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2월 14일 화요일

[백] 성 치릴로 수도자와 성 메토디오 주교 기념일

치릴로 성인과 메토디오 성인은 형제로, 그리스 테살로니카에서 태어나 튀르키예 콘스탄티노폴리스에서 교육을 받았다. 두 형제는 후대에 ‘키릴’ 문자로 불리는 글자를 만들어 전례문들을 슬라브 말로 옮겼고, 체코 모라비아의 슬라브족에게 파견되어 복음을 전하며 헌신적으로 일하였다. 로마로 돌아간 다음, 치릴로 성인은 수도 서원을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869년 무렵에 선종하였다. 메토디오 성인은 교황 특사로 모라비아에서 활동하다가 벨레라드에서 885년 무렵 선종하였다.

입당송 

이 성인들은 천상 진리를 영광스럽게 선포하여 하느님의 벗이 되었네.

본기도 

하느님, 복된 치릴로와 메토디오 형제를 통하여
슬라브 민족들에게 복음을 전해 주셨으니
저희 마음을 비추시어
하느님께서 가르치신 말씀을 깨닫고
참되고 올바른 신앙을 고백하며
하느님 안에서 한 백성을 이루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

제1독서

<내가 창조한 사람들을 이 땅 위에서 쓸어버리겠다.>
▥ 창세기의 말씀입니다.
6,5-8; 7,1-5.10
5 주님께서는 사람들의 악이 세상에 많아지고,
그들 마음의 모든 생각과 뜻이 언제나 악하기만 한 것을 보시고,
6 세상에 사람을 만드신 것을 후회하시며 마음 아파하셨다.
7 그래서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창조한 사람들을 이 땅 위에서 쓸어버리겠다.
사람뿐 아니라 짐승과 기어다니는 것들과 하늘의 새들까지 쓸어버리겠다.
내가 그것들을 만든 것이 후회스럽구나!”
8 그러나 노아만은 주님의 눈에 들었다.
7,1 주님께서 노아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네 가족들과 함께 방주로 들어가거라.
내가 보니 이 세대에 내 앞에서 의로운 사람은 너밖에 없구나.
2 정결한 짐승은 모두 수놈과 암놈으로 일곱 쌍씩,
부정한 짐승은 수놈과 암놈으로 한 쌍씩 데려가거라.
3 하늘의 새들도 수컷과 암컷으로 일곱 쌍씩 데리고 가서,
그 씨가 온 땅 위에 살아남게 하여라.
4 이제 이레가 지나면, 내가 사십 일 동안 밤낮으로 땅에 비를 내려,
내가 만든 생물을 땅에서 모두 쓸어버리겠다.”
5 노아는 주님께서 명령하신 대로 다 하였다.
10 이레가 지나자 땅에 홍수가 났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시편 29(28),1ㄱ과 2.3ㄱㄷ과 4.3ㄴ과 9ㄷ-10(◎ 11ㄴ)

◎ 주님이 당신 백성에게 강복하여 평화를 주시리라.
○ 하느님의 아들들아, 주님께 드려라. 그 이름의 영광 주님께 드려라. 거룩한 차림으로 주님께 경배하여라. ◎
○ 주님의 소리 물 위에 머무네. 주님이 넓은 물 위에 계시네. 주님의 소리는 힘차고, 주님의 소리는 장엄도 하네. ◎
○ 영광의 하느님 천둥 치시네. 그분의 성전에서 모두 외치네. “영광이여!” 주님이 큰 물 위에 앉아 계시네. 주님이 영원한 임금으로 앉으셨네. ◎

복음 환호송요한 14,23 참조

◎ 알렐루야.
○ 주님이 말씀하신다. 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키리니 내 아버지도 그를 사랑하시고 우리가 가서 그와 함께 살리라.
◎ 알렐루야.

복음

<바리사이들의 누룩과 헤로데의 누룩을 조심하여라.>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8,14-21
그때에 14 제자들이 빵을 가져오는 것을 잊어버려,
그들이 가진 빵이 배 안에는 한 개밖에 없었다.
15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너희는 주의하여라.
바리사이들의 누룩과 헤로데의 누룩을 조심하여라.” 하고 분부하셨다.
16 그러자 제자들은 자기들에게 빵이 없다고 서로 수군거렸다.
17 예수님께서는 그것을 아시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어찌하여 빵이 없다고 수군거리느냐?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느냐? 너희 마음이 그렇게도 완고하냐?
18 너희는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느냐?
너희는 기억하지 못하느냐?
19 내가 빵 다섯 개를 오천 명에게 떼어 주었을 때,
빵 조각을 몇 광주리나 가득 거두었느냐?”
그들이 “열둘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20 “빵 일곱 개를 사천 명에게 떼어 주었을 때에는,
빵 조각을 몇 바구니나 가득 거두었느냐?”그들이 “일곱입니다.” 하고 대답하자,
21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아직도 깨닫지 못하느냐?”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또는, 기념일 독서(사도 13,46-49)와 복음(루카 10,1-9)을 봉독할 수 있다.>

예물 기도 

주님, 복된 치릴로와 메토디오를 기리며 비오니
주님께 올리는 이 예물이 화해의 성사가 되게 하시고
저희가 새사람이 되어 주님 사랑의 기쁨을 누리게 하소서.
우리 주 …….

영성체송 마르 16,20 참조

제자들은 떠나가서 복음을 선포하고, 주님은 그들과 함께 일하시며 표징으로 그들이 전하는 말씀을 확증해 주셨네.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모든 민족들의 아버지이신 하느님,
복된 치릴로와 메토디오를 기리는 저희가
한 분이신 성령 안에서
한 빵을 나누는 영원한 잔치에 참여하게 하셨으니
하느님의 수많은 자녀들이 한 믿음을 굳게 지켜
한마음으로 정의와 평화의 나라를 세우게 하소서.
우리 주 …….

오늘의 묵상 

창세기 저자가 아담의 후손들(5장 참조) 가운데에서 특별히 주목한 사람은 두 명, 곧 ‘에녹’과 ‘노아’입니다. 에녹은 이 족보의 인물들 가운데에서 가장 완전한 사람으로 평가되어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을 설명할 때 창세기 저자가 쓴 “-가 살았다.”라는 표현 대신에 에녹을 위해서는 “하느님과 함께 걸었다.”(창세 5,24 직역)라는 표현을 썼기 때문입니다. 또 에녹의 경우에는 다른 사람에게 쓰였던 “(살다가) 죽었다.”라는 표현 대신 하느님께서 “데려가셨다”(5,24)는 말씀이 나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에녹과 노아의 연관성입니다. 학자들은 ‘에녹’이라는 이름에서 ‘노아’라는 이름이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노아(nôaḥ)의 이름에서 자음을 거꾸로 배치하면 에녹(hanôkh)에 가까와집니다. 창세기 저자는 노아를 의롭고 흠 없는 사람으로 평가하고 에녹의 경우처럼 노아도 하느님과 함께 걸었다(6,9 참조)고 묘사합니다. 노아는 하느님의 은총으로 홍수를 피하고 죽음을 건너갔습니다. 이처럼 창세기 저자는 에녹과 노아를 소개하며 하느님의 길 위에서 걸어간 사람들은 죽음을 알지 못한다고 강조합니다.
오늘 제1독서는 노아를 눈여겨보신 하느님에 대하여 이야기합니다. 사람들이 그들 마음의 생각을 따라 살며 세상을 파괴하고 황폐하게 만들고 있을 때 노아만은 하느님과 함께 걸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하느님께서 노아에게 방주의 건설과, 그 다음에 할 일을 지시하시는 두 번의 말씀은 무척 깁니다(6,12-21; 7,1-13 참조). 이것은 마치 홍수가 하느님의 주된 관심사가 아니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폭력과 악으로 세상이 다시 ‘혼돈’으로 돌아가는 것과는 정반대로 방주는 아주 잘 지어진 또 다른 세상입니다. 방주는 하느님께 의지하며 살아가는 의인과 함께 세상을 새롭게 시작하시겠다는 하느님의 뜻을 드러내는 표징입니다. 또한 의로운 목자의 지도 아래 세상을 새롭게 하고 이어지게 하시려는 하느님의 계획이 실현되는 장소입니다. 우리도 이 세상에서 노아와 같은 사람으로 살아갈 꿈을 접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예수님의 뒤를 따라, 에녹과 노아처럼 하느님과 함께 걸으며 하느님 나라를 위한 그분의 계획을 실현하는 우리의 작은 ‘방주’를 지으며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정용진 요셉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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