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2월 17일 금요일

[녹] 연중 제6주간 금요일 또는
[백] 마리아의 종 수도회 창설자 7성인

입당송 시편 31(30),3-4 참조

하느님, 이 몸 보호할 반석 되시고, 저를 구원할 성채 되소서. 당신은 저의 바위, 저의 성채이시니, 당신 이름 위하여 저를 이끌어 주소서.

본기도 

하느님,
바르고 진실한 마음 안에 머무르시겠다고 하셨으니
저희에게 풍성한 은총을 내리시어
하느님의 마땅한 거처가 되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

제1독서

<우리가 내려가서 사람의 말을 뒤섞어 놓자.>
▥ 창세기의 말씀입니다.
11,1-9
1 온 세상이 같은 말을 하고 같은 낱말들을 쓰고 있었다.
2 사람들이 동쪽에서 이주해 오다가
신아르 지방에서 한 벌판을 만나 거기에 자리 잡고 살았다.
3 그들은 서로 말하였다. “자, 벽돌을 빚어 단단히 구워 내자.”
그리하여 그들은 돌 대신 벽돌을 쓰고, 진흙 대신 역청을 쓰게 되었다.
4 그들은 또 말하였다.
“자, 성읍을 세우고 꼭대기가 하늘까지 닿는 탑을 세워 이름을 날리자.
그렇게 해서 우리가 온 땅으로 흩어지지 않게 하자.”
5 그러자 주님께서 내려오시어
사람들이 세운 성읍과 탑을 보시고 6 말씀하셨다.
“보라, 저들은 한 겨레이고 모두 같은 말을 쓰고 있다.
이것은 그들이 하려는 일의 시작일 뿐,
이제 그들이 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든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
7 자, 우리가 내려가서 그들의 말을 뒤섞어 놓아,
서로 남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게 만들어 버리자.”
8 주님께서는 그들을 거기에서 온 땅으로 흩어 버리셨다.
그래서 그들은 그 성읍을 세우는 일을 그만두었다.
9 그리하여 그곳의 이름을 바벨이라 하였다.
주님께서 거기에서 온 땅의 말을 뒤섞어 놓으시고,
사람들을 온 땅으로 흩어 버리셨기 때문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시편 33(32),10-11.12-13.14-15(◎ 12ㄴ 참조)

◎ 행복하여라, 주님이 당신 소유로 뽑으신 백성!
○ 주님은 민족들의 의지를 꺾으시고, 백성들의 계획을 흩으신다. 주님의 뜻은 영원히 이어지고, 그 마음속 계획은 대대로 이어진다. ◎
○ 행복하여라, 주님을 하느님으로 모시는 민족, 그분이 당신 소유로 뽑으신 백성! 주님은 하늘에서 굽어보시며, 모든 사람을 살펴보신다. ◎
○ 당신 머무시는 곳에서, 땅에 사는 모든 이를 지켜보신다. 그들의 마음을 하나하나 빚으시고, 그들의 행위를 속속들이 헤아리신다. ◎

복음 환호송요한 15,15 참조

◎ 알렐루야.
○ 주님이 말씀하신다. 내 아버지에게서 들은 것을 너희에게 모두 알려 주었으니 나는 너희를 친구라고 부른다.
◎ 알렐루야.

복음

<나와 복음 때문에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8,34-9.1
그때에 34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군중을 가까이 부르시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르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35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와 복음 때문에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
36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
37 사람이 제 목숨을 무엇과 바꿀 수 있겠느냐?
38 절개 없고 죄 많은 이 세대에서 누구든지 나와 내 말을 부끄럽게 여기면,
사람의 아들도 아버지의 영광에 싸여 거룩한 천사들과 함께 올 때에
그를 부끄럽게 여길 것이다.”
9,1 예수님께서 또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여기에 서 있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죽기 전에
하느님의 나라가 권능을 떨치며 오는 것을 볼 사람들이 더러 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예물 기도 

주님,
이 제사로 저희를 깨끗하고 새롭게 하시어
저희가 주님의 뜻을 충실히 실천하고
마침내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소서.
우리 주 …….

영성체송 시편 78(77),29-30 참조

그들은 실컷 먹고 배불렀네. 주님이 그들의 바람을 채워 주셨네. 그들의 바람을 저버리지 않으셨네.
<또는>
요한 3,16
하느님은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네.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저희가 천상 진미를 받아 모시고 비오니
참생명을 주는 이 양식을 언제나 갈망하게 하소서.
우리 주 …….

오늘의 묵상 

오늘 우리가 제1독서에서 들은 바벨탑 이야기는 사람들의 일치와 다양성의 문제를 제기합니다. 오늘 제1독서는 “온 세상이 같은 말을 하고 같은 낱말들을 쓰고 있었다.”라는 말씀으로 시작합니다. 모든 사람이 같은 말을 되풀이합니다. 이들에게는 하나의 목표가 있습니다. 하나의 도시, 하나의 탑입니다. 이들은 이렇게 하여 한 가지 두려움에서 벗어나고자 합니다. 흩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언뜻 보기에는 다 좋아 보입니다. 그러나 하나의 도시, 하나의 탑이 상징하는 것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다름을 거절하는 것, 일치를 이룬다는 목표 아래 하나의 방식만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이들에게 진정한 배려는 있을 수 없습니다.
문제는 이런 삶의 방식이 하느님의 창조 위업의 과정과 정면으로 부딪친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지난 주에 읽은 창세기의 창조 말씀을 보면 하느님께서는 창조의 과정에서 언제나 피조물의 다양성을 보존하는 방식을 취하셨습니다(창세기 1장 참조). 반면에 사람이 추구한 바벨탑 쌓기의 과정은 하느님의 창조 방식을 거슬러 갑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의 생명과 자유를 지키는 일에 매우 강한 열정을 지니신 하느님으로 당신을 드러내십니다. 사도행전에는 바벨탑 이야기의 후속편을 보는 듯한 말씀이 나옵니다. 성령 강림의 이야기입니다(2,1-12 참조). 창세기의 첫 이야기들(카인, 홍수, 바벨탑)은 사람들이 어떻게 죽음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를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들 안에서 하느님께서는 인간에게 자유를 주시고 그의 자율성을 존중하시는 분으로 드러나십니다. 우리는 사람들의 일치를 바라시고 그들의 다양성을 깨뜨리지 않으시며 오히려 그것이 더 자라나도록 배려하시는 하느님을 봅니다. 삼위일체 안의 하느님이십니다. 모두 고유한 자리를 잃지 않으시면서 충만한 일치를 누리시는 하느님이십니다. 우리 믿음의 하느님을 찬미하며 그분의 길을 따라갑시다. 

(정용진 요셉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