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14일 금요일
[녹] 연중 제32주간 금요일
입당송 시편 88(87),3 참조
본기도
제1독서
<세상을 아는 힘이 있으면서 그들은 어찌하여 그것들의 주님을 찾아내지 못하였는가?>13,1-9
화답송시편 19(18),2-3.4-5ㄱㄴ(◎ 2ㄱ)
복음 환호송루카 21,28 참조
복음
<그날에 사람의 아들이 나타날 것이다.>17,26-37
예물 기도
영성체송 시편 23(22),1-2
루카 24,35 참조
영성체 후 묵상
영성체 후 기도
오늘의 묵상
오늘 독서인 지혜서의 말씀에 마음이 오래도록 머뭅니다. “자연 숭배의 어리석음”이라는 소제목이 달려 있습니다. 지혜서의 저자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 힘에 압도되어 그것들을 신으로 받들어 섬기는 일의 어리석음에 대하여 말합니다. 오늘날에도 눈에 보이는 아름답고 좋은 것들을 자연 안에서 발견하고 그것을 즐기면서도, 그 모든 것 안에 계시는 하느님을 찾지도 알아채지도 못하는 무지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가끔 ‘창조론을 믿느냐 진화론을 믿느냐?’ 하는 질문을 받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진화의 법칙을 이해하고 받아들이지만, 저와 세상의 온갖 것들을 그저 우연의 산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싶지는 않습니다. 진화의 법칙과, 그 우연의 뒤에 자리한 숨겨진 섭리와 질서를 고백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실존 철학에서 말하듯 저 자신을 그저 ‘세상에 던져진 존재’로, 그래서 냉혹한 세상에서 피할 수 없는 고독한 삶을 살아 내야 하는 숨 가쁜 존재로 이해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꽃을 좋아하는 선배 신부님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유, 우리 하느님은 참 재미있으신 분이야. 하느님은 엄청 심심하셨나 봐. 요렇게도 만드시고 조렇게도 만드시고 …….” 누가 뭐라 해도 저는 참 재미나신 하느님께서 이런저런 궁리를 하시며 세상의 온갖 것을, 그리고 저를 비롯한 우리를 모두 소중하게 만드셨다고 믿고 고백합니다.
오늘 화답송 시편의 아름다움이 마음 깊숙이 다가옵니다. “하늘은 하느님의 영광을 말하고, 창공은 그분의 솜씨를 알리네. 낮은 낮에게 말을 건네고, 밤은 밤에게 앎을 전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