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10일 일요일
[자] 대림 제2주일 (인권 주일, 사회 교리 주간)
인간 존중과 인권 신장은 복음의 요구다. 그럼에도 인간의 존엄성이 무시되고 짓밟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 따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1982년부터 해마다 대림 제2주일을 ‘인권 주일’로 지내기로 하였다. 교회는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된 존엄한 인간이 그에 맞갖게 살아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보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인권 주일로 시작하는 대림 제2주간을 2011년부터 ‘사회 교리 주간’으로 지내고 있다. 오늘날 여러 가지 도전에 대응하며 새로운 방식으로 복음을 전해야 할 교회의 ‘새 복음화’ 노력이 바로 사회 교리의 실천이라는 사실을 신자들에게 일깨우려는 것이다.
오늘 전례
오늘은 대림 제2주일로 한국 교회가 정한 인권 주일이자 사회 교리 주간의 시작입니다. 모든 위로의 샘이신 주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나그넷길을 걷는 우리에게 새 하늘과 새 땅을 약속하셨습니다. 주님께서 우리 마음을 밝히시어, 순수한 믿음과 거룩한 삶으로 주님의 영광스러운 이름이 완전하게 드러나는 그날을 향하여 걸어가게 하여 주시기를 청합시다.
입당송 이사 30,19.30 참조
본기도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나이다.
제1독서
<너희는 주님의 길을 닦아라.>40,1-5.9-11
화답송시편 85(84),9ㄱㄴㄷ과 10.11-12.13-14(◎ 8 참조)
제2독서
<우리는 새 하늘과 새 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3,8-14
복음 환호송루카 3,4.6
복음
<너희는 주님의 길을 곧게 내어라.>1,1-8
보편 지향 기도
<각 공동체 스스로 준비한 기도를 바치는 것이 바람직하다.>1. 교회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창조주이신 주님, 주님의 교회를 이끌어 주시어, 물질의 풍요와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 삶의 가치가 변하고 있는 이 세상에서 주님의 진리를 전하며 빛과 소금이 되게 하소서.
2. 인권 주일을 맞아, 인간 존엄성 회복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보호자이신 주님, 주님의 모습으로 지어진 저희를 돌보시어, 저희가 이기적인 욕심을 내려놓고, 편견과 차별을 허물며, 인간의 존엄성을 살리는 데 서로 연대하며 최선을 다하게 하소서.
3. 미혼모와 미혼부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생명의 주인이신 주님, 미혼모와 미혼부를 위하여 기도하오니, 저희 사회가 그들의 아픔과 어려움을 깊이 이해하고 함께하며 돕게 하시고, 청소년의 생명 교육에도 관심을 기울이며 힘을 모을 수 있도록 이끌어 주소서.
4. 본당 공동체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인자하신 주님, 대림 시기를 지내는 저희 본당 공동체에 주님의 은총을 베푸시어, 인내와 끈기로 열심히 살고, 이웃에게 사랑을 실천하며, 뜻깊은 성탄을 준비하게 하소서.
예물 기도
감사송
<대림 감사송 1 : 그리스도의 두 차례 오심>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언제나 어디서나 아버지께 감사함이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그리스도께서 비천한 인간으로 처음 오실 때에는
구약에 마련된 임무를 완수하시고
저희에게 영원한 구원의 길을 열어 주셨나이다.
그리고 빛나는 영광 중에 다시 오실 때에는
저희에게 반드시 상급을 주실 것이니
저희는 지금 깨어 그 약속을 기다리고 있나이다.
그러므로 천사와 대천사와 좌품 주품 천사와
하늘의 모든 군대와 함께
저희도 주님의 영광을 찬미하며 끝없이 노래하나이다.
영성체송 바룩 5,5; 4,36
영성체 후 묵상
새 하늘과 새 땅을 기다리고 있는 우리에게 베드로 사도는 이렇게 말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겠습니까? 거룩하고 신심 깊은 생활을 하면서, 하느님의 날이 오기를 기다리고 그날을 앞당기도록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모두 베드로 사도의 권고대로 티 없고 흠 없는 사람으로 평화로이 주님 앞에 나설 수 있도록 힘써야 하겠습니다.
영성체 후 기도
오늘의 묵상
이사야 예언자는 일찍이 이렇게 예언하였습니다. “한 소리가 외친다. ‘너희는 광야에 주님의 길을 닦아라. 우리 하느님을 위하여, 사막에 길을 곧게 내어라. 골짜기는 모두 메워지고, 산과 언덕은 모두 낮아져라. 거친 곳은 평지가 되고, 험한 곳은 평야가 되어라.’” 여기서 ‘주님의 길’은 하느님께서 걸어가실 길, 곧 유배의 속박에서 당신 백성을 이끌고 그들과 함께 광야를 지나 거룩한 도성 예루살렘으로 향하실 ‘새로운 파스카’의 길입니다. 결국 이 말씀은 주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과 함께 걸어가실 구원의 길을 미리 준비하라는 외침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마르코 복음서 저자는 이 예언의 말씀을 자신의 복음서 시작 부분에 인용합니다.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 ‘너희는 주님의 길을 마련하여라. 그분의 길을 곧게 내어라.’” 그런데 여기서 ‘주님의 길’은 문맥상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길로 이해됩니다. 복음서 시작부터 예수님께서 주님으로 불리시기에 합당하신 분이심을 드러내면서 또한 그분께서 하느님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계심을 암시합니다. 이스라엘의 새로운 파스카, 곧 구원의 길은 결국 예수님께서 걸어가실 길로 실현되며, 그 길은 역설적으로 수난과 죽음의 길로 밝혀질 것입니다.
그러한 주님의 길을 마련하라고 광야에서 외치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세례자 요한입니다. 이사야의 예언이 그를 통하여 마침내 실현됩니다. 그는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의 세례를 선포하였고, 그 외침을 들은 많은 이가 죄를 고백하며 요르단강에서 세례를 받았습니다. 광야에 있던 외침은 세례자 요한의 시대를 넘어 오늘날 우리에게도 다다릅니다. 회개를 촉구하는 그 소리는 예나 지금이나 우리 주변에서 늘 울려 퍼집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소리에 제대로 반응하며,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을 맞이할 준비에 적극적입니까? 대림 제2주일을 맞이하는 오늘, 각자의 자리에서 주님의 길을 마련하며 그 길을 곧게 내고 있는지 돌아봅시다. “티 없고 흠 없는 사람으로 그분 앞에 나설 수 있도록 애쓰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