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21일 목요일
[녹] 연중 제29주간 목요일
입당송 시편 17(16),6.8 참조
본기도
말씀의 초대
바오로 사도는, 죄가 주는 품삯은 죽음이지만 하느님의 은사는 영원한 생명이라고 한다(제1독서). 예수님께서는 당신께서 세상에 불을 지르러 오셨고, 평화가 아니라 분열을 일으키러 오셨다고 하시며, 한 집안의 식구들이 갈라져 맞서리라고 하신다(복음).
제1독서
<이제 여러분은 죄에서 해방되고 하느님의 종이 되었습니다.>6,19-23
화답송시편 1,1-2.3.4와 6(◎ 40〔39〕,5ㄱㄴ)
복음 환호송필리 3,8-9 참조
복음
<나는 평화를 주러 온 것이 아니라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12,49-53
예물 기도
영성체송 시편 33(32),18-19 참조
마르 10,45 참조
영성체 후 묵상
영성체 후 기도
오늘의 묵상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불’과 ‘분열’에 대한 말씀을 듣게 됩니다. 구약에서부터 불은 하느님 심판의 도구였습니다. 소돔과 고모라에 퍼부은 불이 그러하였고(창세 19,24 참조), 오십인대장과 그 부하들을 삼켜 버린 엘리야의 불이 그러하였습니다(2열왕 1,10-14 참조). 그뿐이 아닙니다. 예수님의 제자 야고보와 요한은 사마리아의 한 마을에서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않자, 하늘에서 불을 내려 그들을 불살라 버릴지 예수님께 여쭈었습니다(루카 9,54 참조). 이처럼 불은 우리에게 하느님의 심판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런데 성경에서 불은 심판의 의미만 지니지 않습니다. 불에 타는데도 타서 없어지지 않는 떨기나무는 하느님의 현존을 드러내었고(탈출 3,2-3 참조), 병들거나 해로운 것들을 태워 정화하기도 하였습니다(레위 13,52 참조).
그렇다면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불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세상에 오신 이유는 구원이었기에,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불은 심판의 의미만이 아니라 구원의 의미도 지니고 있습니다. 따라서 불은,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이들에게는 구원이, 반대의 길을 걷는 이들에게는 심판이 되는 것이지요. 모든 것은 예수님을 대하는 사람의 태도에 달려 있습니다.
또한 예수님께서는 당신께서 분열을 일으키러 오셨다고 말씀하십니다. 분열은 대개 가장 작은 공동체인 가정에서 시작합니다. 아버지와 아들, 어머니와 딸,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서 일어나는 분열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의도하신 분열의 의미는, 혈연이 아닌 예수님을 중심으로 새로운 하느님 백성 공동체를 이루려는 ‘가치의 전환’입니다. 태생적으로 주어진 가족 공동체가 아닌, 예수 그리스도라는 새로운 기준으로 구성원들이 모인 공동체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이미 붙이신 불, 그 불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습니까? 모든 것을 태워 버리는 심판의 불인가요? 아니면 하느님 안에서 가슴 뛰게 만드는 열정의 불인가요? 예수님을 우리 삶 한가운데에 모실 때, 우리는 마음에 구원의 불을 안고, 분열이 아닌 일치를 향하여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