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09월 16일 금요일

[홍] 성 고르넬리오 교황과 성 치프리아노 주교 순교자 기념일

고르넬리오 성인은 251년에 로마의 주교로 서품되었다. 그는 박해 시기에 배교한 그리스도인들을 다시 공동체에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로마의 사제 노바티아누스 이단에 맞섰고, 카르타고의 주교 치프리아노의 도움으로 자신의 권위를 강화하였다. 갈루스 황제가 252년 6월 다시 그리스도교를 박해하면서 그에게 유배형을 내렸고, 253년 6월 치비타베키아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시신은 로마로 옮겨져 갈리스토 묘지에 묻혔다.
치프리아노 성인은 210년 무렵 카르타고의 이민족 가정에서 태어났다. 246년 무렵 체칠리아노 사제의 영향으로 세례를 받고, 자신의 재산을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세례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제품을 받고, 249년 카르타고의 주교가 되어 어렵고 힘든 시대에 모범적인 덕행과 저술로써 교회를 훌륭히 다스렸다. 발레리아누스 황제의 박해 때 유배당하고, 신임 총독 갈레리우스 막시무스에게 재판받다가, 258년 9월 14일 카르타고 근교에서 참수되어 순교하였다.

입당송 

성인들의 영혼이 하늘에서 기뻐하네.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르고, 그분을 사랑하여 피를 흘렸으니, 그리스도와 함께 끝없이 기뻐 춤추네.
<또는>
이 성인들은 주님을 위하여 영광스럽게 피를 흘렸네. 살아서는 그리스도를 사랑하고, 그분 따라 죽어서는 승리의 월계관을 받았네.

본기도 

하느님,
헌신적인 목자 복된 고르넬리오와 치프리아노를
불굴의 순교자가 되게 하셨으니
그들의 전구로 한결같은 믿음을 길러 주시어
저희가 교회의 일치를 위하여 열심히 노력하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

말씀의 초대 

바오로 사도는 죽은 이들의 부활이 없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그리스도께서 되살아나셨기에 죽은 이들도 되살아날 것이라며 부활을 강조한다(제1독서).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들과 복음을 전하러 다니실 때, 마리아 막달레나, 요안나, 수산나 등이 자기들의 재산으로 예수님의 일행에게 시중을 든다(복음).

제1독서

<그리스도께서 되살아나지 않으셨다면, 여러분의 믿음은 덧없을 것입니다.>
▥ 사도 바오로의 코린토 1서 말씀입니다.
15,12-20
형제 여러분, 12 그리스도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셨다고
우리가 이렇게 선포하는데,
여러분 가운데 어떤 사람들은 어째서 죽은 이들의 부활이 없다고 말합니까?
13 죽은 이들의 부활이 없다면 그리스도께서도 되살아나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14 그리스도께서 되살아나지 않으셨다면,
우리의 복음 선포도 헛되고 여러분의 믿음도 헛됩니다.
15 우리는 또 하느님의 거짓 증인으로 드러날 것입니다.
죽은 이들이 정말로 되살아나지 않는다면
하느님께서 그리스도를 되살리지 않으셨을 터인데도,
하느님께서 그리스도를 되살리셨다고
우리가 하느님을 거슬러 증언한 셈이기 때문입니다.
16 죽은 이들이 되살아나지 않는다면 그리스도께서도 되살아나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17 그리스도께서 되살아나지 않으셨다면, 여러분의 믿음은 덧없고
여러분 자신은 아직도 여러분이 지은 죄 안에 있을 것입니다.
18 그리스도 안에서 잠든 이들도 멸망하였을 것입니다.
19 우리가 현세만을 위하여 그리스도께 희망을 걸고 있다면,
우리는 모든 인간 가운데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일 것입니다.
20 그러나 이제 그리스도께서는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셨습니다.
죽은 이들의 맏물이 되셨습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시편 17(16),1.6-7.8과 15(◎ 15ㄴ 참조)

◎ 주님, 저는 깨어날 때 당신 모습에 흡족하리이다.
○ 주님, 의로운 사연을 들어 주소서. 제 부르짖음을 귀여겨들으소서. 거짓 없는 입술로 드리는 제 기도에 귀 기울이소서. ◎
○ 하느님, 당신이 응답해 주시니, 제가 당신께 부르짖나이다. 귀 기울여 제 말씀 들어 주소서. 놀라우신 당신 자애를 베푸소서. 당신 오른쪽으로 피신하는 이들을 적에게서 구해 주소서. ◎
○ 당신 눈동자처럼 저를 보호하소서. 당신 날개 그늘에 저를 숨겨 주소서. 저는 의로움으로 당신 얼굴 뵈옵고, 깨어날 때 당신 모습에 흡족하리이다. ◎

복음 환호송마태 11,25 참조

◎ 알렐루야.
○ 하늘과 땅의 주님이신 아버지, 찬미받으소서. 아버지는 하늘 나라의 신비를 철부지들에게 드러내 보이셨나이다.
◎ 알렐루야.

복음

<예수님과 함께 있던 여자들은 자기들의 재산으로 예수님의 일행에게 시중을 들었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8,1-3
그때에 1 예수님께서는 고을과 마을을 두루 다니시며,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시고 그 복음을 전하셨다.
열두 제자도 그분과 함께 다녔다.
2 악령과 병에 시달리다 낫게 된 몇몇 여자도 그들과 함께 있었는데,
일곱 마귀가 떨어져 나간 막달레나라고 하는 마리아,
3 헤로데의 집사 쿠자스의 아내 요안나, 수산나였다.
그리고 다른 여자들도 많이 있었다.
그들은 자기들의 재산으로 예수님의 일행에게 시중을 들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또는, 기념일 독서(2코린 4,7-15)와 복음(요한 17,11ㄷ-19)을 봉독할 수 있다.>

예물 기도 

주님,
저희가 거룩한 순교자들의 수난을 기념하여 바치는 이 예물을 받으시고
일찍이 복된 고르넬리오와 치프리아노에게
박해를 이겨 내는 용기를 주셨듯이
저희에게도 온갖 시련을 이겨 내는 힘을 주소서.
우리 주 …….

영성체송 루카 22,28-30 참조

주님이 말씀하신다. 너희는 내가 시련을 겪는 동안 나와 함께 있었으니, 나는 너희에게 나라를 준다. 너희는 내 나라에서 내 식탁에 앉아 먹고 마시리라.
<또는>
보라, 하느님 앞에 성인들이 받을 큰 상이 쌓여 있다. 그들은 그리스도를 위하여 죽었으니 영원히 살리라.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천상 양식을 받아 모시고 간절히 청하오니
저희가 복된 순교자 고르넬리오와 치프리아노를 본받아
성령의 힘으로 굳세어져 복음의 진리를 증언하게 하소서.
우리 주 …….

오늘의 묵상 

예수님께서 사도들과 전도 여행을 다니셨다는 기록은 복음서에서 자주 발견되는데, 유독 오늘 복음은 그 일행 가운데 여인들이 있었다는 사실에 더 집중합니다. 이 여인들은 자기 재산으로 예수님의 일행에게 시중을 들었는데, ‘시중들다’라는 그리스어 단어는 ‘식탁에서의 봉사’를 뜻합니다(루카 10,40; 17,8 참조). 이 여인들은 주님과 사도들과 동행하며, 개인 재산을 털어 음식을 대접하고 생계를 도왔던 재정적 후원자요 복음 선포의 숨은 공신들이었습니다.
루카 복음사가는 세상에서 재물을 올바로 사용하는 방법에 자주 관심을 보이는데(12,15.16-21.33-34; 16,9-12; 19,8), 이 여인들은 가장 훌륭한 예표입니다. 시중을 들면 보수를 받는 것이 이치인데, 오히려 이들이 개인 재산을 들여 주님 일행을 시중든 것은 “악령과 병에 시달리다 낫게 된” 구원을 몸소 체험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자기 재물을 아낌없이 이웃과 나누고 하느님께 봉헌하는 것은, 하느님께서 자신에게 베푸신 은혜를 오롯이 깨닫고 감사할 때 비로소 가능한 일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최근 들어 자신이 자선과 봉헌에 무심하였다면, 그것은 하느님께서 자신에게 무엇을 해 주셨는지 알아듣고 감사를 드리는 데 무뎌졌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자선과 봉헌으로 주님을 동행하였던 이 여인들은 뒷날 주님의 죽음을 곁에서 지켰고, 빈 무덤의 첫 증인이 되었으며, 부활하신 주님을 처음 만나는 영예를 얻었습니다. 우리도 ‘현세가 아니라 그리스도에 대한 희망 때문에’(제1독서 참조) 그분 곁에 머무르며 작은 봉헌과 자선을 정성껏 이어 간다면, 마침내 부활하신 주님과 함께 사는 기쁨이 충만한 일상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강수원 베드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