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6월 02일 금요일

[녹] 연중 제8주간 금요일 또는
[홍] 성 마르첼리노와 성 베드로 순교자

입당송 시편 18(17),19-20

주님은 내 버팀목 되어 주셨네. 내가 그분 마음에 들었기에, 넓은 들로 이끄시어 나를 구하셨네.

본기도 

주님,
이 세상을 정의와 평화로 이끌어 주시고
교회가 자유로이 주님을 섬길 수 있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

제1독서

<우리의 선조들은 자비로워 그 이름이 대대로 살아 있다.>
▥ 집회서의 말씀입니다.
44,1.9-13
1 훌륭한 사람들과 역대 선조들을 칭송하자.
9 어떤 이들은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고 존재한 적이 없었던 듯 사라져 버렸다.
그들은 태어난 적이 없었던 것처럼 되었으며
그 뒤를 이은 자녀들도 마찬가지다.
10 그러나 저 사람들은 자비로워 그들의 의로운 행적이 잊히지 않았다.
11 그들의 재산은 자손과 함께 머물고 그들의 유산은 후손과 함께 머물리라.
12 그들의 자손은 계약을 충실하게 지키고 그들 때문에 그 자녀들도 그러하리라.
13 그들의 자손은 영원히 존속하고 그들의 영광은 사라지지 않으리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시편 149,1ㄴㄷ-2.3-4.5-6ㄱ과 9ㄴ(◎ 4ㄱ)

◎ 주님은 당신 백성을 좋아하신다.
○ 주님께 노래하여라, 새로운 노래. 충실한 이들의 모임에서 찬양 노래 불러라. 이스라엘은 자기를 지으신 분을 모시고 기뻐하고, 시온의 아들들은 임금님을 모시고 즐거워하여라. ◎
○ 춤추며 그분 이름을 찬양하고, 손북 치고 비파 타며 찬미 노래 드려라. 주님은 당신 백성을 좋아하시고, 가난한 이들을 구원하여 높이신다. ◎
○ 충실한 이들은 영광 속에 기뻐 뛰며, 그 자리에서 환호하여라. 그들은 목청껏 하느님을 찬송하리라. 그분께 충실한 모든 이에게 영광이어라. ◎

복음 환호송요한 15,16 참조

◎ 알렐루야.
○ 주님이 말씀하신다.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아 세웠으니, 가서 열매를 맺어라. 너희 열매는 길이 남으리라.
◎ 알렐루야.

복음

<나의 집은 모든 민족들을 위한 기도의 집이라 불릴 것이다. 하느님을 믿어라.>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1,11-25
예수님께서 군중의 환호를 받으시면서
11 예루살렘에 이르러 성전에 들어가셨다.
그리고 그곳의 모든 것을 둘러보신 다음,
날이 이미 저물었으므로 열두 제자와 함께 베타니아로 나가셨다.
12 이튿날 그들이 베타니아에서 나올 때에 예수님께서는 시장하셨다.
13 마침 잎이 무성한 무화과나무를 멀리서 보시고,
혹시 그 나무에 무엇이 달렸을까 하여 가까이 가 보셨지만,
잎사귀밖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무화과 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14 예수님께서는 그 나무를 향하여 이르셨다.
“이제부터 영원히 어느 누구도 너에게서 열매를 따 먹는 일이 없을 것이다.”
제자들도 이 말씀을 들었다.
15 그들은 예루살렘으로 갔다. 예수님께서는 성전에 들어가시어,
그곳에서 사고팔고 하는 자들을 쫓아내기 시작하셨다.
환전상들의 탁자와 비둘기 장수들의 의자도 둘러엎으셨다.
16 또한 아무도 성전을 가로질러 물건을 나르지 못하게 하셨다.
17 그리고 그들을 가르치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의 집은 모든 민족들을 위한 기도의 집이라 불릴 것이다.’
라고 기록되어 있지 않으냐?
그런데 너희는 이곳을 ‘강도들의 소굴’로 만들어 버렸다.”
18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은 이 말씀을 듣고 그분을 없앨 방법을 찾았다.
군중이 모두 그분의 가르침에 감탄하는 것을 보고
그분을 두려워하였던 것이다.
19 날이 저물자 예수님과 제자들은 성 밖으로 나갔다.
20 이른 아침에 그들이 길을 가다가,
그 무화과나무가 뿌리째 말라 있는 것을 보았다.
21 베드로가 문득 생각이 나서 예수님께 말하였다. “스승님, 보십시오.
스승님께서 저주하신 무화과나무가 말라 버렸습니다.”
22 그러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하느님을 믿어라. 23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이 산더러 ‘들려서 저 바다에 빠져라.’ 하면서,
마음속으로 의심하지 않고 자기가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고 믿으면,
그대로 될 것이다.
24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기도하며 청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이미 받은 줄로 믿어라.
그러면 너희에게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25 너희가 서서 기도할 때에 누군가에게 반감을 품고 있거든 용서하여라.
그래야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의 잘못을 용서해 주신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예물 기도 

하느님,
하느님께 봉헌할 예물을 마련해 주시고
이 예물을 저희 정성으로 받아 주시니
자비를 베푸시어
이 제사를 저희 공로로 여기시고
더 많은 상급을 내려 주소서.
우리 주 …….

영성체송 시편 13(12),6 참조

은혜를 베푸신 주님께 노래하리이다. 지극히 높으신 주님 이름 찬양하리이다.
<또는>
마태 28,20 참조
주님이 말씀하신다.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으리라.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구원의 성체를 받아 모시고 자비를 간청하오니
현세에서 저희를 길러 주는 이 성사로
저희가 영원한 생명을 얻어 누리게 하소서.
우리 주 …….

오늘의 묵상 

오늘 복음에 나오는 예수님의 모습은 우리를 꽤 당혹스럽게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잎이 무성한 무화과나무를 발견하시고 거기에서 허기를 채울 무엇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에 가까이 다가가십니다. 그러나 아무 열매도 없다는 사실에 곧바로 그 무화과나무를 저주하십니다. “이제부터 영원히 어느 누구도 너에게서 열매를 따 먹는 일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제자들은 예수님 말씀대로 그 무화과나무가 뿌리째 말라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사실 무화과가 열리는 철도 아니었는데, 아무리 시장하셨다고 하여도 너무 매정하게 보입니다.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하셨을까요?
사실 이 사건은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마르코 복음서 저자는 예수님께서 무화과나무를 저주하시는 장면과 그 저주가 이루어지는 장면 사이에 의도적으로 예루살렘 성전을 정화하시는 이야기를 끼워 넣고 있습니다. 독자들이 두 이야기를 연결 지어 생각하도록 유도하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무화과나무는 예루살렘 성전을 가리키게 됩니다. 당대의 성전은 이스라엘의 구원에 제구실을 못 하는 지경에 놓여 있었는데, 그 이해 당사자들과 지도자들의 부패와 타락이 그곳을 ‘기도의 집’이 아니라 ‘강도들의 소굴’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열매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는 더 이상 구원의 열매를 기대할 수 없는, 곧 구원의 기능을 완전히 잃어 버린 예루살렘 성전의 모습을 상징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합니다. “여러분이 바로 하느님의 성전입니다”(1코린 3,17). “여러분의 몸이 여러분 안에 계시는 성령의 성전임을 모릅니까?”(1코린 6,19) 이제 그리스도의 몸을 받아 모시게 된 우리 자신이, 곧 우리의 몸이 하느님께서 머무시는 새로운 성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새로운 성전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습니까? 혹시 환전상들과 물건을 사고파는 자들이 새 성전의 뜰에도 여전히 넘쳐 나고 있지는 않습니까? 온갖 세속적인 생각들이 우리 머릿속을 어지럽히며 구원의 열매를 맺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은 아닐까요? 새 성전이 된 우리는 열매 맺는 무화과나무여야 합니다. 혹시 열매가 열렸을까 다가오시는 분께 실망을 안겨 드리지 않도록 날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을 정화합시다.

(정천 사도 요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