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23일 일요일
[백]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 (성서 주간)
전례력으로 연중 시기의 마지막 주일인 오늘은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이다. 축일명대로, 인간을 구원하러 오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왕(임금)이심을 기리는 날이다. 예수님께서는 정치권력을 장악하여 백성을 억누르는 임금이 아니라, 당신의 목숨까지도 희생하시며 백성을 섬기시는 메시아의 모습을 실현하셨다. 스스로 낮추심으로써 높아지신 것이다. 1925년 비오 11세 교황께서 연중 시기의 마지막 주일을 ‘그리스도왕 대축일’로 정하셨다.
한국 천주교회는 1985년부터 해마다 연중 시기의 마지막 주간(올해는 오늘부터 11월 29일까지)을 ‘성서 주간’으로 정하여, 신자들이 일상생활 가운데 성경을 더욱 가까이하고 자주 읽으며 묵상하기를 권장하고 있다. 하느님 말씀은 그리스도인 생활의 등불이기 때문이다.
오늘 전례
오늘은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입니다.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으신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왕이심을 기리는 날입니다. 그분의 다스림은 절대 권력의 행사가 아니라 바로 인간의 구원을 위하여 이웃을 섬기는 일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를 왕으로 세우시고 그분의 십자가를 통하여 만물을 화해시키시어 우리가 하늘 나라에서 당신의 영광을 누릴 수 있게 하십니다.
입당송 묵시 5,12; 1,6 참조
본기도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제1독서
<다윗에게 기름을 부어 이스라엘의 임금으로 세웠다.>5,1-3
화답송시편 122(121),1-2.4-5(◎ 1 참조)
제2독서
<아버지께서는 우리를 당신께서 사랑하시는 아드님의 나라로 옮겨 주셨습니다.>1,12-20
복음 환호송마르 11,9.10 참조
복음
<주님, 주님의 나라에 들어가실 때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23,35ㄴ-43
보편 지향 기도
<각 공동체 스스로 준비한 기도를 바치는 것이 바람직하다.>1. 교회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통치자이신 주님, 연중 시기 마지막 주간을 맞이한 교회를 이끌어 주시어, 주님을 찬미하고, 모든 민족들에게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게 하소서.
2. 정치인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의로우신 주님, 정치인들에게 정의와 지혜의 은총을 주시어, 국민의 행복을 위하여 힘쓰게 하시며, 공동선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실현해 나가게 하소서.
3. 전쟁으로 고통받는 어린이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보호자이신 주님, 전쟁의 난리 속에 있는 어린이들을 굽어살피시어, 그들이 겪는 정신적 두려움과 육체적 상처가 치유될 수 있도록 주님의 은총을 베풀어 주소서.
4. 본당 사도직 단체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생명의 말씀이신 주님, 연중 시기를 마무리하며 성서 주간을 지내는 본당 사도직 단체들을 굽어보시어, 언제나 주님 말씀을 묵상하며 그 안에서 힘을 얻게 하소서.
예물 기도
감사송
<주님의 축일과 신비 감사송 8 : 온 누리의 임금이신 그리스도>영성체송 시편 29(28),10-11
영성체 후 묵상
“아버지께서는 우리를 어둠의 권세에서 구해 내시어 당신께서 사랑하시는 아드님의 나라로 옮겨 주셨습니다. 이 아드님 안에서 우리는 속량을, 곧 죄의 용서를 받습니다.” 십자가의 피를 통하여 평화를 이룩하신 주님께 청합시다. “예수님, 선생님의 나라에 들어가실 때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
영성체 후 기도
오늘의 묵상
오늘 우리는 전례력으로 한 해를 마감하면서 예수님을 ‘온 누리의 임금’, ‘그리스도왕’이라고 고백합니다. “이자가 다른 이들을 구원하였으니, 정말 하느님의 메시아, 선택된 이라면 자신도 구원해 보라지”(루카 23,35). 오늘 복음에서 종교 지도자들이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께 빈정거리며 한 이 말은 예수님의 삶을 잘 요약해 줍니다. 주님께서는 다른 이들은 살리시면서 정작 당신 자신은 다른 이들을 위한 제물로 내주신 참된 사랑의 임금이십니다.
“네가 유다인들의 임금이라면 너 자신이나 구원해 보아라”(23,37). 군사들이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님을 조롱하며 한 말입니다. “당신은 메시아가 아니시오? 당신 자신과 우리를 구원해 보시오”(23,39). 예수님 곁에 매달린 죄수 하나가 그분을 모독합니다. 빈정거리고 조롱하고 모독하던 자들의 한결같은 주문은 ‘자신을 구원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임금이신 하느님 나라는 자기를 먼저 돌보는 그런 나라가 아닙니다.
반면에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에 매달린 강도 하나는 “너는 하느님이 두렵지도 않으냐? 우리야 당연히 우리가 저지른 짓에 합당한 벌을 받지만, 이분은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으셨다.”(23,40-41)라고 하면서 자신이 벌받아 마땅한 죄인임을 고백합니다. 극심한 고통을 주는 십자가 위에서조차 저주를 내리시기보다 용서하시는 예수님에게서 참으로 선하신 구원자를 발견한 것이라 하겠습니다. 이윽고 그는 주님께 자신을 맡깁니다. “예수님, 선생님의 나라에 들어가실 때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23,42). 그날, 그 시간 그에게 구원이 주어집니다. “내가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2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