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6월 28일 수요일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 전야 미사
베드로 사도는 이스라엘 갈릴래아 호수에 인접한 벳사이다 출신으로, 본이름은 시몬이다. 동생 안드레아와 함께 어부 생활을 하다가 주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예수님께서는 그의 이름을 베드로(반석)로 바꾸시고, 그를 사도단의 으뜸으로 세우셨다. 복음서에 소개되는 베드로 사도의 모습은 소박하고 단순하다. 예수님을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라고 고백하여 칭찬받기도 하고, 예수님의 수난을 반대하다가 심한 꾸중을 듣기도 하였다. 로마교구의 첫 주교며 첫 교황이기도 한 베드로 사도는 67년 무렵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순교하였다.
바오로 사도는 열두 제자와 달리, 비교적 늦게 주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그는 그리스도교를 열성적으로 박해하던 사람이었다. 그리스도인들을 체포하려고 다마스쿠스로 가던 길에 부활하신 예수님을 체험하고서 회심하여 그리스도의 사도가 되었다. 바오로 사도는 이방인들이 사는 여러 지역에 교회를 세웠으며, 그곳 공동체들에 보낸 많은 서간이 오늘날 『성경』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 전승에 따르면, 67년 무렵 로마에서 참수되었다.
<이 미사는 6월 28일 저녁, 대축일 제1 저녁 기도 앞이나 뒤에 드린다.>
오늘 전례
오늘은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입니다. 신앙 고백의 모범이 된 베드로와 신앙의 내용을 밝히 깨우쳐 준 바오로는, 교회의 기초를 놓아 준 사도들입니다. 우리도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를 본받아,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를 고백하고 증언합시다.
입당송
본기도
제1독서
<내가 가진 것을 당신에게 주겠습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말합니다. 일어나 걸으시오.>3,1-10
화답송시편 19(18),2-3.4-5ㄱㄴ(◎ 5ㄱ)
제2독서
<하느님께서는 어머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나를 따로 뽑으셨습니다.>1,11-20
복음 환호송요한 21,17 참조
복음
<내 어린양들을 돌보아라. 내 양들을 돌보아라.>21,15-19
예물 기도
감사송
<베드로와 바오로의 사명>영성체송 요한 21,15.17 참조
영성체 후 묵상
“나를 사랑하느냐?” 예수님께서는 이 질문으로, 스승을 배반하고 자책하는 베드로 사도에게 꾸중과 질책보다 더 큰 힘을 가진 사랑을 일깨워 주십니다. 베드로 사도와 바오로 사도는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고, 끝까지 복음을 전하다가 순교하였습니다. 우리도 저마다 삶의 자리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는 사도가 되어야 합니다.
영성체 후 기도
오늘의 묵상
베드로 사도는 예수님을 위하여서라면 자신의 목숨까지 내놓겠다고 호언장담한 제자였지만(요한 13,37 참조), 정작 위기의 순간이 닥치자 무려 세 차례나 예수님의 제자임을 부인하며 그분과의 관계를 끊어 버립니다(요한 18,15-27 참조). 오늘 복음은 그렇게 단절된 예수님과 베드로의 관계가 다시 회복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가 아닌지 묻는 세 번의 질문에 모두 “나는 아니오”(요한 18,25)를 외쳤던 베드로, 이제 세 번에 걸쳐 사랑의 여부를 물으시는 예수님께 베드로는 한결같이 이렇게 대답합니다. “예, 주님! 제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아십니다.” 세 차례의 부인으로 갈기갈기 찢긴 마음의 상처는 세 차례의 사랑 고백으로 완전히 아물게 됩니다. 그렇게 베드로는 예수님과의 관계를 온전히 되찾고 더 굳건한 사랑으로 무장하여 처음에 호언장담한 그 길, 곧 주님을 위하여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길을 걷게 됩니다.
바오로 사도는 율법을 철저하게 지키던 바리사이 출신이었고 율법에 대한 열정으로 교회를 박해하는 일에 앞장섰던 인물이었습니다. “나는 하느님의 교회를 몹시 박해하며 아예 없애 버리려고 하였습니다”(제2독서). 그러하였던 그가 다마스쿠스에서 예수님을 만나고 함께한 뒤(사도행전 9장 참조)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교회를 파괴하던 자가 교회를 건설하는 이로 탈바꿈하게 된 것입니다. 바오로는 그토록 자신이 미워하고 증오하며 박해한 교회를 위하여 미움받고 증오받으며 박해받는 일을 기쁨으로 여기며, 예수님의 복음을 이방인들의 지역에 널리 전하는 그리스도의 사도가 됩니다.
오늘 우리는 새로운 하느님 백성 공동체인 교회의 기초를 놓은 베드로와 바오로 사도의 위대한 업적을 기립니다. 그런데 그 시작에는 그들의 뼈아픈 잘못 또는 지우고 싶은 과거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두 사도는 그 과거를 덮어 버리거나 기억에서 지우려고 노력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자신들의 체험을 통하여 예수님의 사랑과 자비를 더 깊이 깨달을 수 있었고, 그분과 진심으로 화해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과거에 저지른 잘못이나 실수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생각하여 봅시다. 그것은 우리를 더 깊은 신앙으로 이끄는 소중한 체험이 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에게 하셨듯 우리에게도 화해와 치유의 질문을 던지십니다.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