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주님 성탄 대축일입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오셨습니다. 우리 구원자이신 하느님의 호의와 인간애가 드러났습니다. 천사들이 일러 준 대로 “베들레헴으로 가서 주님께서 우리에게 알려 주신 그 일, 그곳에서 일어난 일을 봅시다.” 하고 달려간 목자들처럼 기뻐하며 이 미사에 참여합시다.

“우리 구원자이신 하느님의 호의와 인간애가 드러난 그때, 하느님께서 우리를 구원해 주셨습니다.” 우리도 목자들처럼 베들레헴으로 가서 주님께서 우리에게 알려 주신 그 일, 그곳에서 일어난 일을 봅시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깁시다.

구유를 바라봅니다. 우리와 함께 계시고자 작고 가난하며 약한 아기로 오신 예수님께서, 작고 가난하며 약한 이들에게 둘러싸여 계시는 것을 봅니다. 당시 소박한 사람들에 속하였던 목자들은 주님께 가장 가까이 머무르도록 초대받아 가장 먼저 구원자이신 예수님을 찾아가 경배합니다. “들에 살면서 밤에도 양 떼를 지키[며]”(루카 2,8) 일하던 사람들이 누구보다 일찍 예수님을 찾아 만나 뵙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렇게 변두리의 보이지 않는 사람들 가까이에서, 밤에도 일하는 사람들 가까이에서 태어나시어 누구보다 그들에게 먼저 당신을 드러내 보이십니다. 권력을 지닌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아니라 힘들게 일하는 가난한 이들에게 먼저 당신을 드러내 보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렇게 가난한 노동자들의 고달픔을 귀하게 여기십니다.
예수님과 함께 머무르고자 작음과 가난함과 약함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들 안에 계신 예수님께 경배하는 것을 뜻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로 그러한 사회적 약자들 안에서 공경받기를 바라실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 안에서 하늘 나라를 이루는 길입니다. 여기 아래서 하늘 나라를 발견하지 못한 사람은 저 위에서도 찾지 못할 것입니다.
이 거룩한 날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가난한 이들과 소외된 이들에게 무관심하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무시함으로써, 하느님께 무관심하고 하느님의 권리를 무시하는 것입니다. 작은 이들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주님께서 마지막 날에 우리를 평가하시는 기준이 됩니다(마태 25,40 참조). 오늘 그리스도교 신앙의 출발점이 된 구유 앞에서 이 모든 신비를 성모님처럼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깁시다]”(루카 2,19).