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6월 03일 토요일

[홍] 성 가롤로 르왕가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가롤로 르왕가와 동료 성인들은 우간다의 순교자들이다. 우간다를 비롯한 동아프리카 지역에는 19세기 말에 그리스도교가 전파되었다. 왕궁에서 일하던 가롤로 르왕가는 교리를 배우고 세례를 받은 뒤, 자신의 신앙을 떳떳하게 고백하며 궁전의 다른 동료들에게도 열성적으로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전하였다. 그러나 그리스도교를 박해하는 왕조가 들어서면서 배교를 강요받던 그와 스물한 명의 동료들은 끝까지 굽히지 않다가 1886년 6월에 순교하였다. 1964년 성 바오로 6세 교황께서는 우간다 교회의 밑거름이 된 이들을 ‘우간다의 순교자들’이라고 부르시며 시성하셨다.

입당송 지혜 3,6-7.9 참조

주님은 뽑힌 이들을 도가니 속 금처럼 시험하시고 번제물처럼 받아들이셨으니, 주님이 찾아오실 때, 하느님께 뽑힌 이들은 은총과 평화를 누리리라.

본기도 

하느님,
순교자들의 피가 그리스도인의 씨앗이 되게 하시니
복된 가롤로와 그 동료 순교자들의 피로
하느님의 교회를 비옥한 땅이 되게 하시고
이 땅에서 언제나 풍성한 결실을 거두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

제1독서

<나에게 지혜를 주신 분께 영광을 드리리라.>
▥ 집회서의 말씀입니다.
51,12ㄷ-20ㄴ
12 제가 당신께 감사와 찬미를 드리고 주님의 이름을 찬양하오리다.
13 내가 아직 젊고 떠돌이 생활을 하기 전에
나는 기도 가운데 드러내 놓고 지혜를 구하였다.
14 나는 성전 앞에서 지혜를 달라고 청하였는데
마지막까지도 지혜를 구할 것이다.
15 꽃이 피고 포도가 익어 가는 것처럼 내 마음은 지혜 안에서 기뻐하였다.
내 발은 올바른 길을 걸었으며 젊은 시절부터 지혜를 찾아다녔다.
16 나는 조금씩 귀를 기울여 지혜를 받아들였고
스스로를 위해 많은 가르침을 얻었다.
17 지혜를 통하여 진전을 이루었으니 지혜를 주신 분께 영광을 드리리라.
18 사실 나는 지혜를 실천하기로 결심하였고
선을 추구해 왔으니 결코 수치를 당하지 않으리라.
19 내 영혼은 지혜를 얻으려 애썼고 율법을 엄격하게 실천하였다.
나는 하늘을 향해 손을 펼쳐 들고 지혜를 알지 못함을 탄식하였다.
20 나는 내 영혼을 지혜 쪽으로 기울였고
순결함 속에서 지혜를 발견하였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시편 19(18),8.9.10.11(◎ 9ㄱㄴ)

◎ 주님의 규정 올바르니 마음을 기쁘게 하네.
○ 주님의 법은 완전하여 생기 돋우고, 주님의 가르침은 참되어 어리석음 깨우치네. ◎
○ 주님의 규정 올바르니 마음을 기쁘게 하고, 주님의 계명 밝으니 눈을 맑게 하네. ◎
○ 주님을 경외함 순수하니 영원히 이어지고, 주님의 법규들 진실하니 모두 의롭네. ◎
○ 금보다 순금보다 더욱 값지며, 꿀보다 참꿀보다 더욱 달다네. ◎

복음 환호송콜로 3,16.17 참조

◎ 알렐루야.
○ 그리스도의 말씀이 너희 가운데에 풍성히 머무르게 하여라.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를 드려라.
◎ 알렐루야.

복음

<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이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1,27-33
그 무렵 예수님과 제자들은 27 다시 예루살렘으로 갔다.
예수님께서 성전 뜰을 거닐고 계실 때,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과 원로들이 와서, 28 예수님께 말하였다.
“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이오?
또 누가 당신에게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소?”
29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너희에게 한 가지 물을 터이니 대답해 보아라.
그러면 내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지 너희에게 말해 주겠다.
30 요한의 세례가 하늘에서 온 것이냐,
아니면 사람에게서 온 것이냐? 대답해 보아라.”
31 그들은 저희끼리 의논하였다.
“‘하늘에서 왔다.’ 하면, ‘어찌하여 그를 믿지 않았느냐?’ 하고 말할 터이니,
32 ‘사람에게서 왔다.’ 할까?”
그러나 군중이 모두 요한을 참예언자로 여기고 있었기 때문에
군중을 두려워하여, 33 예수님께 “모르겠소.”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나도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지 너희에게 말하지 않겠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또는, 기념일 독서(2마카 7,1-2.9-14)와 복음(마태 5,1-12ㄴ)을 봉독할 수 있다.>

예물 기도 

주님,
이 예물을 바치며 간절히 비오니
복된 순교자들이 주님의 은총으로 죄보다는 죽음을 받아들였듯이
저희도 오로지 주님께 자신을 봉헌하고 주님 제대에 봉사하게 하소서.
우리 주 …….

영성체송 시편 116(114─115),15

주님께 성실한 이들의 죽음이 주님 눈에는 참으로 소중하네.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거룩한 순교자들의 승리를 기리며 성체를 받아 모시고 비오니
그들이 온갖 고초를 이겨 내게 한 이 성사의 힘으로
저희가 시련을 겪을 때에도 굳건한 믿음과 사랑을 지키게 하소서.
우리 주 …….

오늘의 묵상 

“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이오?”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 그리고 원로들이 예수님의 권한을 가지고 시비를 겁니다. 유다교 최고 권위자인 이들은 자기들 권위의 바탕이 되는 성전에서 예수님께서 보이신 무례한 행동, 곧 상인들을 내쫓으시고 탁자와 의자를 둘러엎으시는 그분의 결기를 보고 당황하였을 것입니다. 더 나아가 그러한 예수님의 모습에 감탄하는 군중을 보고 굉장한 위기의식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자신들만 누리던 지위와 명예를 곧 예수님께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밀려왔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반문하시며 오히려 그들을 궁지에 몰아넣으십니다. “요한의 세례가 하늘에서 온 것이냐? 아니면 사람에게서 온 것이냐?” 그들은 예수님의 질문에 대한 정답을 찾는 데에는 큰 관심이 없습니다. 다만 자기들이 고를 답변이 군중에게 어떻게 비추어질지, 그리고 어떤 영향을 미칠지만을 고려합니다. 만일 세례자 요한의 권위를 인정한다면, 그 요한이 ‘내 뒤에 오실 분’이라고 증언하였던 예수님을 인정하지 않는 자신들의 꼴이 우스워질 것을 미리 걱정합니다. 반대로 요한의 권위를 부정한다면, 그를 참예언자로 여기던 군중에게서 외면당할 처지에 놓일까 미리 걱정합니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모르겠소.” 하며 답하기를 피합니다.
오늘 복음에 나타나는 유다 지도자들은 세상에서 누리는 지위와 명예와 권한에 집착하는 인물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가는 우리도 이런 모습에서 자유롭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어렵게 차지한 지금의 자리와, 그 자리에 주어진 권한을 누구에게도 빼앗기고 싶지 않아서 주변 사람을 경쟁자나 적으로 쉬이 생각하여 버리기도 합니다. 그러한 욕망과 집착은 결국 우리의 눈을 멀게 하고 영혼을 피폐하게 만듭니다. 온갖 종류의 힘과 권한은 어떤 개인에게만 국한된 소유물이 아닙니다. 그것은 모두 하느님에게서 비롯되며 개인의 영광이 아닌 모든 이의 선을 위하여 쓰이는 봉사의 도구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정천 사도 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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