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30일 토요일

[백] 성탄 팔일 축제 제6일

입당송 지혜 18,14-15 참조

부드러운 정적이 만물을 뒤덮고, 시간은 흘러 한밤중이 되었을 때, 주님, 당신의 전능한 말씀이 하늘의 왕좌에서 내려왔나이다.

본기도 

전능하신 하느님,
성자께서 사람이 되시어 세상에 오셨으니
옛 종살이를 하며 죄악의 멍에에 짓눌려 신음하는 저희를 구원하여 주소서.
성부와 성령과 …….

제1독서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은 영원히 남습니다.>
▥ 요한 1서의 말씀입니다.
2,12-17
12 자녀 여러분, 내가 여러분에게 이 글을 쓰는 까닭은
여러분이 그분의 이름 덕분에 죄를 용서받았기 때문입니다.
13 아버지 여러분, 내가 여러분에게 이 글을 쓰는 까닭은
처음부터 계신 그분을 여러분이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젊은이 여러분, 내가 여러분에게 이 글을 쓰는 까닭은
여러분이 악한 자를 이겼기 때문입니다.
14 자녀 여러분, 내가 여러분에게 이 글을 쓴 까닭은
여러분이 아버지를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 여러분, 내가 여러분에게 이 글을 쓴 까닭은
처음부터 계신 그분을 여러분이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젊은이 여러분, 내가 여러분에게 이 글을 쓴 까닭은
여러분이 강하고, 하느님의 말씀이 여러분 안에 머무르며
여러분이 악한 자를 이겼기 때문입니다.
15 여러분은 세상도 또 세상 안에 있는 것들도 사랑하지 마십시오.
누가 세상을 사랑하면, 그 사람 안에는 아버지 사랑이 없습니다.
16 세상에 있는 모든 것,
곧 육의 욕망과 눈의 욕망과 살림살이에 대한 자만은
아버지에게서 온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 온 것입니다.
17 세상은 지나가고 세상의 욕망도 지나갑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은 영원히 남습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시편 96(95),7-8ㄱ.8ㄴ-9.10(◎ 11ㄱ)

◎ 하늘은 기뻐하고 땅은 즐거워하여라.
○ 주님께 드려라, 뭇 민족의 가문들아. 주님께 드려라, 영광과 권능을. 주님께 드려라, 그 이름의 영광을. ◎
○ 제물 들고 그분 앞뜰로 들어가라. 거룩한 차림으로 주님께 경배하여라. 온 세상아, 그분 앞에서 무서워 떨어라. ◎
○ 겨레들에게 말하여라. “주님은 임금이시다. 누리는 정녕 굳게 세워져 흔들리지 않고, 그분은 민족들을 올바르게 심판하신다.” ◎

복음 환호송 

◎ 알렐루야.
○ 거룩한 날이 우리에게 밝았네. 민족들아, 어서 와 주님을 경배하여라. 오늘 큰 빛이 땅 위에 내린다.
◎ 알렐루야.

복음

<예루살렘의 속량을 기다리는 모든 이에게 그 아기에 대하여 이야기하였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36-40
그때에 36 한나라는 예언자가 있었는데,
프누엘의 딸로서 아세르 지파 출신이었다.
나이가 매우 많은 이 여자는 혼인하여 남편과 일곱 해를 살고서는,
37 여든네 살이 되도록 과부로 지냈다.
그리고 성전을 떠나는 일 없이 단식하고 기도하며 밤낮으로 하느님을 섬겼다.
38 그런데 이 한나도 같은 때에 나아와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예루살렘의 속량을 기다리는 모든 이에게 그 아기에 대하여 이야기하였다.
39 주님의 법에 따라 모든 일을 마치고 나서,
예수님의 부모는 갈릴래아에 있는 고향 나자렛으로 돌아갔다.
40 아기는 자라면서 튼튼해지고 지혜가 충만해졌으며,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예물 기도 

주님,
주님의 백성이 드리는 예물을 인자로이 받으시고
저희가 경건한 마음으로 고백하는 것을 천상 성사로 깨닫게 하소서.
우리 주 …….

감사송

<주님 성탄 감사송 1 : 빛이신 그리스도>
거룩하신 아버지,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주 하느님,
언제나 어디서나 아버지께 감사함이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아버지께서는 사람이 되신 말씀의 신비로
저희 마음의 눈을 새롭게 밝혀 주시어
하느님을 눈으로 뵙고 알아서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사랑하도록
저희 마음을 이끌어 주셨나이다.
그러므로 천사와 대천사와 좌품 주품 천사와
하늘의 모든 군대와 함께
저희도 주님의 영광을 찬미하며 끝없이 노래하나이다.
<또는>
<주님 성탄 감사송 2 : 강생으로 온 세상이 새로워짐>
거룩하신 아버지,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주 하느님,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언제나 어디서나 아버지께 감사함이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그리스도의 신비로운 성탄을 경축하는 오늘
보이지 않는 하느님께서 보이는 인간으로 나타나시고
영원하신 분께서 이제는 이 세상에 들어오셨나이다.
그분께서는 타락한 만물을 당신 안에 일으키시어 온전히 회복시키시고
버림받은 인류를 하늘 나라로 다시 불러 주셨나이다.
그러므로 저희도 모든 천사와 함께 주님을 찬미하며
기쁨에 넘쳐 큰 소리로 노래하나이다.

영성체송 요한 1,16 참조

주님의 충만함에서 우리 모두 은총에 은총을 받았네.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하느님,
성체성사로 저희에게 오셨으니
이 성사의 힘으로 저희 마음을 움직이시어
저희가 모신 성체에 더욱 맞갖은 삶을 살아가게 하소서.
우리 주 …….

오늘의 묵상 

오늘 복음은 한나라는 예언자에 관하여 이야기합니다. 그는 늘 성전에 머무르며 단식과 기도로 하느님을 섬기는 과부였습니다. 젊은 시절에 혼인하여 남편과 일곱 해만 살고 여든네 살이 되도록 과부로 지냈다고 하니, 어림짐작하여 60여 년의 세월을 그렇게 보냈을 것입니다. 도대체 어떤 사연이 있었기에 그렇게 철저히 자기 봉헌 생활로 평생을 지낼 수 있었을까요? 남편을 일찍 떠나보내고 인생의 덧없음을 느꼈을까요? 아니면 하느님의 특별한 부르심을 받았을까요? 분명한 것은 그가 보낸 긴 세월이 메시아를 만나려는 준비의 시간이었고, 결국 메시아를 만나 그동안의 고된 여정에 대한 보상을 받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는 모두 종말의 때에 예수님과 이룰 결정적인 만남을 준비하는 여정에 있습니다. 이 여정에서 우리는 ‘나’ 중심이 아닌 ‘하느님’ 중심의 삶을 살도록 주문하여야 합니다. 예수님의 제자가 되는 길은 결코 만만하지 않습니다. 자기 자신을 버리라고 하시는데(9,23 참조), 솔직히 잘 버리지도 못하겠고, 버리고 싶은 생각도 그다지 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우리 눈에 보기 좋은 것과 우리 입에 맞는 것들을 손에 한가득 쥐고서는 단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욕심부릴 때가 많습니다.
오늘 독서는 그렇게 손에 꼭 쥐고 있는 것들이 예수님을 만나러 가는 여정에 방해가 된다고 말합니다. “육의 욕망과 눈의 욕망과 살림살이에 대한 자만은 아버지에게서 온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 온 것입니다. 세상은 지나가고 세상의 욕망도 지나갑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은 영원히 남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이 세상에서 누리고 싶은 것들 대부분은 그냥 지나가 버리는 것들인가 봅니다. 손의 힘을 풀고 세상에 초연한 자세로 있어 보라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오랜 세월 단식과 기도로 하느님 섬기는 일에 충실하였던 한나처럼, 꾸준히 그리고 묵묵히 하느님을 섬기며 그분을 사랑하는 일에 더욱 관심을 쏟도록 합시다. 그것이 우리에게 영원히 남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천 사도 요한 신부)
메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