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14일 화요일
[백] 십자가의 성 요한 사제 학자 기념일
십자가의 요한 성인은 1542년 무렵 에스파냐 아빌라의 폰티베로스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매우 가난하였던 그는 가르멜 수도회에 입회하여 수도 생활을 하다가 사제가 되었다. 그 뒤 요한은 ‘아빌라의 성녀’로 잘 알려진 예수의 데레사 성녀와 함께 가르멜 수도회의 개혁을 추진하면서 영성 생활의 스승 역할을 하였다. 1591년 세상을 떠난 그는 1726년에 시성되었고, 1926년에 ‘교회 학자’로 선포되었다. 교회의 위대한 신비가인 십자가의 요한 성인이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쓴 『가르멜의 산길』, 『어두운 밤』, 『영혼의 노래』 등은 영성 신학의 고전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입당송 갈라 6,14 참조
본기도
말씀의 초대
스바니야는, 주님께서 예루살렘 한가운데에 가난하고 가련한 백성을 남기시리니, 그들은 주님의 이름에 피신하리라고 예언한다(제1독서). 예수님께서는, 요한이 의로운 길을 가르칠 때 믿지 않았던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에게, 요한을 믿은 세리와 창녀들이 그들보다 먼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간다고 하신다(복음).
제1독서
<구세주의 구원이 가난한 모든 사람에게 약속된다.>3,1-2.9-13
화답송시편 34(33),2-3.6-7.17-18.19와 23(◎ 7ㄱ)
복음 환호송
복음
<요한이 왔을 때, 죄인들은 그를 믿었다.>21,28-32
예물 기도
감사송
<대림 감사송 1 : 그리스도의 두 차례 오심>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언제나 어디서나 아버지께 감사함이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그리스도께서 비천한 인간으로 처음 오실 때에는
구약에 마련된 임무를 완수하시고
저희에게 영원한 구원의 길을 열어 주셨나이다.
그리고 빛나는 영광 중에 다시 오실 때에는
저희에게 반드시 상급을 주실 것이니
저희는 지금 깨어 그 약속을 기다리고 있나이다.
그러므로 천사와 대천사와 좌품 주품 천사와
하늘의 모든 군대와 함께
저희도 주님의 영광을 찬미하며 끝없이 노래하나이다.
영성체송 마태 16,24 참조
영성체 후 묵상
영성체 후 기도
오늘의 묵상
십자가의 성 요한 사제는 1542년 스페인 아빌라 근교에서 태어났습니다. 스물한 살이 되던 해 가르멜 수도원에 입회하였고, 스물다섯 살에 사제품을 받았습니다. 그 뒤 요한 성인은 아빌라의 데레사 성녀를 만나, 가르멜회의 개혁 운동을 함께하기로 합니다. 그는 가르멜회 본래의 엄격한 금욕, 극기와 고행, 가난한 생활을 통하여 관상적 수도 생활을 실천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개혁에 반대하던 동료들의 박해를 받아 수도원 독방에 감금되기도 합니다. 감옥은 칠흑같이 어두운 밤과 같았지만, 성인은 바로 그 절망의 끝에서 하느님을 만납니다. 개혁을 시작하며 바꾼 이름인 ‘십자가의 요한’처럼 십자가 안에서 하느님과 깊은 일치를 체험합니다.
십자가의 요한 성인의 영성은 ‘무(無)의 추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것, 전부이시고, 우리 인간은 무(無),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느님이시면서 인간이 되신 예수님께서는 전부이시면서 동시에 아무것도 아닌 무(無)가 되셨습니다. 그렇게 하느님께서 인간이 되심으로써 아무것도 아닌 인간은 새로운 품위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이 되심으로써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무한하신 사랑이 결정적으로 드러났으며, 동시에 인간은 하느님께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인간은 예수 그리스도를 닮고, 그분처럼 살고자 노력하고, 그분과 일치를 이룸으로써 천상에 도달할 수 있게 되었고, 전부이신 하느님과 하나 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랑 그 자체이신 하느님께 나아가고, 그분과 사랑으로 하나 되려면 자신을 벗어나 사랑의 길을 걸어야 합니다. 이 길이 바로 ‘무(無)의 추구’입니다.
빛이신 하느님께 이르기 위해서는 정화가 필요합니다. 어두운 밤을 통하여 우리의 온갖 욕망을 마주하고 정화하여 비워 낸 그 자리에 하느님의 사랑을 가득 채워야 합니다. 그리고 그 사랑의 힘으로 이웃을 섬세하고 자상하게 사랑해야 합니다. 성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생(生)의 황혼 녘에 너를 사랑으로 심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