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오늘은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123위의 동료 순교 복자들을 기념하는 날이다. 이 124위 복자들은 103위 성인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순교 사실이 새롭게 드러나고 각 지역에서 현양되던 한국 천주교회의 초기 순교자들이다.
대표 순교자인 윤지충 복자의 순교일은 12월 8일이지만, 이날은 한국 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이다. 이 때문에 한국 교회는 그가 속한 전주교구의 순교자들이 많이 순교한 5월 29일을 기념일로 정하고 순교자 현양을 위하여 성대하게 지내도록 하였다. 한편 교구장의 재량에 따라 성 바오로 6세 교황 기념일도 선택하여 거행할 수 있게 하였다(주교회의 2019년 추계 정기 총회).

입당송 마태 25,34 참조

내 아버지께 복을 받은 이들아, 와서, 세상 창조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된 나라를 차지하여라. 알렐루야.

본기도 

온 인류를 창조하시고 구원하시는 하느님,
복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이
그리스도의 신비를 영광스럽게 고백하도록 부르셨으니
그들의 모범과 전구로
저희도 몸과 마음을 다하여
복음의 명령에 언제나 충실하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

제1독서

<그들은 죽기까지 목숨을 아끼지 않았다.>
▥ 요한 묵시록의 말씀입니다.
12,10-12ㄱ
나 요한은
10 하늘에서 큰 목소리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이제 우리 하느님의 구원과 권능과 나라와
그분께서 세우신 그리스도의 권세가 나타났다.
우리 형제들을 고발하던 자,
하느님 앞에서 밤낮으로 그들을 고발하던 그자가 내쫓겼다.
11 우리 형제들은 어린양의 피와 자기들이 증언하는 말씀으로
그자를 이겨 냈다.
그들은 죽기까지 목숨을 아끼지 않았다.
12 그러므로 하늘과 그 안에 사는 이들아, 즐거워하여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시편 34(33),2-3.4-5.6-7.8-9(◎ 5ㄴ 참조)

◎ 주님은 온갖 두려움에서 나를 구하셨네.
○ 나 언제나 주님을 찬미하리니 내 입에 늘 찬양이 있으리라. 내 영혼 주님을 자랑하리니 가난한 이는 듣고 기뻐하여라. ◎
○ 나와 함께 주님을 칭송하여라. 우리 모두 그 이름 높이 기리자. 주님을 찾았더니 응답하시고 온갖 두려움에서 나를 구하셨네. ◎
○ 주님을 바라보아라. 기쁨이 넘치고 너희 얼굴에는 부끄러움이 없으리라. 가련한 이 부르짖자 주님이 들으시어 그 모든 곤경에서 구원해 주셨네. ◎
○ 주님을 경외하는 이들 그 둘레에 그분의 천사가 진을 치고 구출해 주네. 주님이 얼마나 좋으신지 너희는 맛보고 깨달아라. 행복하여라, 그분께 몸을 숨기는 사람! ◎

복음 환호송야고 1,12

◎ 알렐루야.
○ 시련을 견디어 내는 사람은 행복하다. 시험을 통과하면 생명의 화관을 받으리라.
◎ 알렐루야.

복음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2,24-26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24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25 자기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목숨을 간직할 것이다.
26 누구든지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라야 한다.
내가 있는 곳에 나를 섬기는 사람도 함께 있을 것이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면 아버지께서 그를 존중해 주실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예물 기도 

주님,
저희가 고귀한 목숨을 바친 의인들을 기리며
모든 순교의 원천인 십자가의 희생 제사를 바치오니
이 제사를 기꺼이 받아 주소서.
우리 주 …….

감사송

<순교자 감사송 1 : 순교자들의 증거와 모범>
거룩하신 아버지,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주 하느님,
언제나 어디서나 아버지께 감사함이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복된 순교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은 주님을 현양하려고
그리스도를 본받아 피를 흘려 주님의 위대하심을 드러내었나이다.
이처럼 주님께서는 연약한 인간에게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주님을 증언할 강한 힘을 주셨나이다.
그러므로 하늘의 능품천사들과 함께
저희도 땅에서 주님의 위엄을 찬미하며 끝없이 외치나이다.

영성체송 묵시 2,7

승리하는 사람에게는 내가 하느님의 낙원에 있는 생명나무의 열매를 먹게 해 주리라. 알렐루야.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거룩한 잔치로
복된 순교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의 천상 승리를 경축하며 비오니
지상에서 생명의 양식을 받아 모신 저희가 모든 악을 이기고
마침내 천상 낙원에서 생명나무의 열매를 먹게 하소서.
우리 주 …….

오늘의 묵상 

오늘은 2014년 8월 16일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시복하신 윤지충 바오로와 123위 동료 순교자를 기념하는 날입니다. 1984년 한국 103위 순교 복자의 시성 과정에서 당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 한국 교회가 평신도 중심의 신앙 공동체로 시작하였다고 알고 있는데, 왜 이들 복자에는 초기의 평신도 순교자들이 없냐고 물으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파리 외방 전교회 선교사들이 자세하게 순교 기록을 남긴 후대의 순교자 중심으로 먼저 시복을 추진하면서 초기 순교자들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대답하자, 교황께서는 초기 순교자들도 조사해서 시복을 추진하도록 당부하셨다고 합니다. 그 결실이 2014년 124위 순교 복자의 탄생입니다.
십 년 전 사제 안식년을 맞아 칠십 일 동안 전국 도보 성지 순례를 하였는데, 그때 특별히 감명 깊게 순례한 곳들이 바로 새로 시복된 복자들의 성지였습니다. 경남 진주시 사봉면 사봉 성지에는 복자 정찬문 안토니오의 무두묘가 있습니다. 효수형을 받은 까닭에 머리는 관아에 남겨 두고 몸만 옮겨 와 모셨다고 합니다. 경남 함안의 대산 성지 성당에는 스물두 살에 혹독한 매질 끝에 장독으로 순교한 복자 구한선 타대오가 잠들어 있습니다. 김해시 진례읍의 산 중턱에는 복자 박대식 빅토리노 순교자의 묘지가 있습니다. 성지로 오르는 산길은 좁고 엉성하였습니다. 본래는 부유한 집안 출신인데 천주교 신앙을 가지고 순교한 뒤 마을 주민들의 반대로 선산에 모시지 못하고 그곳에 간신히 묘를 꾸렸다고 합니다. 오래도록 가슴이 먹먹하였던 기억이 납니다.
시복된 지 십 년이 지났으니 이들 성지도 많이 바뀌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조만간 안식년을 얻는다면 다시 찾아가 보고 싶습니다.

(김동희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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