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5월 29일 월요일
[홍]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오늘은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123위의 동료 순교 복자들을 기념하는 날이다. 이 124위 복자들은 103위 성인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순교 사실이 새롭게 드러나고 각 지역에서 현양되던 한국 천주교회의 초기 순교자들이다.
대표 순교자인 윤지충 복자의 순교일은 12월 8일이지만, 이날은 한국 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이다. 이 때문에 한국 교회는 그가 속한 전주교구의 순교자들이 많이 순교한 5월 29일을 기념일로 정하고 순교자 현양을 위하여 성대하게 지내도록 하였다. 한편 교구장의 재량에 따라 성 바오로 6세 교황 기념일도 선택하여 거행할 수 있게 하였다(주교회의 2019년 추계 정기 총회).
입당송
성인들의 영혼이 하늘에서 기뻐하네.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르고, 그분을 사랑하여 피를 흘렸으니, 그리스도와 함께 끝없이 기뻐 춤추네.
이 성인들은 주님을 위하여 영광스럽게 피를 흘렸네. 살아서는 그리스도를 사랑하고, 그분 따라 죽어서는 승리의 월계관을 받았네.
본기도
제1독서
<나는 거룩한 법을 위하여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지 그 모범을 남기려고 합니다.>6,18.21.24-31
화답송시편 34(33),2-3.4-5.6-7.8-9(◎ 5ㄴ 참조)
복음 환호송야고 1,12
복음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12,24-26
예물 기도
거룩하신 아버지,
순교 성인들을 기억하며 드리는 이 예물을 받으시고
주님의 종인 저희가 언제나 주님의 이름을 찬미하게 하소서.
우리 주 …….
감사송
<순교자 감사송 1 : 순교자들의 증거와 모범>영성체송 루카 22,28-30 참조
주님이 말씀하신다. 너희는 내가 시련을 겪는 동안 나와 함께 있었으니, 나는 너희에게 나라를 준다. 너희는 내 나라에서 내 식탁에 앉아 먹고 마시리라.
보라, 하느님 앞에 성인들이 받을 큰 상이 쌓여 있다. 그들은 그리스도를 위하여 죽었으니 영원히 살리라.
영성체 후 묵상
영성체 후 기도
하느님,
거룩한 순교자들에게 십자가의 오묘한 신비를 밝혀 주셨으니
저희가 이 제사로 힘을 얻고 언제나 그리스도와 하나 되어
교회 안에서 모든 이의 구원을 위하여 일하게 하소서.
우리 주 …….
오늘의 묵상
마지막 파스카를 지내시던 주님께서는 “사람의 아들이 영광스럽게 될 때(십자가 죽음)가 왔다.”(12,23)라고 하시며, ‘밀알의 비유’를 들려주셨습니다. 비유 속 ‘밀알의 죽음’은 주님의 죽음을, ‘많은 열매’는 인간의 구원을 가리킵니다. 그렇다면 “누구든지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라야 한다.” 하신 말씀은, 십자가를 지고 죽음을 향하시는 당신을 따라 우리도 죽음과 순교를 택하라는 뜻입니다. 생명의 주인께서 죽음을 권하실 리가 결코 없지요. 다만 주님께서는 우리가 ‘자기 목숨’과 ‘영원한 생명’ 사이에서 늘 올바른 선택을 하기 바라십니다.
셈족 말로 ‘미워하다’의 개념은 ‘덜 사랑하다’라는 뜻입니다. 자기 목숨을 미워하라는 주님의 말씀은, 하느님과 그리스도에게서 우리를 멀어지게 만드는 온갖 걱정과 집착, 탐욕과 불신을 멀리하라는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이러한 ‘밀알의 죽음’을 순간순간 기꺼이 선택하는 이야말로 당신을 섬기는 사람이며, “아버지께서 그를 존중해 주실 것”이라고 하십니다. 이는 아버지께서 그 사람을 들어 높이시고, 아들에게 주신 영광과 영원한 생명을 그에게도 주신다는 약속입니다.
엘아자르가 율법으로 금한 돼지고기 먹기를 거부한 일도(제1독서 참조), 복자 윤지충이 신주를 불사르고 모친상을 천주교식으로 치른 일도, 당시로서는 십자가를 짊어지는 죽음의 길이었습니다. 죽음 앞에 선 그 두려움과 고통을 어찌 ‘밀알 하나’라는 말 한마디에 쉬이 담을까 싶습니다만, ‘오늘 이 밀알 하나가 죽어 영원을 맺으리니, 내 기꺼이 땅에 떨어져 죽으리라.’ 하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였을 그들의 열망이 아직 믿음이 부족한 나의 것이 되기를 주님께 간절히 청합니다. 마음속 묵은 밀알을 곱게 빻아서 주님께 봉헌된 빵으로 살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