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11일 금요일

[백] 투르의 성 마르티노 주교 기념일

마르티노 성인은 316년 무렵 판노니아(현재 헝가리의 솜바테이)의 이교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로마에서 공부한 다음 군인이 된 그는 어느 날 추위에 떨고 있는 거리의 걸인에게 자신의 외투 절반을 잘라 주었다. 그날 밤 꿈속에 그 외투 차림의 예수님께서 나타나시는 신비 체험을 하고 나서 곧장 세례를 받았다. 그 뒤에 사제가 되었으며, 370년 무렵 프랑스 투르의 주교로 뽑혔다. 착한 목자로서 모범을 보이고, 수도원들을 세웠으며, 성직자들을 교육하고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다가 397년 프랑스 중부의 캉데생마르탱에서 선종하였다. 프랑스 교회의 초석을 놓은 그는 프랑스 교회의 수호성인 가운데 한 사람으로 존경받고 있다.

입당송 1사무 2,35 참조

주님이 말씀하신다. 내가 믿음직한 사제를 세우리니, 그는 내 마음과 생각에 따라 행동하리라.

본기도 

하느님,
복된 마르티노 주교는 그 삶과 죽음으로 하느님께 영광을 드렸으니
저희에게 놀라우신 은총을 새롭게 베푸시어
살아서도 죽어서도 하느님의 사랑을 떠나지 않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

제1독서

<이 가르침 안에 머물러 있는 이라야 아버지도 아드님도 모십니다.>
▥ 요한 2서의 말씀입니다.
4-9
선택받은 부인이여,
4 그대의 자녀들 가운데, 우리가 아버지에게서 받은 계명대로
진리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고 나는 매우 기뻤습니다.
5 부인, 이제 내가 그대에게 당부합니다.
그러나 내가 그대에게 써 보내는 것은 무슨 새 계명이 아니라
우리가 처음부터 지녀 온 계명입니다. 곧 서로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6 그리고 그 사랑은 우리가 그분의 계명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고,
그 계명은 그대들이 처음부터 들은 대로
그 사랑 안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7 속이는 자들이 세상으로 많이 나왔습니다.
그들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람의 몸으로 오셨다고 고백하지 않는 자들입니다.
그런 자는 속이는 자며 ‘그리스도의 적’입니다.
8 여러분은 우리가 일하여 이루어 놓은 것을 잃지 않고
충만한 상을 받을 수 있도록 자신을 살피십시오.
9 그리스도의 가르침 안에 머물러 있지 않고
그것을 벗어나는 자는 아무도 하느님을 모시고 있지 않습니다.
이 가르침 안에 머물러 있는 이라야 아버지도 아드님도 모십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시편 119(118),1.2.10.11.17.18(◎ 1 참조)

◎ 행복하여라, 주님의 가르침을 따라 사는 이들!
○ 행복하여라, 온전한 길을 걷는 이들, 주님의 가르침을 따라 사는 이들! ◎
○ 행복하여라, 그분의 법을 따르는 이들, 마음을 다하여 그분을 찾는 이들! ◎
○ 제 마음 다하여 당신을 찾나이다. 당신 계명 떠나 헤매지 않게 하소서. ◎
○ 행여 당신께 죄를 지을세라, 마음 깊이 당신 말씀 간직하나이다. ◎
○ 당신 종에게 은혜를 베푸소서. 제가 살아 당신 말씀 지키오리다. ◎
○ 제 눈을 열어 주소서. 당신의 놀라운 가르침 바라보리이다. ◎

복음 환호송루카 21,28 참조

◎ 알렐루야.
○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라. 너희의 속량이 가까웠다.
◎ 알렐루야.

복음

<그날에 사람의 아들이 나타날 것이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7,26-37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26 “사람의 아들의 날에도 노아 때와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27 노아가 방주에 들어가는 날까지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장가들고 시집가고 하였는데,
홍수가 닥쳐 그들을 모두 멸망시켰다.
28 또한 롯 때와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사고팔고 심고 짓고 하였는데,
29 롯이 소돔을 떠난 그날에
하늘에서 불과 유황이 쏟아져 그들을 모두 멸망시켰다.
30 사람의 아들이 나타나는 날에도 그와 똑같을 것이다.
31 그날 옥상에 있는 이는 세간이 집 안에 있더라도 그것을 꺼내러 내려가지 말고,
마찬가지로 들에 있는 이도 뒤로 돌아서지 마라.
32 너희는 롯의 아내를 기억하여라.
33 제 목숨을 보존하려고 애쓰는 사람은 목숨을 잃고,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살릴 것이다.
34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그날 밤에 두 사람이 한 침상에 있으면,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둘 것이다.
35 두 여자가 함께 맷돌질을 하고 있으면,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둘 것이다.”
(36)·37 제자들이 예수님께, “주님, 어디에서 말입니까?” 하고 묻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시체가 있는 곳에 독수리들도 모여든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또는, 기념일 독서(이사 61,1-3ㄹ)와 복음(마태 25,31-40)을 봉독할 수 있다.>

예물 기도 

주 하느님,
거룩한 마르티노 주교를 공경하며 주님께 기꺼이 바치는
이 예물을 거룩하게 하시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저희를 주님께 이끌어 주소서.
우리 주 …….

영성체송 마태 25,40 참조

주님이 말씀하신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가장 작은 내 형제 하나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일치의 성사로 힘을 얻은 저희가
모든 일에서 주님의 뜻을 충실히 따르고
복된 마르티노 주교를 본받아 자신을 기꺼이 주님께 봉헌하게 하소서.
우리 주 …….

오늘의 묵상 

오늘 복음은 하느님 나라가 오는 방식과 장소에 대하여 다룹니다.
먼저, 예수님께서는 구약의 이야기를 예로 드십니다. 여기서 노아의 방주와 롯의 이야기가 소개됩니다. 이어서 롯의 아내 이야기를 상기시키며 “제 목숨을 보존하려고 애쓰는 사람은 목숨을 잃고,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살릴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구절에서 ‘살리다’라고 번역된 그리스어 동사는 ‘생명을 주다’, ‘탄생시키다’라는 뜻도 가지고 있습니다. 신약 성경에서 이 동사는 드물게 사용되는데, 이 대목에서는 자신의 현세적 생명을 희생한 이들이 새로운 생명, 곧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되리라는 희망을 강조하는 의미로 쓰입니다.
그다음, “그날 밤에 두 사람이 한 침상에 있으면,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둘 것이다. 두 여자가 함께 맷돌질을 하고 있으면,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둘 것이다.”라는 설명이 덧붙습니다. 하느님 나라의 완성에 대하여 아무도 예상할 수 없으며 그것이 평범한 일상 가운데 긴박하고 갑작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라는 뜻입니다. 끝으로, 제자들이 예수님께 이런 일이 어디에서 이루어질지 묻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시체가 있는 곳에 독수리들도 모여든다.”라며 직접적인 대답을 피하시는 듯해 보입니다. 전통적으로 ‘독수리’ 같은 맹금류는 구약의 심판 장면에 자주 등장합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는  ‘그 누구도 종말과 하느님의 심판을 피해 갈 수 없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위령 성월을 보내며 죽음과 종말, 하느님 나라의 완성에 대하여 묵상합니다. 이로써 우리의 오늘은 새로운 의미를 찾으며 희망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김상우 바오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