는 스승님 오른쪽에,
하나는 왼쪽에 앉게 해 주십시오.” 하고 대답하였다.
38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너희는 너희가 무엇을 청하는지 알지도 못한다.
내가 마시는 잔을 너희가 마실 수 있으며,
내가 받는 세례를 너희가 받을 수 있느냐?” 하고 물으셨다.
39 그들이 “할 수 있습니다.” 하고 대답하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마시는 잔을 너희도 마시고, 내가 받는 세례를 너희도 받을 것이다.
40 그러나 내 오른쪽이나 왼쪽에 앉는 것은 내가 허락할 일이 아니라,
정해진 이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41 다른 열 제자가 이 말을 듣고 야고보와 요한을 불쾌하게 여기기 시작하였다.
42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가까이 불러 이르셨다.
“너희도 알다시피 다른 민족들의 통치자라는 자들은 백성 위에 군림하고,
고관들은 백성에게 세도를 부린다.
43 그러나 너희는 그래서는 안 된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44 또한 너희 가운데에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
45 사실 사람의 아들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또는>
<사람의 아들은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0,42-45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열두 제자를 42 가까이 불러 이르셨다.
“너희도 알다시피 다른 민족들의 통치자라는 자들은 백성 위에 군림하고,
고관들은 백성에게 세도를 부린다.
43 그러나 너희는 그래서는 안 된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44 또한 너희 가운데에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
45 사실 사람의 아들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보편 지향 기도

<각 공동체 스스로 준비한 기도를 바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1. 교회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구원자이신 주님, 전교의 달을 지내는 교회에 용기와 지혜의 은총을 주시어, 두려움 없이 열정을 다하여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하며,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이 되게 하소서.

2. 우리나라의 평화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평화의 주님, 분단으로 오랜 시간 참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저희 겨레를 굽어보시어, 남과 북이 대화하며 진심을 전하고, 화해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3. 노인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인자하신 주님, 자연의 순리에 따라 노인이 된 이들에게 주님의 은총을 베풀어 주시어, 경험과 지혜를 바탕으로 아름다운 노년을 맞이하며, 건강하고 즐겁게 살아가게 하소서.

4. 가정 공동체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거룩하신 주님, 예수님을 그리스도라고 고백하는 가정 공동체에 강복하시어, 물려받은 신앙을 지키고 키우며 화목하게 살아가고, 그 신앙을 널리 전하게 하소서.

예물 기도 

주님,
저희가 자유로운 마음으로 이 예물을 바치오니
주님의 은총으로 저희를 씻으시어
저희가 주님께 드리는 이 성찬의 제사로 더욱 깨끗해지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감사송

<연중 주일 감사송 6 : 영원한 파스카의 보증>
거룩하신 아버지,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주 하느님,
언제나 어디서나 아버지께 감사함이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저희는 주님 안에서 숨 쉬고 움직이며 살아가오니
이 세상에서 날마다 주님의 인자하심을 체험할 뿐 아니라
영원한 생명을 보장받고 있나이다.
주님께서는 성령을 통하여
예수님을 죽은 이들 가운데서 일으키셨으니
성령의 첫 열매를 지닌 저희에게도
파스카 신비가 영원히 이어지리라 희망하고 있나이다.
그러므로 저희도 모든 천사와 함께 주님을 찬미하며
기쁨에 넘쳐 큰 소리로 노래하나이다.

영성체송 시편 33(32),18-19 참조

보라, 주님의 눈은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에게, 당신 자애를 바라는 이들에게 머무르신다. 주님은 죽음에서 목숨을 건지시고, 굶주릴 때 먹여 살리신다.
<또는>
마르 10,45 참조
사람의 아들은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

영성체 후 묵상 

▦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첫째가 되려는 사람 또한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합니다. 오늘 복음의 가르침입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이끌어 주시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겸손과 봉사는 은총이며 하늘이 내리는 축복입니다. 은총에 합당한 사람이 될 것을 다짐합시다.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저희가 천상 잔치에 자주 참여하여
현세에서 도움도 받고 영원한 신비도 배우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오늘의 묵상 

이스라엘 백성은, 메시아를 강력한 힘과 권능을 가지고 현재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존재로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그들과는 달리, 메시아를 세상의 통치자며 권력자로 생각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반대의 메시아를 제시하십니다. 
오늘 제1독서는 성주간에 듣게 되는 고난받는 ‘주님의 종’의 넷째 노래입니다. 자신의 죄로 말미암아 고통과 고난을 받는 것 같았지만, 그가 받은 고통은 주님의 뜻이었고, 그의 고통을 통해서 많은 이가 구원에 이르게 된다는 ‘대속’(代贖)의 의미가 담긴 노래입니다. 하느님께서 보내 주실 메시아는 강한 힘을 가지고 현세를 개혁하는 혁명가가 아니라 다른 이들의 죄를 대신하여 매 맞고 고통당하는 이였습니다(이사 52,13―53,12 참조).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예수님께서 그 고난의 길을 온전히 걸어가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수백 년 전 이사야 예언자가 선포한 말씀이 바로 당신을 위한 것임을 너무나도 잘 아셨기에, 예언의 완성을 위해서 그 길을 가셨습니다. 
말씀을 완성하시고자 온갖 수난과 고통을 인내하시며 ‘대속’의 길을 가신 예수님께서는, 아끼던 제자들이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자 애쓰는 모습을 보셨을 때 마음이 어떠셨을까요? 그 과정에서 서로 마음 상하는 제자들의 모습이 예수님을 얼마나 힘들게 하였을까요? 우리는 지금 어떤 메시아를 생각하고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원하던 힘과 권능을 지닌 메시아를 예수님에게서 바라고 있지는 않은지요. 그러한 바람은 우리 사이에 분쟁을 일으키고 예수님을 다시 십자가에 못 박을 뿐이라는 사실을 오늘 복음은 알려 줍니다. 누구나 탐내는 첫자리에 진정으로 오르고 싶다면,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박형순 바오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