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02월 09일 수요일
[녹] 연중 제5주간 수요일
입당송 시편 95(94),6-7 참조
본기도
말씀의 초대
솔로몬의 모든 지혜를 지켜본 스바 여왕은, 주님께서 그를 사랑하시어 이스라엘의 왕좌에 앉히시고 공정과 정의를 실천하게 하셨다고 말한다(제1독서). 예수님께서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나쁜 것들이 그 사람을 더럽히고 망치는 것임을 깨우쳐 주신다(복음).
제1독서
<스바 여왕은 솔로몬의 모든 지혜를 지켜보았다.>10,1-10
화답송시편 37(36),5-6.30-31.39-40(◎ 30ㄱ)
복음 환호송요한 17,17 참조
복음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사람을 더럽힌다.>7,14-23
예물 기도
영성체송 시편 107(106),8-9
마태 5,4.6
영성체 후 묵상
영성체 후 기도
오늘의 묵상
더러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누구나 깨끗함을 선호합니다. 아무 때도 묻지 않은 하얀 새 운동화와 누렇게 때가 낀 헌 운동화 가운데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대부분 새 운동화를 선택할 것입니다. 공용 화장실에서도 기왕이면 깨끗한 칸에 들어가려고 합니다. 물론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는 더러움을 기피하는 성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나를 더럽히고 병들게 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더러운 것을 피하도록 몸이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것이기도 하지요.
유다인에게도 ‘정결법’이라는 것이 있어서 깨끗함과 더러움의 구별이 명확하였습니다. 특히 음식과 관련하여 정결한[淨] 짐승과 부정한[不淨] 짐승을 구분하였는데, 부정한 짐승의 고기는 먹지 않을뿐더러 그 주검에 몸이 닿지도 않게 하였습니다(레위 11,1-47; 신명 14,3-21 참조).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정결함과 부정함의 개념을 재정립하십니다. “사람 밖에서 몸 안으로 들어가 그를 더럽힐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그를 더럽힌다.” 다시 말하면 사람 밖에서 인식되는 깨끗함이 사람을 깨끗하게 만드는 것도 아니고, 사람 밖에서 인식되는 더러움이 사람을 더럽히는 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람을 더럽히는 것은 오히려 사람의 마음 안에서 밖으로 나오는 악한 생각들(불륜, 도둑질, 살인, 간음, 탐욕, 악의, 사기, 방탕 등)입니다. 깔끔하거나 정돈된 것을 좋아하는 성향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외적인 깨끗함에는 신경을 쓰면서 정작 우리 내면을 정돈하는 일에는 소홀한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내 집, 내 방, 내 화장실 같은 바깥 공간뿐 아니라 ‘내 마음속 공간’도 매일 깨끗하게 청소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