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3월 05일 일요일

[자] 사순 제2주일

오늘 전례 

오늘은 사순 제2주일입니다. 우리가 약속한 회개의 삶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다시 한번 점검할 때입니다. 아집과 욕심과 오만의 껍질을 벗어던지고 복음의 초대에 순수한 마음으로 다가가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하겠습니다. 우리를 새로운 삶으로 초대하시는 주님께 감사드리며 이 미사에 참여합시다.

입당송 시편 27(26),8.9 참조

주님, 당신 얼굴을 찾으라 하신 주님을 생각하며, 제가 당신 얼굴을 찾고 있나이다. 당신 얼굴 제게서 감추지 마소서.
<또는>
시편 25(24),6.2.22 참조
주님, 예로부터 베풀어 오신 당신의 자비와 자애 기억하소서. 원수들이 저희를 짓누르지 못하게 하소서. 이스라엘의 하느님, 모든 곤경에서 저희를 구하소서.

본기도 

하느님,
사랑하시는 아드님을 따르라고 명하셨으니
하느님의 말씀으로 저희 믿음을 북돋아 주시고 영혼의 눈을 맑게 하시어
저희가 하느님의 영광을 바라보며 기뻐하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천주로서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제1독서

<아브라함을 하느님 백성의 아버지로 부르시다.>
▥ 창세기의 말씀입니다.
12,1-4ㄱ
그 무렵 1 주님께서 아브람에게 말씀하셨다.
“네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너에게 보여 줄 땅으로 가거라.
2 나는 너를 큰 민족이 되게 하고, 너에게 복을 내리며,
너의 이름을 떨치게 하겠다.
그리하여 너는 복이 될 것이다.
3 너에게 축복하는 이들에게는 내가 복을 내리고,
너를 저주하는 자에게는 내가 저주를 내리겠다.
세상의 모든 종족들이 너를 통하여 복을 받을 것이다.”
4 아브람은 주님께서 이르신 대로 길을 떠났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시편 33(32),4-5.18-19.20과 22(◎ 22 참조)

◎ 주님, 저희가 당신께 바라는 그대로 자애를 베푸소서.
○ 주님의 말씀은 바르고, 그 하신 일 모두 진실하다. 주님은 정의와 공정을 좋아하시네. 그분의 자애가 온 땅에 가득하네. ◎
○ 보라, 주님의 눈은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에게, 당신 자애를 바라는 이들에게 머무르신다. 죽음에서 그들의 목숨 건지시고, 굶주릴 때 살리려 하심이네. ◎
○ 주님은 우리 도움, 우리 방패. 우리 영혼이 주님을 기다리네. 주님, 저희가 당신께 바라는 그대로, 당신 자애를 저희에게 베푸소서. ◎

제2독서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부르시어 환히 보여 주셨습니다.>
▥ 사도 바오로의 티모테오 2서 말씀입니다.
1,8ㄴ-10
사랑하는 그대여,
8 하느님의 힘에 의지하여 복음을 위한 고난에 동참하십시오.
9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행실이 아니라 당신의 목적과 은총에 따라
우리를 구원하시고 거룩히 살게 하시려고 우리를 부르셨습니다.
이 은총은 창조 이전에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이미 우리에게 주신 것인데,
10 이제 우리 구원자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나타나시어 환히 드러났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죽음을 폐지하시고,
복음으로 생명과 불멸을 환히 보여 주셨습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환호송 

(◎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그리스도님, 찬미받으소서.)
○ 빛나는 구름 속에서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그리스도님, 찬미받으소서.)

복음

<예수님의 얼굴은 해처럼 빛났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7,1-9
그 무렵 1 예수님께서 베드로와 야고보와 그의 동생 요한만 따로 데리고
높은 산에 오르셨다.
2 그리고 그들 앞에서 모습이 변하셨는데,
그분의 얼굴은 해처럼 빛나고 그분의 옷은 빛처럼 하얘졌다.
3 그때에 모세와 엘리야가 그들 앞에 나타나 예수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4 그러자 베드로가 나서서 예수님께 말하였다.
“주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
원하시면 제가 초막 셋을 지어 하나는 주님께,
하나는 모세께, 또 하나는 엘리야께 드리겠습니다.”
5 베드로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빛나는 구름이 그들을 덮었다.
그리고 그 구름 속에서,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하는 소리가 났다.
6 이 소리를 들은 제자들은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린 채 몹시 두려워하였다.
7 예수님께서 다가오시어 그들에게 손을 대시며,
“일어나라. 그리고 두려워하지 마라.” 하고 이르셨다.
8 그들이 눈을 들어 보니 예수님 외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9 그들이 산에서 내려올 때에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사람의 아들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날 때까지,
지금 본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하고 명령하셨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보편 지향 기도

<각 공동체 스스로 준비한 기도를 바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1. 교회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빛이신 주님, 믿음의 공동체인 교회를 도와주시어, 십자가의 수난을 기꺼이 받아들이신 그리스도를 기억하며 세상의 유혹과 어려움을 이겨 내고,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게 하소서.

2. 세계 평화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평화의 주님, 여러 가지 이유로 서로 맞서고 있는 이 세상을 굽어보시어, 모든 이의 안녕과 정의 실현을 위하여 대화와 화해의 길로 나아가도록 이끌어 주소서.

3. 병고에 시달리는 이들과 그 가족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치유자이신 주님, 병고에 시달리는 이들을 돌보아 주시어, 그들의 몸과 마음의 고통을 없애 주시고 그들을 돌보는 가족들을 살펴 주시어 마음의 평화를 주소서.

4. 교구(대리구, 수도회) 공동체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일치의 주님, 저희 교구(대리구, 수도회)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을 주님의 사랑으로 이끌어 주시어, 하나되어 서로서로 지켜 주며 각자의 사명과 역할에 충실하게 하소서.

예물 기도 

주님,
이 제사로 저희 죄를 깨끗이 씻어 주시고
저희의 몸과 마음을 거룩하게 하시어
파스카 축제를 합당히 준비하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감사송

<사순 감사송 6 : 주님의 거룩한 변모(사순 제2주일)>
거룩하신 아버지,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주 하느님,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언제나 어디서나 아버지께 감사함이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죽음을 제자들에게 미리 알려 주시고
그 거룩한 산에서 당신의 영광을 보여 주시어
구약의 율법과 예언서에 기록된 대로
수난을 통해서만 영광스럽게 부활한다는 것을 밝혀 주셨나이다.
그러므로 하늘의 능품천사들과 함께
저희도 땅에서 주님의 위엄을 찬미하며 끝없이 외치나이다.

영성체송 마태 17,5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영성체 후 묵상 

바오로 사도는 복음을 위한 고난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주님의 축복은 결코 눈에 보이거나 손에 잡히는 번영이나 풍요와 같을 수 없습니다. 축복의 본질은 복음을 우리 삶의 중심으로 삼게 하는 주님의 힘입니다. 우리 삶의 중심을 복음에 두고 있는지, 주님께 축복을 청할 때 세속적 기대에 물들어 있지 않은지 성찰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영광스러운 성체를 받아 모시고 감사하며 비오니
저희가 이 세상에 살면서 천상 행복을 미리 맛보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백성을 위한 기도 

주님, 믿는 이들에게 끝없는 복을 내리시고
외아드님의 복음을 충실히 따르게 하시어
사도들에게 보여 주신 영광을 끊임없이 바라며
마침내 그 영광에 이르는 행복을 누리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오늘의 묵상 

거룩한 변모는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을 미리 드러낸 사건입니다. 그때 목격한 제자들은 그 영광을 “해처럼” “빛처럼” 찬란한 것으로 묘사합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영광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마태오 복음 안에서 이미 예수님의 탄생은 빛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아는 것처럼 동방 박사들은 별을 보고 그 빛에 이끌려 아기 예수님을 경배하러 왔습니다. 빛은 동방 박사들을 예수님께 인도하였습니다. 
예수님의 죽음으로 실의에 빠진 제자들이 길을 갈 때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그들과 함께하십니다. 그러나 그들은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복음은 그 이유를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셨다고 말하지만, 이 또한 예수님의 영광과 관련된 표현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마르 16,12-13 참조).
예수님의 영광은 모습이 변하셨다는 것으로만 드러나는 것은 아닙니다. 하늘에서 들리는 음성에서도 잘 표현됩니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마태 3,17) 같은 하느님의 음성은 예수님의 세례 때에도 예수님의 신원과 영광을 드러냅니다. 사람이 되시어 이 세상에 오신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그분의 영광은 바로 하느님의 아드님으로서 지니신 영광입니다. 그렇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분께서는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모습인 십자가 죽음을 향하여 가십니다. 사실 십자가와 영광은 서로 어울리지 않지만, 십자가의 죽음을 통하여 예수님의 영광은 더욱 크게 드러납니다. 우리는 사순 시기를 지내면서 그분의 수난과 죽음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분의 영광과 빛이 드러나기를 고대합니다.

(허규 베네딕토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